[솔로이코노미] 1인가구 저격 가사서비스, O2O 만나 성장했지만 갈길 멀어
[솔로이코노미] 1인가구 저격 가사서비스, O2O 만나 성장했지만 갈길 멀어
  • 이창호 기자
  • 승인 2017.02.1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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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TBS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공식포스터

지난해 말 종영된 일본 TBS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의 남자 주인공은 자신을 "프로 독신"이라 부르는 1인가구로, 여주인공과 가사서비스 계약을 맺으면서 사랑이 싹튼다. 일본에 1인가구가 많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1인가구가 가사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은 나름 흥미로운 점이 있다.

실제로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일본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가사 서비스 시장 이용이 늘어나고 있다. 코트라 후쿠오카 무역관에 따르면 2012년 조사에서 일본의 가사대행 서비스 시장규모는 약 1000억엔으로 집계됐으나, 최근 조사에서는 수년 후 6000억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맞벌이부부를 주요 구독층으로 하는 잡지인 ‘닛케이 DUAL’의 조사에 의하면, 2012년 3.2%에 머물렀던 서비스 이용 고객의 비율 역시 2016년에는 62.7%로 크게 증가했다.

가사대행 서비스는 초창기에 비싼 가격과 타인을 자신의 집에 들어오게 하는 것을 꺼리는 문화 요인으로 인해 이용률이 저조했다. 그러나 맞벌이 가정의 증가와 서비스 업체 증가로 인한 서비스가격 인하 등으로 수요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가사대행 업체 PERSOL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이용자가 활용하는 서비스는 청소(50%), 요리(36%), 설거지(34%), 빨래(32%) 순으로 나타났다.

또, 가사대행을 이용하게 된 계기로는 가사에 대한 스트레스(21%), 입원 등 가족의 일시적인 부재(9%), 출산(9%), 일로 인한 가사시간 부족(9%), 출산·육아휴직으로부터의 복귀(5%) 등이 많이 꼽혔다.

한국에서도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1인가구의 확대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O2O 서비스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마케팅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손쉽게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11번가의 생활서비스 O2O 플랫폼 생활+ (사진=SK플래닛)

SK플래닛 11번가는 지난해 생활형 O2O 서비스 포털 '생활 플러스(+)'를 선보였다. 집안일, 맞춤서비스, 차량관리 등의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생활형 O2O 서비스들을 모아 제공하고 있다.

종전에는 서비스 영역별로 1개업체와 제휴해 제공해왔으나, 지난해 12월부터는 오픈마켓 형태로 확대해 다양한 업체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탁과 청소 등 가사서비스뿐만 아니라 차량관리와 정기구독, 렌탈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기도 했다. 모바일을 통해 이용할 수 있으며,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한 뒤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해 주문할 수 있다.

11번가 외에도 G마켓 등에서 O2O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 역시 직접 O2O 가사서비스 시장 진출을 추진하다 지난해 중단한 뒤, O2O 제휴 플랫폼 사업으로 전략을 수정한 상황이다.

그러나 다른 O2O 서비스들에 비하면, 가사 서비스의 갈 길은 아직 멀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지난해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이내 O2O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5.7%로 절반에 가까웠다. 특히 20대에서 61.6%의 높은 이용률을 보였다.

이용경험이 가장 많은 O2O 서비스는 음식배달이었다. 응답자의 77.2%가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카카오 택시 등 다양한 서비스가 나온 택시 역시 64.3%의 높은 이용률을 보였다. 숙박중개 O2O 서비스 이용경험 역시 42.5%에 달했다.

반면 가사서비스 이용률은 4.0%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이용경험이 적은 부동산(18.9%), 차량 관련(16.1%)은 물론이고, 의료(7.8%) 보다도 이용해봤다는 응답비율이 낮았다.

한국에서 아직 O2O 기반 가사서비스가 자리잡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지점을 찾을 수 있다. 우선 가사서비스의 인지도가 다른 O2O 서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이 있다. 이용해봤다는 소비자들이 많은 O2O 서비스들은 하나같이 대대적인 TV광고 등을 통해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다. O2O 서비스를 선택할 때 광고의 영향이 있다는 응답은 61.6%에 달한 반면, 영향이 없다는 응답은 6.6%에 그쳤다.

일본의 사례를 통해, 가격대가 소비자의 기대치보다 높아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1인가구의 확대라는 수요측 요건이 명확하니,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은 높다고 분석할 수 있다. 시장의 극적인 변화가 언제 찾아올 것인지, 그 기회를 어느 업체가 잡을 것인지를 지켜볼 일이다.

(데일리팝=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