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줌인] 빌리는 건 옷이 아니라 패션감각, 의류 대여서비스 시대
[트렌드줌인] 빌리는 건 옷이 아니라 패션감각, 의류 대여서비스 시대
  • 이창호 기자
  • 승인 2017.03.06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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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대여서비스가 낯설지 않다면, "요즘 애들은 그걸 몰라"라는 말이 어울리는 나이일지도 모른다. 90년대만 해도 대학생들은 생애 첫 면접에 입고 갈 정장을 세탁소 등에서 빌려입곤 했다. 한때 사라졌던 풍속이지만, 최근 대학가에서 다시 '면접의상 전문대여'라는 형태로 살아나기도 한다.

최근 일본에서도 의류 대여서비스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코트라 후쿠오카무역관에 따르면 일본의 의류 대여서비스 시장은 현재 1000억원 규모이며, 최근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는 기업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서비스는 인터넷을 통해서 매일 입는 평상복을 정액제로 무제한으로 빌릴 수 있는 서비스다. 언뜻, 최근에 유행하는 큐레이션 또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가 떠오른다. 서비스 유형이 유사하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전시된 작품을 설명해주는 큐레이터(curator)처럼, 어떤 제품을 살지 판매자가 직접 선택하고 소비자는 받기만 하는 것이 큐레이션 서비스다. 잡지를 구독하듯 정기적으로 반복 구매하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도 있다. 매달 꽃을 배송해주거나, 화장품과 생필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들이 대표적이다.

일본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남성 전용 패션 대여서비스 'leeap'의 경우, 큐레이션 또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매월 약 12만7000원을 내면 옷과 패션아이템 2세트가 집으로 배달된다.

다른 분야도 아니고, 패션을 남의 손에 맡긴다는게 썩 미덥지 않은 소비자들도 많다. 패션이야말로 개인의 취향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런 서비스가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키기는 실제로 쉽지 않다. 하지만, 이것은 거꾸로 의류 대여서비스가 성공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대여하는 것은 의류가 아니라 "패션감각"이라는 의미다.

'leeap'의 경우 전문 스타일리스트와 LINE을 통해 용도나 행선지·취향 등을 공유하면 스타일리스트가 어울리는 옷을 보내주는 방식이다.  

한 번 보내주는 의류 세트의 일반 판매가는 약 30~60만원 선이다. 구매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라고 느끼는 고객이 많다는데 착안한 서비스다. 그러나 이 서비스에서 코디한 복장을 구매하는 수요가 차츰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이들이 의류 대여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 중에 경제적 이유외에 다른 부분도 있다는 점을 쉽사리 파악할 수 있다.

 

▲ 일본의 여성 전문 패션대여서비스 'airCloset'(사진=코트라 후쿠오카무역관)

옷장에 옷은 많은데 입을 옷이 없는 여성을 위한 전용 대여서비스 'airCloset' 역시 마찬가지다. 좋아하는 패션스타일과 이미지를 등록하면 전문 코디네이터가 선정한 옷과 패션아이템을 세트로 3벌 보내주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평가와 추가요청 사항을 기재해 반송하면 그것을 반영한 새로운 옷을 보내준다.

패션사이트 'Let Me Know'에서는 2016년 12월에 스마트폰을 통한 패션 대여서비스를 오픈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패션을 대여하는 서비스가 오픈해 있다. SK플래닛은 패션 대여서비스 '프로젝트 앤'을 지난해 선보였다.

SK플래닛이 프로젝트 앤을 선보이면서 강조한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O2O, 또 하나는 '스트리밍이다.

O2O서비스라는 성격은, 모바일 앱을 통해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월 이용료를 결제하면 전국 어디든 상품배송이 가능하다. 1벌로 총 4회 이용을 할지, 2벌로 4회 이용을 할지에 따라 월 이용료가 달라진다. SK플래닛의 시럽페이 간편결제를 통해 이용편의도 제공한다.

'스트리밍'이라는 말은, 음악사이트 이용자들에게 익숙한 서비스 방식이다. mp3 등 음원파일을 직접 구매해 다운받는 대신, 사이트에 접속해 라디오를 듣듯이 음원을 들을 수 있는 서비스를 '스트리밍 서비스'라고 말한다. 소유권 대신 이용권을 판매한다는 개념이다.

 

▲ SK플래닛이 지난해 선보인 의류 대여서비스 '프로젝트 앤'(사진=SK플래닛)

프로젝트 앤이 강조하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이런 방식이다. 해외 명품브랜드와 국내 유명브랜드, 신진디자이너 브랜드들의 다양한 최신 상품들 중 나에게 맞는 스타일을 추천 받고 원하는 옷과 가방을 골라 이용할 수 있다.

모바일에서 시작한 프로젝트 앤은 지난해 12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팝업 스토어를 오픈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다양한 패션 스타일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담당 스타일리스트가 상주해 매장을 방문한 고객에게 서비스 이용방법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자신의 체형과 피부톤 등에 대한 패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같은 의류 대여서비스는 패션감각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후쿠오카 무역관은 이와함께 일본에서는 한국과 달리 중고품 시장이 활성화 돼 있다는 점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역으로 말하면, 중고품 시장과 대여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한국에서 의류 대여서비스가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는 의미도 된다. 의류 대여서비스의 향후 추이에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해석된다.

(데일리팝=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