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근의 국방돋보기] 한반도는 왜 미국·중국의 고래싸움에 등이 터지나?
[권영근의 국방돋보기] 한반도는 왜 미국·중국의 고래싸움에 등이 터지나?
  • 권영근 한국국방개혁연구소장
  • 승인 2017.03.08 16: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권영근 한국국방개혁연구소장

오늘날 사드미사일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놓고 진행되는 미중 패권경쟁은 점입가경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의 대한민국을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형국(경전하사, 鯨戰蝦死)'으로 혹자는 생각할 것이다. 과연 그러할까? 이는 결코 아니다. 

이들 싸움에서 대한민국이 특정 국가에 가담하지 않으면 곤란할 것이란 일부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식이 문제인 듯 보인다. 6.25 전쟁을 경험한 60대 중반 이상의 인식에 더불어 6.25 전쟁 이후 미국이 한반도에 정립해준 기본 틀로 인해 이득을 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문제인 듯 보인다.

6.25 전쟁 당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유엔군이 중국과 소련의 지원을 받던 북한군과 싸웠다는 사실과 당시의 전쟁에서 많은 희생을 치렀다는 사실, 본인 또한 극심한 굶주림 등 고통을 경험했다는 사실, 이 같은 전쟁에서 미국이 대한민국을 지원해줬다는 사실 등은 뇌리에 깊이 박혀있다. 

이 때문에 지금도 6.25 전쟁 세대는 미군이 없으면 대한민국이 곧바로 망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형국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주요 관심은 북한 위협이다. 

그런데 한중관계가 정상화된 1992년 당시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했더라면 남북한은 대한민국 중심으로 통일이 됐을 것이다. 북한군의 항공기, 전차 및 함정과 같은 재래식 전력이 매우 열악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 말경 미국은 서서히 동북아지역에서 철수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있었으며, 당연히 남북통일을 미국은 구상한 뒤. 1992년 미국은 한반도 지속 주둔을 결심했다. 그와 동시에 남북통일을 저지하기로 결심했다. 남북이 통일되는 경우 미군의 한반도 주둔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북한군 재래식 전력은 1992년 당시와 비교하여 보다 열악한 수준이다. 반면에 한국군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따라서 주한미군이 철수한다고 해도 재래식 전력 측면에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더욱이 주변국들이 한반도 전쟁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면 북한군의 남침은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 핵무기와 관련하여 말하면 핵무기로는 결코 전쟁을 할 수 없다. 현재 러시아는 엄청난 규모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당시의 체첸분쟁에서 러시아는 체첸이란 저급의 군대와 싸워 곤혹을 치렀다. 

1990년대 당시의 러시아 경제의 몰락으로 재래식 전력이 매우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 운운할 수 있었는가?

북한군 핵무기는 한국군의 북침을 억지하는 과정에서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너죽고 나죽자"라고 말하며 달려들 수 있는 수단일 것이다. 

이 같은 점에서 보면 오늘날에도 대한민국은 주한미군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6.25 전쟁을 경험한 60대 중반 이상들은 미군이 없으면 대한민국이 곧바로 공산화될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든 것은 사실이다. 산업화의 주역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듯 보인다.

여기에 더불어 6.25 전쟁 이후 미국의 패권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목적으로 한반도 장기 주둔을 추구하면서 미국이 한국군을 포함한 대한민국 구조를 비정상적인 형태로 만들어 놓았다는 사실이 문제다. 

차기 정권은 미국에 당당해야 할 것이다. 사드미사일 한반도 배치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 배치한 사드미사일의 철수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미국에 더불어 중국과도 우호적이고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하면 한반도에서 결코 전쟁이 발발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 전쟁이나 핵무기를 운운하는 경우 중국은 곧바로 북한에 제공하는 연료와 식량을 중단시킬 것이고 국제사회가 곧바로 엄청난 제재를 가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부로 행동할 정도로 북한은 멍청한 집단이 아니다. 

유럽 국가들은 엄청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와 인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 및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자국을 방어할 목적의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에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북한 핵 및 미사일은 결코 우려할 대상이 아니다. 이것의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북한이 안보적으로 대단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주한미군 철수하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주한미군이 없어도 한반도 안보는 결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한반도가 적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경우 대한민국은 한반도에서의 미국의 국익 추구 행위에, 미중 패권경쟁 목적으로 한반도를 이용하겠다는 미국의 의도에 연루되면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형편 없는 수준의 북한을 겨냥한 1992년 이후의 미국의 대북정책에 지난 25년 동안 동참해온 결과는 무엇인가? 한반도 안보가 보다 안전해졌는가? 아니면 보다 불안해졌는가? 안전해졌다면 미국의 대북정책을 그대로 따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동참을 거부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한국인들의 잘못된 인식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살고자하면 반드시 죽고,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산다(생즉사 사즉생(生則死 死則生)"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씀을 명심하여 행동하는 경우 미중 패권경쟁에서 꽃놀이패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권영근 한국국방개혁연구소장
 
▲연세대학교 정치학 박사 ▲미 오레건주립대학 전산학 박사 ▲공군대령(예) ▲공군사관학교 교수 ▲국방대학교 합동교리실장 ▲국방과학연구소 데이터통신실장 ▲공군조종사적성연구소 소장 ▲한국국방연구원 객원연구원 역임 ▲現 공군발전협회 연구위원 ▲現 국방전문가포럼 회원 ▲現 한국국방개혁연구소 소장 ▲現 포항공대 외부연구원
 
※ 이 기사는 본지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