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브리프] 새판 짜기는 오로지 유권자의 몫이다 (下)
[한선브리프] 새판 짜기는 오로지 유권자의 몫이다 (下)
  • 김도형 한림대학교 교수
  • 승인 2017.04.1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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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장경제시스템의 내재적 모순과 개혁 방향부터 공유해야

김도형 한반도선진화재단 기획홍보위원장 (한림대학교 교수)

1인당 소득 3만 달러 깔딱 고개에서 10년 이상 허덕였다. 중진국 함정에서 탈피하기 위해 정치권은 나눠 먹기식 사익추구에서 벗어나 대의를 위한 치열한 정책 경쟁에 당당하게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유권자들은 우리의 경제사회시스템의 내재적 모순과 개혁의 방향을 이해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목민관을 선별했으면 한다.

첫째, 유권자들은 국가개조와 무상복지 공약 앞에서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병주고 약주는 꼴이다. 언
필칭 국가개조를 서두르면 해고와 도산이 불가피하고 내수절벽은 더 가까워지며 무상시리즈 남발하면 노동 의욕 감퇴와 모럴 헤저드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영세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에 몰릴 것이 뻔하다. 이러한 험로에서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려면 국가재창조의 로드맵과 재정금융 등에 의한 격변장치를 담은 집권 초 '100일 계획'을 제시해야 옳다. 

공약은 필요한 재원조달, 우선순위는 물론 그로 인한 부정적 영향까지도 흡수할 수 있어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비전과 정책만으로는 곤란하다. 이미 1990년대 초반 두르러지기 시작한 고비용·저효율 구조 개혁이 절실할 때도 구체적인 개혁의 로드맵이 없이 슬로건만 요란했었다. 시장실패를 교정해야 할 정부의 졸속, 땜질, 늑장 대응으로 정책실패만 누적되고 그 만큼 시장경제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은 약화되었다.

이제라도 대선주자들은 자신의 개별 공약에 대한 튼튼경제, 건전재정, 지속가능복지의 3가지 경제운영 목표의 상호조화 여부를 면밀히 점검해 주기 바란다.

둘째, 과도한 국가 개입을 이제는 최소화해야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요체인 우리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국익을 빙자한 정부가 여전히 구시대적인 보조금 행정에 몰두하다 패가망신하면 민간 책임으로 몰아가려는 무정견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기업 간 정보비대칭성이 날로 커져가고 40대 이후 공무원의 직무능력이 OECD 평균을 크게 밑돌고 있음에도 반기업 정서와 정의조차 불명확한 경제민주화 구호에 현혹되어 청년일자리를 공공부문에서 찾아 주겠다면서 대기업총수 구속과 유전무죄식 방면을 일삼으려 하고 있다. 이래서는 정부의 영이서지 않는다. 왜 싱가포르 공무원같이 소수 정예로 일많이 할 터이니 보상 더 해달라는 요구는 없는가. 부당불공정 거래의 거의 대부분은 과당 경쟁에서 유발된 것이며 결국 기득권을 옹호하기 위한 과잉중복 규제는 정부 실패의 산물임을 잊고 있다. 현재도 시행령 등에 의한 190개 이상의 입구와 출구에 대한 과잉중복 규제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대선주자들은 반기업 정서에 기대어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선출시 대주주 의결권 제한, 근로자 사외이사 의무선임 등을 포함하는 상법개정으로 대기업 지배구조를 대대적
으로 규제하려 하고 있다.

이제 모든 경제적 규제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완화·철폐하되 사회적 규제는 필요최소한에 그쳐야하며 국내대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고려하여 자산규모에 따른 차등규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담합과 일감몰아주기, 하청단가 후려치기, 기술탈취 등 불공정거래 관행 척결 및 중대한 불공정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와 집단소송제 도입 등 사법개혁과 공정거래위원회 운영개혁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공정위 고발을 전제로 검찰기소가 가능한 공정위 전속고발권은 이를 폐지할 경우 오히려 검찰고소·고발 남용으로 인한 중소·중견기업 피해가 우려된다. 

따라서 중대범죄 행위에 한해 전속고발권을 유지하고 그 외 위법행위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현행 감사원·조달청·중기청에 의한 의무고발제를 활성화하면 될 일이다. 재벌개혁이니 기업분할명령은 지나치다. 기본적으로 대기업집단 스스로 지속적이고 일관된 지배구조 개혁이 없다면 해외 글로벌 기업과 고급 전문인력과의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을 위한 대기업의 투자활동이 제약받지 않도록 경영권은 방어되어야 한다. 지나치면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우려가 있다. 

셋째, 노동, 공공, 금융, 교육의 4대개혁 입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을 조기에 마무리하여 성장전략에 불을 지펴야 한다. 지난 정권의 정책이라도 필요하면 이어가야 한다. 이제는 노동시간 단축, 연봉급 완화, 동일노동·동일임금의 단계적 도입, 최저임금 인상, 능력개발,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 등에 따른 등 개별기업 맞춤형의 미시적 노동개혁이다. 의료 간병 건강 금융 관광 문화 환경 등 신서비스와 전통제조업의 융복합을 통한 차세대 성장전략 발굴은 일자리 창출, 격차축소 및 생산성향상의 필요조건이다. AI, 로봇, 3D, 자율자동차, 드론, 빅데이터 등 전략적 인프라 정비를 위한 정부의 선행투자, 정부관련 연구개발기관과 대학의 대대적 재편과 연대는 새로운 혁신생태계를 조성은 스마트화, 플랫폼화, 서비스화, 친환경·저에너지화 등 제4차 산업혁명의 트랜드를 선도하기 위한 충분조건이다. 이들 선행투자와 혁신생태계 조성이야말로 스마트 주식회사 한국호 CEO의 당연한 통치행위여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산하 수많은 위원회와 대행기관은 관민 간 정보전달과 이해조정이라는 순기능보다는 논공행상식 낙하산 인사, 책임소재 불분명, 의사결정 지연 등 역기능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대폭 축소해야 한다. 선진국은 오래전 위원회나 심의회 방식을 탈피한 신산업정책으로 해외에 나간 기업들이 유턴하고 있다.

넷째, 주주 중심의 거버넌스를 종업원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서구에서 이식된 우리 회사법은 분명히 주주총회, 이사회, 감사회를 통한 거버넌스와 함께 대리인인 경영자의 이윤극대화를 기본이념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주주자본주의가 기본이다. 그러나 시장경제 시스템으로서의 기업의 자본논리가 지속성을 유지하려면 이해관계자 간 대립을 끊임없이 조정하는 핵심종업원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는 이런 점에서 노조간부를 포함한 핵심 종업원 위상이 정립되지 않아 오너 독단경영의 폐해에 무력하다. 핵심 종업원은 기업 내 다기능 교육훈련과 승진승급을 통한 고도 숙련노동으로서 기업의 질적성장과 기업 내 공정분배를 양립시키는 인적자본인 셈이다. 이러한 종업원주권이 기업시스템의 근간을 이룰 때 비로소 주주주권과 공유경제도 가능하고 귀족노조 폐단도 시정될 수 있다. 비록 주식배당은 낮더라도 주식장기보유로 경영권과 고용이 보장됨으로써 기업가치가 상승한 후의 주식매매차익을 고려한다면 결코 주주중심 거버넌스하의 주식단기차익에 비해 손색이 없다는 사실이 실증되고 있다. 일자리와 복지는 진보 측 주장과 같이 사회와 정부에 전적으로 맡기기보다 기업시스템 속에 내부화하여 리스크를 완화하고 지속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공공부문도 민영화를 목표로 성과연동제가 도입, 확산되어 양질의 일자리와 성장동력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부가가치 창출 현장에서 성장성, 민주성, 공평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부실 부문이 커지는데도 해고 자유가 없어 본업성장이 가로막히니 국내 청년 실업에도 불구하고 노조와 협의 없이 해외로 생산기지를 막무가내 이전해 간다. 기획 연구 개발 등의 전공정 부서는 여전히 조립 생산 물류 유통 등 후공정 부서와 수평적 연대가 아닌 수직관계를 고집하는 갑을의 비민주적 행태 때문에 부가가치 사슬이 망가지고 있다. 원화환율 상승으로 얻은 이익은 내부 유보를 통한 연구개발, 품질 향상, 가격 인하로 소비자에 환원하기보다는 오로지 임금인상과 배당으로 자신들 몫을 챙기려는 노사 결탁을 도처에서 목격한다. 개혁 개방도 그 이익이 결국 소비자로 환원될 때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여섯째, 청년세대들의 적극적인 투표참여가 필요하다. 급속한 저출산·고령화와 생산인구의 감소와 시
대를 맞아 연금채무가 쌓여 간다. 저출산대책, 사회보장제도 개혁, 생산성향상 방안을 동시에 고민하지 않으면 미래세대 부담은 가중되고 부와 교육의 대물림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자. 기본적으로 복지재원은 自助(자기부담)-共助(보험료)-公租(조세)에 의한 분담이 원칙이다. 그럼에도 중장년 기득권은 자신의 부담은 차세대로 넘기고 급여는 당연한 수급권으로 주장한다. 인구보너스 시대 설계된 연금 건강 요양 등 사회보장시스템은 과감하게 개혁해야 한다. 표를 잃을 공산이 크지만 해내야 한다. 기득권이 자신의 부담을 국채발행이나 감세 등 재정기능을 통해 미래세대에 전가함으로써 미래세대의 꿈을 앗아가는 합법적인 아동학대(Child Abuse)를 자행하는 대의제민주주의 결함을 방치하고 과연 정의를 논할 수 있는가? 

청년세대가 투표장에 나와야 한다. 작년 20대 총선에서 2030세대 투표율이 19대에 비해 10% 포인트나 오르고 대신 5060세대 투표율은 하락함으로써 제3당 출현이라는 새로운 정치지형이 가능했다. 다당제의 장단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청년세대의 투표참여가 그들의 열정으로 많은 새로운 것을 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는 선거제도도 유권자수만을 기준으로 하는 기존의 지역구(地域區) 단위에서 유권자의 평균여명으로 가중한 청년구 장년구 노년구 등 연령구(年齡區) 단위로 개혁하여 진정한 1표의 가치를 실현하고 대의민주주의 결함을 시정해가야 한다.

청년층 사회보험료 인하, 중장년층 연금보험료와 의료비 자기 부담 인상, 연금지급 연한 연기, 소득대체율 점진적 추가인하, 부과방식의 연금재정운영을 적립방식으로, 확정급여를 확정각출로 전환하고 동시에 간병 근로자 임금인상, 간병인력 확충, 노인빈곤층 등 지원 확대 등 100세 시대에 걸맞은 '100년 안심사회보장 시스템'을 유권자에게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복지재원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윗돌 뽑아 아랫돌 메우는 식의 소득세, 법인세 중과보다 부가세의 단계적 인상을 각오해야 할 때이다. 중복지·중부담은 허상일 뿐이다.

 

이 글은 필자의 견해로서 데일리팝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