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이코노미] 남성 고객, 쇼핑 들러리에서 백화점 큰손으로
[솔로이코노미] 남성 고객, 쇼핑 들러리에서 백화점 큰손으로
  • 이창호 기자
  • 승인 2017.04.1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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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신세계백화점)

최근 백화점들이 남성 고객을 잡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여성의 동행으로 찾아와 쇼핑의 들러리 역할만 하던 남성 고객들이, 이제는 쇼핑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신세계백화점은 4월 중 본점과 강남점, 센텀점, 대구신세계 총 4개 지점에서 '멘즈위크'를 진행하고 있다. 봄 정기 세일을 단축한 대신, 패션을 중심으로 남성 고객을 잡기 위해 나선 것이다.

신세계가 봄 의류가 가장 많이 팔려나가는 4월에 여성이 아닌 남성을 위한 대대적인 행사를 선보이는 이유는 해마다 남성들의 매출 비중이 크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에 따르면 봄 의류 성수기인 3월과 4월 남성 매출 비중은 지난 5년간 꾸준히 증가해왔다. 2015년 처음으로 30%를 넘어섰으며, 지난해 32%를 돌파했고 올해도 37% 수준을 보였다.

연령대를 나눠서 보면 30대의 신장세가 두드러졌다. 최근 5년간 평균 17%의 매출 증가율을 보였으며, 올해 봄 시즌에는 35.9%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소득은 40대 이상보다 낮지만, 씀씀이는 더 커 백화점 입장에서는 큰 손 고객으로 주목할 만 하다.

30대 고객들의 매출이 증가한 이유로는 결혼연령이 30대 중후반까지 늦춰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20대보다 소득에서 여유가 있으면서, 40대에 비해 가족부양의 부담을 지고 있지 않은 30대 남성 1인가구들이 백화점 매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유독 다른 유통채널보다 '백화점'이 더욱 남성 고객에 집중하는 이유는 다양하게 설명할 수 있다. 먼저, 백화점들 입장에서 볼 때 전통적인 중심고객층인 여성 고객 공략은 이미 한계에 달한 반면 남성고객은 블루오션으로 보일 수 있다.

이와 함께, 남성 고객들의 소비패턴이 백화점 입장에서 공략하게 편하다는 풀이도 있다.

 

▲ (사진=트렌드모니터)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백화점 또는 아웃렛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전국 만 19세~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정장의 경우 유명브랜드를 구입한다는 응답이 34.4%에 달했다. 여성정장은 유명 브랜드를 구입 응답이 25.3%로 더 낮았다.

반대로, 여성정장을 길거리 제품 등 저가제품으로 구입한다는 응답은 21.3%로, 남성정장(12.6%)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같은 성향이 다른 유형의 상품에서도 나타난다. 여성구두는 저가품을 구입한다는 응답이 27.0%로, 유명브랜드를 구입한다는 응답(22.8%)보다 더 높은 비중을 보였다. 반면 상대적으로 남성고객의 비중이 높은 스포츠와 아웃도어 의류의 경우, 유명 브랜드 구입한다는 응답이 40.6%에 달한 반면 저가품을 구입한다는 응답은 12.3%에 그쳤다.

응답비율이 이렇게 갈린 이유는 여러 분야에서 찾을 수 있다. 해당 제품이 얼마나 다양한 가격대로 출시되는지, 해당 제품의 사용연한과 재구매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는 방식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원인이 무엇이건 간에, 남성 고객들이 많이 구매할 제품에서 유명 브랜드를 구매한다는 응답이 더 높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백화점들이 남성 고객에 주목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종전과 달리 남성 고객들의 소비가 다양해졌다는 점에도 백화점들이 주목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남녀 공용 화장품의 매출이 최초로 500억원을 돌파했다. 색조화장품 브랜드 매출에서 남성 고객의 구성비도 2012년 4%에서 지난해 11%까지 늘어났다. 객단가 역시 증가하면서 화장품 시장에서 남성 고객의 구매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남성도 사용할 수 있는 쿠션이나 립밤 등의 품목에서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며 프로모션도 진행했다.

화장하는 남성을 논할 때 흔히 쓰이는 '그루밍(grooming)족'은, 본래 패션과 미용에 적극적이고 투자를 많이 하는 남성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표현이다.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1인가구가 확산하면서, 그루밍족 역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백화점 매출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백화점이 남성 1인가구를 블루오션으로만 보기에 어려운 점도 있다. 아이쇼핑이나 충동구매를 즐기기 보단 목적지향적인 소비를 하는 이들의 소비패턴을 백화점들이 어떻게 충족시킬지가 관건이다.

(데일리팝=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