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체험기] 셋톱박스에서 인공지능으로 진화한 'KT 기가지니', 장·단점은?
[솔직체험기] 셋톱박스에서 인공지능으로 진화한 'KT 기가지니', 장·단점은?
  • 정단비 기자
  • 승인 2018.07.20 1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마존이 인공지능스피커 알렉사를 담은 에코, 에코닷 등을 선보이면서 인공지능 담은 기기들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밖에도 애플, 구글도 인공지능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도 이동통신사들이 인공지능 스피커들을 선보이면서 빠르게 시장이 성장 중이다.

시작은 SKT '누구'였다. 현재 광고도 활발하게 하고 있으며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아리야~'라는 부르는 말에 응답하는 PPL도 자주 볼 수 있다. 

이에 대응해 업계 라이벌 KT는 셋탑박스와 인공지능스피커를 하나로 묶은 '기가지니'를 출시했다.

   

Q. 'KT 기가지니'를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기가지니는 '셋탑박스+인공지능' 스피커다. 주된 기능은 인공지능 스피커가 아니라 엄연히 셋탑박스다. 아마존 알렉사의 경우 인공지능을 통한 주문에 특화돼 있고, 구글홈은 구글 서비스 연결이 특화된 기능이다. KT 입장에서는 섹탑박스에 연결하는 것이 가장 잘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SKT '누구'는 오프만켓 '11번가'와 연계해 주문이 가능한 스탠드형이다. 후발주자인 KT 입장에서는 똑같은 형태의 스피커를 내놓으면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셋탑박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 약점이다. 휴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Q. 'KT 기가지니'가 다른 인공지능 스피커보다 갖는 장점은 무엇인가?

일단 생김새가 매우 독특하다. 조금은 전통적이라 할 수 있는 다른 경쟁사 제품에 비해 기가지니는 조금은 미래지향적인 모습이다. 

기가지니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어떤 스마트스피커도 TV와 직접 연결되지 않지만 TV와 연결되어 화면을 보면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각종 결과물을 TV화면에 송출할 수 있고 TV 셋탑박스 기능에 인공지능을 담았다는 것이 기가지니를 잘 설명하는 말이다.

하만카돈의 오디오가 장착돼 스피커 기능이 강력하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진짜 하만카돈이 만들어 납품했다기 보다는 대부분 이런 경우가 그렇듯, 하만카돈의 기술이 살짝 튕기고 지나갔다고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아무튼 음악감상을 위한 준비는 확실한 편이고, 음질도 상당히 괜찮다. 

하나 특이한 것은 TV를 볼때도 TV스피커 대신 기가지니를 스피커로 쓸 수 있는데, 그때의 음질과 음악감상 음질에 좀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입출력포트를 갖추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보통 인공지능스피커는 와이파이로 연결되고 블루투스로 스피커 기능을 갖추는 정도인데, TV와 연결하다보니 HDMI포트를 비롯해, 무선, 유선을 모두 갖추고 있다. 사운드바에 연결할 때 쓰는 SPDIF단자도 있고, 옆쪽에는 USB 드라이브 등을 꽂아 쓸 수 있도록 USB포트와 심지어 마이크로 SD 단자도 있다. 

   

Q. 'KT기가지니'의 인공지능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은 갈 길이 멀고도 멀다. 구글홈이나 아마존 알렉사가 쇼미너머니라면 고등레퍼 수준도 안 되는 것이 KT 기가지니의 현실이다. 좀 복잡한 질문이나 어려운 질문을 하면 모른다는 답변이 수시로 쏟아진다. 이는 아직 학습이 부족한 탓이다. 이는 단지 기술의 문제만 아니라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대목이기에 이제 막 선보인 기가지니에게 이를 요구하기는 무리다.

가장 직접적인 경쟁자인 SKT 누구에 비해서도 아직은 조금 부족하게 느껴진다.

물론 미리 정해둔 질문에 대한 답변은 확실하고 뉴스, 날씨, 교통 등에 대한 정보는 아주 정확하게 알려주기도 하는 것과 더불어 '지니야 아빠는 누구니'라는 질문에는 '저도 궁금해요'라는 식의 농담섞인 대답을 하기도 한다.

Q. 실행 가능한 기능은?

기본적으로 셋탑박스니 TV와 관련된 모든 것은 말로 할 수 있다. 또 KT의 제품답게 인터넷 전화도 가능하며 HD급 음성통화를 지원한다. 카메라를 달면 영상통화도 할 수 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날씨, 라디오와 알람, 캘린더 관리, 뉴스 검색, 버스 도착 시간, 실시간 교통, 카카오택시 부르기 정도다. 여기에 음식 주문도 할 수 있는데 아직은 한정적이라 요기요나 배달의 민족 정도의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앞서 설명한대로 이런 서비스는 인공지능 요소가 강하기는 하지만 미리 정해두는 서비스이고, 궁극적으로는 대화하기와 물어보기에 대한 대답이 얼마나 정확한가, 얼마나 쓸모 있는가에 성공의 열쇠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Q. 가능한 IoT 기능은?

대부분의 인공지능스피커와 마찬가지로, 기가지니 역시 IoT장비를 제어하는 힘을 갖추고 있다. 이미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스마트플러그를 비롯해, 스마트 디지털 도어락, 스마트 가스안전기 등의 다양한 IoT장비와 호환된다.

하지만 오로지 KT 기가 IoT홈서비스에 가입된 기기만 사용가능하다는 점은 반쪽짜리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저 지금으로는 기가 IoT홈서비스의 음성리모컨 수준에 머물렀다고 보는 것이 냉정한 판단이다.

Q. 'KT 기가지니'의 미래는?

얼마 전 2017서울 모토쇼에서 기가지니와 현대차 아이오닉(IONIQ)을 연동한 Home to Car 서비스가 있었다. 자동차와 연동한 기가지니를 통해, 원격시동, 위치안내 등 인공지능 기반의 음성 인식을 통해 차량 제어를 시연했다. 물론 아직은 시범단계이며 상용화하면, 지금처럼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제어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해서 이른바 인공지능 서비스를 통해 훨씬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파트의 스마트홈에도 올 하반기 부산 영도구에 입주 예정인 롯데캐슬 단지에는 기가지니를 이용한 인공지능 시스템 아파트가 건설 중이다. 세대 내 홈네트워크 시스템과 기가지니를 통해 음성으로 제어하는 솔루션이 도입되며 집에서 난방 제어, 승강기 호출, 차량 입차 알림 등의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더불어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이 한창인 가운데 금융에도 진출한다. 기가지니는 미래에셋대우 금융정보를 접목시켜 주가·지수조회, 시황정보, 종목·금융상품 추천 등이 우선 적용될 계획이며 비대면계좌개설 서비스와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 고객편의 서비스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면 기가지니에 "지니야, 오늘 주식시장 어땠어?"라고 물으면 "코스피 지수는 달러화 약세 전망과 한국증시 저평가론 확산으로 전일대비 0.99% 상승한 2,178.38 포인트로 마감했으며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라는 등의 금융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서비스는 전문 회사와 손잡고 계속 늘어날 예정인데, 예를 들면 렌트카 및 호텔 예약, 여행 상품 및 호텔 예약 등이 우선 떠올릴 수 있는 분야다. 음식배달서비스와 손잡는 것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Q. 'KT 기가지니'의 보완할 점은?

이미 아마존 알렉사, 애플 시리, 구글홈 등을 모두 써본 입장에서 말하면 냉정하게 한국말을 알아듣는 똑똑한 스마트 셋탑박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미 이 시장은 글로벌 공룡기업의 치열한 사냥터다. 

일찍 선보인 이유도 크겠지만 아마존 알렉사의 경우 쓸 수 있는 서비스가 무려 만 가지에 달한다. 일주일마다 보내오는 이메일을 보면, 도대체 이 많은 서비스를 어떻게 준비했나 싶을 정도다.

반면 KT 기가지니에서 제일 쓸 만한 서비스는 여전히 음악이다. 이는 사실 SKT누구 역시 그리 다르지 않다. 이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생태계나 플랫폼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대기업 내부에서 아이디어를 찾고 진행하는 서비스와 시너지를 내는 이른바 독자생존, 자력갱생형 비즈니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관련 서비스는 인공지능스피커라면 기초 가운데 기초다. 문제는 이 하드웨어와 이 서비스를 그대로 적용해서 한국 말고 어느 나라에서도 판매하기는 어렵지 않겠나 싶다는 것이다.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진다. 반드시 서비스 문호를 넓히기를 권하고 싶다. 그러지 않는다면 그저 비싸고 말만 알아들 수 있는 셋탑박스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데일리팝=정단비 기자)

(사진·자료: 다나와 http://www.danawa.com)

※데일리팝은 IT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을 위해 '다나와'와 콘텐츠 제휴를 맺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