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이코노미] '옥자' 논란 넷플릭스, 인기 배경에 혹시 1인가구가?
[솔로이코노미] '옥자' 논란 넷플릭스, 인기 배경에 혹시 1인가구가?
  • 이창호 기자
  • 승인 2017.06.12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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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포스터. 넷플릭스로 개봉하면서, 영화관과 영화팬들 사이에서 다양한 논란을 낳았다.

칸 영화제에서 뜨거운 논란의 불씨가 됐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가 12일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영화계 내부에서 영상플랫폼의 단독콘텐츠를 놓고 '새로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사실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사건이나 논란이 한국에서는 전혀 새롭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영상플랫폼의 단독콘텐츠를 둘러싼 논란이 한국에서도 이미 있었다.

야구팬이라면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를 동영상사이트인 엠군닷컴에서 단독으로 생중계할 뻔했던 사건을 기억할 지도 모르겠다. KBS·MBC·SBS 등 지상파 3사와 중계권자간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엠군닷컴은 이 대회 생중계를 유료로 공급할 기회를 가졌었다. 지상파 3사가 이 대회를 중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마치 사회문제처럼 논의되기까지 했다. 결국 협상이 재개돼 TV를 통한 생중계가 확정되자, 엠군닷컴은 유로로 판매한 시청권에 대한 환불을 진행하기까지 했다.

사안의 성격은 좀 다르지만, 영상플랫홈이 제작한 단독콘텐츠에 대해 기존 플랫폼은 물론 사용자들이 보이는 반응도 비슷하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있어 보인다.

'옥자' 논란 이전에도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 콘텐츠를 회원들에게 제공해 왔다. 한국에서는 흔히 '미드 보는 사이트'로 알려져 있지만, 190여개 국가에서 1억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글로벌서비스기도 하다. 영화는 익숙치 않지만, 자체제작 드라마는 일찍부터 유명했다.

자체제작 드라마 중 대표적인 '하우스 오브 카드'를 2013년 공개할 때는, 전편을 한꺼번에 공개해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사실 넷플릭스의 가장 큰 의미는, TV드라마를 반드시 TV라는 기기를 이용하지 않고 본다는 점일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넷플릭스와 1인가구 사이의 연결고리가 발견된다. 최근 불고 있는 넷플릭스의 바람에, 1인가구가 있을 것이라는 추정에는 다양한 근거가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1인가구의 매체 보유와 이용 특성' 보고서에서 4366가구에 주거하는 만 13세 이상 7385명에 대한 방송매체 이용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통한 1인 가구의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시청 비율은 11.8%로 2세대 가구의 가구원(16.5%)에 비하면 낮지만 1세대 가구(8.0%)와 3세대 가구(9.8%)의 구성원에 비해서는 높게 나타났다.

1인가구의 데스크탑과 노트북을 이용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시청 비율도 6.8%로 2세대 가구의 가구원(8.3%)에 비하면 낮지만 1세대 가구(4.3%)와 3세대 가구(1.4%)의 구성원에 비해서는 높게 나타났다.

1인가구의 데스크탑이나 노트북 보유율은 2세대나 3세대 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는 가족 구성원의 수, 주거 공간의 차이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보유비율에 비하면 활용도가 크게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처럼 'TV 시청'을 TV가 아닌 다른 매체로 하는 문화가 1인가구에서 보이기 때문에, 넷플릭스의 인기 배경에 1인가구가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쉽사리 가능해 진다. 모바일, 태블릿, 노트북, 데스크톱 PC 등 인터넷 연결이 된다면 어떤 기기로도 인기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점은 넷플릭스가 가장 강조하는 바다.

 

▲ (사진=넷플릭스)

여기에 혼자 드라마를 보며 여가 시간을 보내는 '혼놀족' 확산도 적잖은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넷플릭스는 최근 시청자들이 편성표에 얽매이지 않고 원하는 시간에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가별로 드라마 시청 시간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조사결과도 내놓았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시청자들은 특히 자정에서 오전 6시 사이에 넷플릭스를 이용해 TV를 보는 야행성 시청자였다. 전체 시청에서 자정과 오전 6시 사이의 시청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5%였는데,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는 이 비율이 21%로 높아졌다.

심야 시간 시청비율이 높아지는 국가 중에 한국과 일본이 포함된 점은 의미가 있다. 두 나라는 상대적으로 노동시간이 길고 야근과 회식 등의 문화가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1인가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혼술, 혼밥 등 다양한 혼자문화가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혼놀족'의 여가시간에 넷플릭스가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추정이 의미있어 보인다.

이처럼 넷플릭스의 인기가 최근 늘어난 이유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단순히 인터넷 인프라가 확산되고 모바일 기기가 널리 보급됐다는 점 외에, 1인가구의 증가라는 인구구조 변화에 혼자문화의 확산이라는 사회변화가 겹쳤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특정한 비즈니스의 성공이라기 보단, 사회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데일리팝=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