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한 IT] 전자책 볼 땐 아이패드보다 전용 단말기? '이북리더'와 독서의 미래
[Hip한 IT] 전자책 볼 땐 아이패드보다 전용 단말기? '이북리더'와 독서의 미래
  • 이창호 기자
  • 승인 2017.06.1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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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레마 진영의 신작 '크레마 카르타' (사진=예스24)

전자책 전문기업인 한국이퍼브에서 최근 새로운 이북리더(Ebook Reader) '크레마 카르타 플러스'를 출시했다. 최근 주춤한 전자책단말기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로 출시된 크레마 카르타 플러스는 크기가 6인치다. 소형 태블릿PC가 보통 7~8인치인 것에 비하면 보다 작은 크기다. 교보문고의 전용 이북리더 'SAM' 역시 6인치였다. 전자책 전용단말기의 원조 격인 아마존의 킨들 역시, 시리즈에 따라 다양하지만 작으면 6~7인치 안팎의 크기였다.

크레마 카르타의 저장용량은 16GB이며, 외장 메모리를 활용하면 32GB로 확장할 수 있다. 배터리는 기존 크레마 모델 대비 늘어난 3000mAh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와 달리 이북리더에 쓰이는 e-ink 방식은 전력소비가 훨씬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한 용량일 가능성이 있다. 무게는 215g, 두께는 8mm로 문고판 책 한권보다도 조금 작은 크기다.

크레마 시리즈의 최대 장점은 다양한 뷰어를 설치할 수 있는 열린서재 기능이다. 정부의 조율로 교보문과 SAM도 호환이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전자책 단말기 중 다양한 서점에서 산 전자책들을 가장 손쉽게 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이퍼브는 서점과 출판사, 신문사들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크레마' 단말기나 전용 앱에 서점의 아이디를 연동하면 이들 서점에서 산 전자책을 읽을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서점을 '크레마 진영'이라고 불렀다. 당초 크레마 진영은 5곳에 달했으나, 지금은 예스24·알라딘·반디앤루니스 3사가 남아있다.

2015년 출시한 '크레마 카르타'의 후속버전이다. 2015년에는 크레마 카르타 외에, 전자책 전문 서점 리디북스가 '리디북스 페이퍼'를 출시하며 돌풍을 몰고 왔다. 리디북스 페이퍼 출시 당시 한때 판매 사이트가 마비됐고, 초기 물량이 조기 품절돼 주문하고도 물건을 받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 리디북스의 전자책 단말기 '리디북스 페이퍼' (사진=리디북스 홈페이지 캡쳐)

크레마 카르타 역시 7만대 이상 판매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크레마 시리즈들은 2012년 런칭 이후 예스24에서만 16만대 이상이 팔렸는데, 앞선 제품들보다도 크레마 카르타의 판매량은 특히 많아 보인다. e-ink 대신 LCD를 사용해 기존 태블릿PC와 비슷해 보이는 '컬러 단말기' 컨셉으로 '크레마 원'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지속하기도 했다.

전자책 전용 단말기 시장의 경쟁은 2012년부터 2013년 사이에 본격화됐다고 볼 수 있다. 크레마와 교보문고의 SAM, 인터파크의 비스킷 탭 등이 나오면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들 국산 전자책 단말기들의 성능은 기대 이하였다. 전자기기를 사용할 때 "이등병처럼 빠릿빠릿한" 반응속도를 원한다는 한국 소비자들의 성향이 한몫 했다. 여기에, e-ink의 수준도 문제였다.

e-ink는 마치 종이 위에 글씨가 쓰여진 듯이 보여주는 기술이다. 핸드폰 화면으로 오랫동안 글씨를 들여다보면 눈이 아파서, 전자책을 이용하기 힘들다는 독자들이 많다. 화면 뒤에서 나오는 빛을 줄이고 마치 종이책 같은 느낌을 주는 e-ink 기술은, 아마존이 킨들에서 사용한 뒤 이북리더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같은 e-ink를 사용해도 킨들과 다른 전자책 단말기가 눈에 주는 자극의 정도는 비교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2015년 크레마와 리디북스가 맞대결을 벌이던 당시에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발전을 이룬 이북리더가 두 회사에서 동시에 출시되면서, 소비자들의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시기 이후 이북리더 시장의 경쟁은 다소 주춤한 듯 보인다. 전자책단말기들은 대개 태블릿PC보다 저렴하다는 장점을 내세웠는데, 저가 태블릿PC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시장을 잠식당한 영향이 보인다. 교보문고는 아예 자체 단말기 대신 삼성전자의 갤럭시탭과 연계한 이벤트를 진행한지 오래됐다. 태블릿PC에 독서모드가 지원되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독서모드는 화면 뒤에서 나온 빛을 줄이고 색깔을 바꿔, 장시간 독서를 해도 눈이 피로하지 않도록 하는 모드다.

가장 큰 벽은 종이책이라는 해석도 있다. MP3 음원이 등장하고 오래지 않아 CD음반과 플레이어가 동시에 사라졌지만, 도서 시장에서는 그런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 전자책 시장은 어느새 성장세를 멈췄고, 종이책 소비시장은 여전히 건재하다.

가볍고 소지하기 편한 전자책 단말기들이 태블릿PC와 종이책 사이에서 어떤 미래를 개척해 나갈지는 속단할 수 없다. 다만, 까페에서 꺼내놓고 멋을 부리기에 맥북은 너무 비싸고 태블릿PC는 너무 흔하다. 분명 이북리더가 자리할 시장은 존재한다는 의미다. 앞으로도 이북리더의 멋을 독서가들에게 퍼뜨릴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데일리팝=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