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GOGO] 싼 맛에 먹는 시대 끝, 편의점 도시락의 고급화 경쟁 치열
[편의점GOGO] 싼 맛에 먹는 시대 끝, 편의점 도시락의 고급화 경쟁 치열
  • 이창호 기자
  • 승인 2017.06.2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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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도시락의 소비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소비가 늘었다는 것은, 소비자가 편의점 도시락에 대해 가진 이미지가 변했을 가능성도 시사한다.

실제로 지난해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도시락' 이용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편의점 도시락의 수준이 과거보다 좋아진 것 같다는 인식이 87.3%에 달했다.

하지만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25.8%만이 동의하는데 그쳤다. 편의점 도시락을 사먹는 사람들은 왠지 건강을 잘 못 챙기는 사람 같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응답도 38.7%에 달했다. 과거 '인스턴트' 식품이나 판매되는 완제품 음식에 대한 불신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편의점 도시락들도 이런 인식들을 잘 알고 품질경쟁에 들어갔다. 지난해에는 고급화 전략이 두드러졌다. GS25는 지난해 예약주문으로만 구매할 수 있는 1만원짜리 장어덮밥 도시락을 내놓은 바 있다. 프리미엄 도시락 출시를 통해 편의점 도시락의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 (사진=BGF리테일)

CU 역시 올해 초 한정수량으로 횡성한우를 이용한 프리미엄 도시락을 내놓으며 편의점 도시락의 고급화 경쟁에 뛰어들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횡성축산업협동조합과 업무제휴를 통해 업계 최초로 횡성한우를 활용한 프리미엄 간편식 개발에 들어갔다. 횡성한우를 사용한 불고기 도시락에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명품으로 인증한 1등급 이상의 우육을 사용했다.

BGF리테일은 지난해부터 CU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쌀밥류 전 상품에 신동진미를 사용하고 있다. 김밥, 주먹밥 상품에는 완도김을 적용하는 등 유명 식재료를 사용해 고품질 제품이라는 이미지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GS25는 역시 이달부터 모든 도시락에 사용되는 쌀을 탑라이스로 변경했다.

'탑라이스'는 농촌진흥청에서 주관하는 쌀 혁명 프로젝트명으로 최고등급의 품질을 목표로 정해진 생산계획에 의해 생산된 쌀을 일컫는다.

농촌진흥청이 정하는 생산, 품질관리 매뉴얼에 따라 계약재배를 통해 생산되는 완전립 비율이 95% 이상인 최고품질의 탑라이스를 GS25가 도시락 밥을 짓는 데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GS25가 이번에 사용하는 탑라이스 품종은 호평미로 밥 특유의 단 맛과 쫄깃한 찰기가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GS25는 그동안 전년 가을 수확한 고품질 햅쌀만을 농협에서 공급받아 도시락 밥을 지어 왔으며 당해 햅쌀 수확 직전 쌀의 품질이 저하되는 시기인 8월부터 탑라이스를 사용해 왔다.

GS25는 탑라이스가 일반 햅쌀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고객들에게 최고 품질의 쌀로 지은 밥을 제공하기 위해 올해는 6월부터 탑라이스를 사용하게 됐다.

정재현 GS리테일 편의점 도시락MD는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고객들의 눈 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가성비 좋은 도시락 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번 탑라이스 사용을 통해 도시락 밥맛을 높여 전체적인 도시락의 품질을 더욱 끌어올림으로써 고객의 만족감을 높이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쌀 변경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 (사진=GS리테일)

GS25는 이 밖에 도시락에서 사용된 적 없는 폭립을 메인메뉴로 사용한 도시락을 선보이는 등, 고급도시락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편의점 도시락의 프리미엄 경쟁이 치열하지만, 가격대가 크게 오른 것은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GS25가 1만원대의 도시락을 출시했었지만, 최근 출시되는 주요 프리미엄 도시락들의 가격대는 4~5000원대가 대부분이다.

도시락 전문업체의 메뉴 중에는 6~7000원대 제품이 적지 않고, 프리미엄 도시락은 1만원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편의점 도시락은 가격대가 이보다 낮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구매하는 고객층들은 가격과 성능의 조화, 이른바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보다 선호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앞서 소개한 트렌드모니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보통 구입하는 편의점 도시락의 가격은 3000원대가 64.7%로 가장 많았고 4000원대가 22.2%로 뒤를 이었다. 편의점 도시락 구매 시 고려하는 요소 중 맛(57.7%)에 이어 가격(53.3%)도 중요한 요소로 꼽히기도 했다.

편의점 도시락은 편의점 내부의 음식들뿐만 아니라 외식업계 전반과 경쟁관계이기 때문에, 가격대에 큰 변화를 주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결국 높은 품질과 저렴한 가격의 조화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어가느냐가 편의점 도시락 경쟁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데일리팝=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