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 칼럼]부산 출마 지역구를 발표하고서…
[명사 칼럼]부산 출마 지역구를 발표하고서…
  • 김영춘 전 국회의원
  • 승인 2012.01.0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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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부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년 총선에서 부산의 한 지역에 출마하겠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 김영춘 전 의원
그곳은 제가 유아기와 초-중-고 학창 시절을 모두 보낸 지역입니다. 그러므로 어릴 때의 추억과 향수는 모두 이곳 골목골목에 집중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친구들과 축구, 야구를 하던 학교 운동장들과 동네 공터들, 친구들과 개구리잡으러 다니던 백양산, 그리고 친구집을 오가던 골목길들이 지금 눈을 감아보아도 어제 일인양 선연합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한 이후 저는 다른 이들이 의례 그러듯이 서울에 살고 생활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더욱이 서울 광진구에서 17년 동안이나 정치활동을 하고 국회의원도 2번 지냈으니 이제 광진구는 제2의 고향으로 여겨질만큼 편안한 곳이 되었습니다.

서울 강북지역은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선전이 예상되므로 이곳에서 재출마하는 것이 현실적인 타산일 것입니다. 작년 지방선거 전에 민주당 지도부의 그런 권고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부산으로 지역구를 바꿔 더 어려운 선거에 나가려는 것은 오랫동안 미루어왔던 소망을 이제 실현해보고자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2003년 초선 국회의원 시절에 저는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열린우리당 창당에 나섰더랬습니다. 완고하고 극단적인 이념과 지역주의에 찌든 정치로는 우리나라가 도저히 선진국의 대열로 올라설 수 없겠다는 경험적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탄핵파동 이전 시점에는 열린우리당이 서울에서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틈바구니에서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 지 걱정되던 때였던지라 당시 당 지도부마저 수도권 사수를 위해 부산 출마를 만류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고민을 접었는데 지역주의 극복을 염원하며 부산 출마를 권유했던 많은 분들에게 참 미안했습니다.

18대 총선 불출마로 야인 생활을 하던 작년 초에는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할 것을 권유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염치없는 짓이다 싶었습니다.

고향을 떠나 30년 동안 객지 생활을 하다가 느닷없이 불쑥 대도시 부산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시장이 되겠다고 나서는 것은 부산시민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부산이 안고 있는 큰 문제들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무책임한 자세라고 판단했습니다.

적어도 부산의 현황과 문제들, 그리고 미래 비전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과 학습이 선행된 연후에야 가능한 도전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무엇보다 제가 다시 부산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선결되어야 할 과제였습니다.

내년 총선 부산 출마는 정치인으로 살아온 저로서는 그 ‘부산사람되기’의 가장 강력한 방식입니다. 서울에서 쌓아올린 정치인 김영춘의 기득권을 내던지고 부산에서 한나라당 일당 지배의 파열구를 내는 도전에서부터 부산 발전의 동력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지역주의가 아니라 비전과 능력, 헌신성의 경쟁을 통해 정체된 부산을, 후퇴하는 지방을 살려내는 또 한 번의 정치혁명을 실현하는데 미력이나마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어제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대통령 2주기 추도식에 다녀오기도 했습니다만, 제 부산 출마는 노대통령과 고향 부산에 대한 빚진 마음을 갚으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를 키워주고 성장시킨 도시, 그러나 고향을 떠나있는 30년 동안 오히려 쇠락과 후퇴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 제2의 도시 부산에서 퇴행적 지역주의를 걷어내고 새로운 발전의 활력을 만들어내는 것은 단지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혁신의 기폭제가 될 것입니다. 꼭 해보고 싶었던 일입니다.

너무 오랫동안 미루어 놓았던 숙제를 이제야 해보겠다고 나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