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사람 중심 사회 만들겠다"
박원순, "사람 중심 사회 만들겠다"
  • 김용남 기자
  • 승인 2012.01.0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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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신년 인터뷰

▲ 박원순 서울시장 ⓒ뉴스1

“서울시정을 투명하게 펼치겠습니다. 합리적인 조정자로서의 시장이 되고자 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임진년 새해 서울시를 이끌어 갈 그의 시정철학과 정책방향을 밝혔다.

그의 말처럼 박원순 시장의 새해 화두는 ‘투명한 행정’이다. 시민들이 요청하기 전에 시민들이 궁금해 하는 서울시 행정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시민들과의 간극을 좁혀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벌써부터 구체적인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서울시정과 관련된 약 300개 정도의 지표를 만들어서 시민들에게 수시로 보고하고 시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정보공개 방식도 정보공개 요청없이도 원칙적으로 공개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확 바뀐다.

투명성 확보를 위해 스마트폰 등 쌍방향 기기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시장 취임 이후 인터넷 방송 등을 통해 박 시장이 직접 진행하는 ‘원순씨의 서울e야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도 유용한 도구로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시장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박 시장은 “갈등요인을 합리적으로 풀어가는 조정자로서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취임 직후 연말까지 2개월여 동안 그는 ‘현장투어’ 또는 ‘청책(聽策) 워크숍’이라는 이름으로 뉴타운과 보육, 청년실업, 사회안전망 시설 등 서울시가 안고 있는 갈등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시민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100% 동의를 받을 수는 없어요. 적어도 상당수는 반대할 수밖에 없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게 과제”라고 박 시장은 말했다.

서울시 조직을 개편하면서 갈등조정관이라는 직책을 만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 시장은 “뉴타운 사업이 가장 대표적이에요. 시장이 내려야 하는 대부분의 결정이 힘든 과제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이런 분쟁과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는 것이 좋은지 모범을 남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올해 예산과 관련해서는 시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밝혔던 ‘알뜰살림’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미 시의회를 통과한 예산이지만 다시 꼼꼼히 챙겨서 낭비요인은 과감히 줄이고 신규 사업에 대한 심사를 강화해 엉터리 사업은 아예 시작도 못하게 할 생각이다.

“지금까지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심사 통과율이 90%를 넘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50%에도 못 미칠 겁니다.” 그는 자신에 차 있었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을 사람 중심의 도시, 창조와 혁신이 약동하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서울시장이 되고자 했다고 말했다.

얽히고설킨 서울시를 바꾸려는 박원순 시장의 실험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선거과정 중 안철수 원장과의 합의는 매우 극적이었다. "서울시장직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데 뜻이 있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결정이 이뤄졌다"고 했는데 새로운 세상은 무엇인가?

▶"안 원장도 나도 본래 정치가, 행정가를 꿈꾸지 않았다. 그럼에도 각자 삶 영역에서 사회를 보며 ‘이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한 부분이 있었다. 일부는 실천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시민사회와의 소통부재, 파트너십의 실종 같이 시대정신과 완전히 거꾸로 가는 모습들이 너무 많이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출마를 거절하고 사양하는 것이 동시대인들에 대한 죄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을 했다. "

-새로운 세상이란 어떤 세상을 말하는가?

▶"사람 중심의 사회이다. 창조와 혁신이 중심에 서야한다. 소통과 협치, 이런 것들이 우리의 시대정신이다. 문화와 예술이 너무나 중요하고, 보편적 복지 논쟁이 있기는 하지만 복지와 같은 것이 없이는 우리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시장직 수행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과정인가. 어떤 마음으로 시장직에 임하고 있나?

▶"당연히 우리 시대의 정신과 시민들의 소망들을 정책에 반영함으로써 사람 중심의 도시, 창조와 혁신이 약동하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현실적으로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현명하고 신중한 사고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과거의 개혁가들이 흔히 저지른 실수가 있다. 바로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유능하고 똑똑하다.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 들어왔는데 그동안 이것을 무시해왔다. 이들의 실력과 능력을 충분히 존중하면서도 안정적인 관료시스템을 바탕으로 그 위에 내가 가진 것을 이용해 시너지를 이끌어내려고 한다."

-최초의 진보진영 시장이다. 일본에서도 한때 진보단체가 성행했었으나 성과 없이 시들었다. 진보시장으로써 구체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나?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참여와 소통의 시정 거버넌스’, '시민이 시장이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서울시에는 4만6000명의 공무원이 있다. 그동안은 시장 한 명에 나머지는 그 지시를 이행하는 공무원들만 있었다. 이제는 공무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시장이어야 한다. 형식적인 시장은 한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4만6000명 공무원 모두가 시장이다. 공무원들이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하고 자존감을 가져야 한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얘기 해왔다. 시장만 무대에 올라가 있고 나머지는 빛 조차도 없는 곳이 있었다. 시장이 최종 결정권한자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많은 부분 권한을 주려고 한다. 창조적인 활동을 장려할 생각이다. 물론 공무원의 변화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위키피디아의 시대이다. 시민들도 똑똑하다. 전문가 수준의 시민도 많다. 그들의 의견이 정책결정에 영향력을 미치도록 할 것이다."

-소위 박원순 예산이 상임위를 통과했다. 조직개편도 5실 4본부로 결정됐다. 일할 환경은 구비된 것인가?

▶"시 의회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민주당이 지배하고 있는 의회에서 의회 고유의 견제와 감시를 하면서도 대의적 차원에서 무소속 시장임에도 인정해준 것이라고 본다. 한나라당도 격렬한 반대 없었다. 일단 일할 수 있는 틀은 만들어졌다고 본다. 내년에는 신나게 일할 생각이다. 다만 취임한 지 보름 만에 급하게 예산을 만들었기에 아직 충분하다고 보지 않는다. 예산이 의회를 통과했지만 하나하나 다시 꼼꼼하게 되짚어 보면서 어떻게 알뜰하고 효과를 극대화해서 사용할지 생각해 보겠다. "

-갈등요인을 조정하고 관리하는 것을 가장 강조한다.

▶"뉴타운이 대표적이다. 너무 헝클어진 상황이다. 말그대로 터프한 과제다. 100% 동의를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어느 쪽으로 결정하더라도 상당수가 반대할 수밖에 없다. 한국사회에서 이런 분쟁과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 하는 모범사례를 남길 생각이다. 모든 정책이 다 갈등문제다. 스케이트장 하느냐 마느냐. 공원에 흡연시설 설치할 것이냐 말 것이냐. 성곽 위에 있는 동대문교회를 철거하느냐 마느냐. 수없이 많은 민원이 들어온다. 서울시장으로서의 가장 큰 역할 중의 하나가 그런 갈등 사안에 대해서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라고 본다."

-복지사업을 확대하면서도 채무도 줄이겠다며 지금 예산으로도 충분히 알뜰할 수 있다고 했다. 낭비요인, 엉터리 사업 등에 대한 점검은 어느 정도 진행됐나?

▶"공약이었다. 과거 서울시의 미래 사업은 심사과정에서 90% 이상 통과 됐었다. 반면 KDI의 공공투자센터의 경우 50%대의 정책통과율을 기록하고 있다. 중앙정부로부터 배워야 한다. 그보다도 더 까다롭게 심사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시장의 제안이라고 해도 거절당할 수 있다. 나도 실수하기 때문이다. 엄격한 심사 과정을 만들 생각이다. 더불어 업무의 효율성은 극대화하고 예산은 극소화 하는 상징적인 것을 몇 가지 만들 생각이다. 지금 보이는 시장실 내 설치물들은 시내의 보도블록을 활용한 것이다. 전체 예산으로 보면 그리 크지 않지만 시민들이 스트레스 받는 대표적 낭비 사업이 보도블록 교체공사다. 이런 일 다시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보도블록공사의 전체 내역서도 가지고 있다. 먼저 누가 시공했는지 누가 감독관이었는지 다 확인하도록 실명제를 실시할 것이다. 둘째는 하자보수 등을 철저히 조사해 잘못된 것이 있을 경우 향후 공사 입찰자격을 박탈할 것이다. 셋째는 서울시내에 공사가 필요한 지역이 발견될 경우 시민들이 온라인을 통해 곧바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피드백시스템을 만들었다. 앞으로 보도블록 공사만큼은 제대로 할 것이다. 현재 시에서 진행하는 공사는 없다."

-임기 중 최우선 과제는 주택이라고 본다. 마을만들기가 뉴타운의 해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나?

▶"지역공동체, 마을공동체라는 것은 선진국을 보면 살기 편하고, 좋고, 안전하고, 즐거운 부분이 있다.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의 핵심 중 하나도 그런 것이다. 지금까지는 너무 잘 먹고 잘 사는 것만 생각했다. 지금의 한국은 국민소득 2만불, 세계경제 10위권의 경제대국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행복하지 않다. OECD 자살율 1위, 높은 범죄율과 사교육비 등 여러가지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지금 우리 시대는 그런 경제성장이나 국민소득도 중요하지만 삶의 성장, 행복지수를 따질 때가 왔다. 결국 이것이 지역공동체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예산이 분산돼 왔는데 통합돼야 한다. 우리에겐 공동체가 필요하다. 아이들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돌보기도 하고 아이들은 과거세대의 지혜와 관계를 쌓아가는 법을 배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학원만 부지런히 다니며 이런 사람을 만들지 못하게 한다. 이것은 도시 여러가지의 문제이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런데 어떻게 만들겠다는 건가?

▶"어렵고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그러나 시작해야할 단계에 왔다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자연발생적으로 자기 동네에서 좀더 좋은 세상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많이 있다. 풀뿌리 활동가들, 주부들, 은퇴자들 등 많다. 이런 분들을 조직화하고 격려하고 지원해서 활성화하도록 할 것이다."

-안전망 구축 강조했다. 우면산사태 재조사에 대한 갈등요인도 고심하는 것으로 안다.

▶"그것도 아직 방향 못 잡고 있다. 사고원인에서부터 의견이 갈려있다. 공식적으로는 '천재'라는 결론을 내가 시에 오기 전에 만들어진 진상조사단이 냈다. 부시장들 주재로 다양한 의견들 듣는 것으로 안다. 충분히 검토 후 결론 낼 생각이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일자리, 보육 분야에 관심이 크다. 이런 부분은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실현해야할 중요한 부분이다. 단기적이라도 계획이 있나.

▶"어떤 일도 그렇게 단기간에 속전속결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지속성 등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육은 정말 불가피하게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공공 보육 시설들 예산이 국가매칭까지 거의 8000억원에 달한다. 보육시설에 대해서는 과거와 굉장히 다르게 크게 투자가 됐다. 돈만 들여서는 안되고 어떻게 하면 부모의 피부에 와닿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동네에 만들어야 한다. 또 의욕을 가진 사람들이 운영해야 한다. 매칭이라는 것은 뭔가 이미 준비한 상태에서 그 열정에 맞춰서 도와주는 것이다. 한 동에 보육시설이 하나도 없는 곳이 있다. 이런 열악한 곳부터 해나가야 한다. 예산을 형식적으로 쓸 것이 아니라 가장 알뜰하고 피부에 와닿게 지속적으로 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주부, 전문가 등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을 생각이다."

-시장과 시의회의 관계는 소통과 신뢰에 바탕을 둔 선순환이 필요하다. 선순환을 위해 어떤 전략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부부사이에도 싸우고 집나가고 이혼도 한다. 의회나 공무원 내부 사회가 100% 갈등이 없을 수 없다. 견제와 균형의 관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월이라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괜찮은 관계라고 생각한다. 공무원 조직의 경우에도 첫째는 신뢰이다. 공무원들 믿고 최선을 다해서 말할 수 있는 분위기와 구조를 만들려 한다. 노조도 이미 만났고 상용직 노조 대표자들과도 만났다. 언제든지 그런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았다. 다만 다 들어줄 수는 없다. 제도 관행 등 하루아침에 다 바꿀 수는 없지 않은가. 열려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시민 누구나 서울시 행정을 알 수 있도록 행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본다. 기술도 있고, 시장도 마인드가 돼 있는 것 같은데.

▶"너무 좋은 질문이다. 내게도 중요한 과제이다. 첫째는 시민시장으로써 보고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NMR(뉴욕시장리포트). 서울시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뭘까. 이에 대한 조사를 벌여서 300개 정도의 지표를 만들어 수시로 보고하고 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두번째는 정보공개의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과거엔 요청이 있어야 공개했는데 이제는 요청하지 않아도 원칙적으로 공개하도록 할 것이다. 프라이버시 등 주의해야 할 몇가지 부분을 제외하고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역점을 둬서 만든 data.gov 같은 것 처럼. 정보는 힘이다. 이를 민간에 공개해 다양한 사업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민주당 통합 행사에 참석했는데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나.

▶"처음부터 혁신되고 시민들의 요망, 꿈, 바람에 부합하는 혁신이 필요하다. 야권의 여러 정당들이 통합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나도 힘을 보탤게 있으면 보태겠다고 말했었다. 완성은 아니다. 과정에 있기 때문에 내가 있는게 힘이 된다고 해서 갔다."

-입당은 언제하나.

▶"아직 입당을 야기할 시점은 아니다. 물론 민주당, 시민통합당, 한국노총이 함께 하는 민주통합당이 출범되면서 야권통합이라는 목표에 한걸음 다가서긴 했지만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야권통합’까지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있다. 무엇보다 물리적 통합을 넘어서 통합정당이 갖게 될 정체성도 중요하다. 제가 그동안 강조해온 시민 누구나에게 열려 있는 정당, 20~30대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인터넷 정당, 시민을 위한 생활정책들을 생산하는 생활정책정당 등 세 가지 요건이 갖춰진 통합정당이 완성된다면 함께 할 생각을 갖고 있다.

-최근 논란되고 있는 디도스공격에 대한 시장의 입장은.

▶"언급할 필요도 없이 도대체 법치주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출처=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