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광태, "뉴타운 문제 빨리 풀어야 한다"
허광태, "뉴타운 문제 빨리 풀어야 한다"
  • 김용남 기자
  • 승인 2012.01.0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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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의장 신년인터뷰

“박원순 시장이 출근 첫날 무상급식 예산지원에 사인을 하는 순간 울컥하더군요. 1분도 채 안걸렸어요. 이럴 걸 지난 1년 넘게 정쟁을 치렀구나 하는 감회와 함께 마치 긴 터널을 빠져 나온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 허광태 의장 ⓒ뉴스1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은 박원순 시장이 첫 출근한 지난해 10월 27일 무상급식 예산지원을 확정짓는 순간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임진년 새해를 앞두고 뉴스1이 허광태 의장을 만났다.

인터뷰에서 허 의장은 “2011년은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보람도 컸었던 한 해였다”고 자평했다.

전면적 무상급식 조례로 시작된 오세훈 전 시장과의 갈등이 주민투표로 이어졌고 투표 패배에 따른 오 시장의 중도하차, 박원순 시장의 당선에 이르기까지 매 순간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반면 무상급식으로 시작된 복지논쟁이 결국 민주진보 진영의 통합과 한나라당의 개혁 움직임 등 현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가져온 데 대해서는 "지방의회 역사상 일대 사건"이라며 큰 자부심을 드러냈다.

“오 시장의 정책은 엄청난 재정이 투입되는 토건중심 사업들입니다. 정작 중요한 사람이 빠져 있지요. 가난하고 고통받고 소외받고 있는 사람 중심의 정책이 반드시 이길 거라는 자신은 있었습니다.”

올 여름 전국을 강타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그의 예상대로 서울시의회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 결과로 탄생한 박원순 시장에 대해 허 의장은 “서울시민을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시는 분이고 현장 중심의 행보 등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허 의장은 새해 또다른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지방자치 20년이 됐지만 의욕적인 의정활동에 장애가 되는 열악한 제도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국민과 가장 가까이에서 활동하는 지방의회가 제대로 움직여야 국민의 삶이 달라집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지방의원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 첫 단계가 유급 보좌관제 도입과 의회 사무처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가져 오는 것이다.

아울러 매년 되풀이되는 의정활동비 인상에 대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할 생각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무상급식 주민투표,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

▶"하루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었던 한해였다. 지방자치제 시행 20년 이래 거의 한나라당 일당 독점으로 운영되던 서울시의회가 시민의 뜻에 의해 여소야대의 구도가 되면서 서울시와 시의회간 관점 차이가 컸다. 지난해 6·2 지방선거부터 서울시는 경쟁력을 키운다며 토목 전시행정 위주로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서울시 재정건전성은 말할 수 없이 피폐해졌고, 25조의 빚을 떠안게 됐다. 겉보기만을 위한 전시홍보와 경쟁력을 갖춘다는 명분으로 한강 르네상스·아라뱃길·디자인 서울 등 장기 프로젝트에 엄청난 재정이 투입됐다. 그 와중에 `사람'은 아랑곳없었다. 가난하고 어렵고, 힘들고, 고통 받는 서민들은 낭떠러지로 몰리게 됐다. 민심과 함께 가야하는 데 그렇지 못했다. 박원순 시장의 취임으로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정책의 포문을 열게 됐다."

―오세훈 시장과 대결구도였다면 박원순 시장과는 어떤가.

▶"시의회는 전임 오세훈 시장 때부터 사리사욕이나 당리당략이 아닌 정책으로 갔었다. 주민투표 결과는 시민들의 민심을 말해주는 것이다. 오 전 시장과 소통이 전혀 없는 것으로 말씀하는데 그렇지 않다. 서울시장, 서울시의회 교육청, 구청, 시민단체, 등으로 서울교육행정 거버넌스를 꾸렸었다. 의회 대표로 직접 협상팀을 맡아 (무상급식 관련) 물밑협상도 했다. 교육현안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런데 이뤄내지 못했다. 이 부분은 안타까움이 있다."

―오세훈 전 시장의 실패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오 시장은 대권욕이 앞섰다. 대권욕에 결국 일을 그르쳤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의회를 경시하는 태도와 권위적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정책을 오기로 해선 안 된다. 소신은 좋지만 그것이 오기로 변해버렸다. 이 때문에 (사퇴 등의) 결과가 초래된 것으로 본다."

―시민들을 도외시한 채 오 시장과 `치킨게임'을 했다는 지적도 있다.

▶"오 시장에게 개인적으로 시장직은 걸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의무교육도 하는데 아이들 밥 주는 문제로 시장직을 거는 것은 앞으로 큰 정치를 하는 사람에게 적절치 않다고 했다. 그래도 고집한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한나라당 내 대권구도 속에서의 모형을 그런 구도로 잡았다. 이건 정치적 투기라 말할 수 있다. 또 경기도가 (무상급식 문제를) 타결했다. 경기도가 선수를 친 것이다. 그때 엄청 아쉬워했다. 어느 정도 풀어가려는 과정 속에서 일이 꼬였다. 오세훈 시장에게 '우리 극적으로 (무상급식) 타결해서 손잡고 의회에 들어가면 시민 불안 떨치고 박수 받는다. 이런 정치 한번 만들어내자'는 얘기까지 했었다."

―박원순 시장의 당선을 어떻게 보나.

▶"오세훈 시장의 `침몰'이 시작이다. 새로운 시장이 등장하게 됐다. 시민단체 출신의 야권 단일후보가 당선된 것은 시민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를 증명한 것이다. 기존 정치권이 대격변과 소용돌이 속에 있다. 그 시작이 서울시의회에서였다. 박 시장이 당선돼서 출근하는 날 1분 만에 친환경 무상급식을 사인하는 그 순간, `단 1분 만에 해결될 것을 1년이 넘는 이 긴 터널을 지나와야 했었고 시끄럽게 정쟁을 치렀는가' 감회가 깊었다. 그 터널은 어두운 터널은 아니었다. 그 긴 터널 뒤에는 새로운 밝은 희망이라는 것이 숨어 있었다. 그것을 실천하는 단계가 지금이 아닌가 생각한다. 시민들이 정치권에 정쟁과 패권이 아니라 서로 나눔과 배려, 봉사, 희생을 바탕으로 함께 가야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것을 담아내지 못하면 정치권이 살아남을 수 없다."

―향후 집행부에 대한 의회의 견제와 균형의 기능이 무뎌질거란 우려도 있다.

▶"의회는 집행부 견제와 감시 책무라는 시민의 명령을 받고 있다. 박 시장 뿐 아니라 누가와도 그 기능을 해야 하는 책무만큼은 변치 않는다. 마지막 정례회에서 행정사무감사와 시정 질의, 예산안 심의할 때 서울시의회는 그것을 보여줬다. 시민을 위한 정책에 잘못된 부분 질책하는 점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지난 2개월여의 박원순 시장의 행보를 평가한다면.

▶"매우 열정적으로 서울시민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의욕이 넘쳐서 너무 앞서서 빨리 가려는 부분이 보였다. 예를 들어 인수위 활동 기간이 없었기 업무 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공약을 펼쳐 가는데 무리가 있었다. 시립대 반값 등록금 문제도 시의회와 협의를 해서 시민들 속에 어느 정도 공감의 메시지를 형성하고 했더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허나 서울시장에 당선 되자마자 시민과 함께 하기위해 직접 현장을 방문하고 체험하고, 세계 최초로 시도한 온라인 취임식 등은 신선하면서도 진정성이 느껴지는 행보였다."

―지방의회 부활 20년을 어떻게 보나.

▶"자부심을 갖고 있다. 연말 시의회 정례회 때 의원들 방에 새벽에도 불이 켜져 있었다. 밤을 새며 공부하는 의원들에게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 내 스스로도 24시간이 모자라서 25시간을 뛰어다녀야 했다. 서울시의회에 언론이 상당한 관심을 보였고 국회도 서울시의회를 주목하며 정치권에 상당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정책대결을 하면서 타협과 합의를 위해 노력했다. 격돌하면서도 몸을 부딪치거나 의사당을 파괴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오 시장 불출석할 때 침묵회의를 했다. `의회로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 결과 친환경 무상급식과 학생인권조례까지 보편적 복지로 가는 첫 물꼬를 트게 됐다."

―하지만 서울시의회를 보는 시민의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하다.

▶"잘하는 게 있으면 못하는 것도 있다. 다 잘한다고 할 수 없다. 전국 지방의원이 3000여 명된다. 충분히 자질과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의회주의의 틀 속에 시민과 공감하는 환경과 분위기를 이끌어내지 못한 부분이 있다. 제도적으로 열악한 환경도 하나의 이유다. 지방의회만 만들어놨지 아직도 행정 이임사무 권한을 주지 않는 등 제도적 미비점이 존재한다. 지방의회 사무처 직원 인사권도 시장에게 있다. 매년 논란이 되는 지방 의원들의 의정활동비도 천태만상이 아닌가."

―더 성숙한 시의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떠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나.

▶"보좌관제를 도입해야 한다. 서울시와 시교육청의 한 해 예산이 약 30조원이다. 이 정도 규모의 예산을 심의 의결하는데 의원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다. 사실 보좌관 문제는 국회와 중앙당에서 해결해줘야 하는데,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사이에는 큰 벽이 있다. 국민들 가장 가까이에서 소통하고 호흡하고 민원해결을 하는 곳이 지방의회 아닌가. 지방의회가 활기차게 움직여야 시민들의 삶이 달라지고 혈세 절약하는 방안이 나온다."

―동료 시의원들을 어떻게 평가하나.

▶"내가 4, 5대 시의원을 했다. 8대에 들어와서는 너무 놀랐다. 젊은 전문 인력이 많이 들어왔다. 분야별 전문가가 상당수 포진해 있다. 그분들의 역량을 모아서 여기까지 왔다. 재정 태스크포스(TF)팀을 먼저 만들었고, 이어서 광장, 예산, 무상급식 문제 모두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팀별로 활동했다. 이를 통해 그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고 현재 높이 평가한다. 그런 분들이 중심이 돼서 다른 의원들도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묘한 분위기로 갔다."

―내년 서울시 예산 중 의원 지역챙기기 사업예산이 늘었다는 비판이 있는데.

▶"다른 시각에서 보아 주셨으면 한다. 지역구 주민도 서울시민이다. 지역주민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 지역사업이라고 해서 선심성 사업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무리가 있다. 내년 서울시 예산은 당초 21조7973억원이었으나 144억 원이 감액된 21조7829억원으로 수정 의결했다. 내용면에서 이 시대 화두인 `보편적 복지' 확대라는 기조를 유지하고, 사회복지 및 주택, 교통, 환경 등 시민생활과 직결된 사업에 2826억원을 증액했고, 내년 경기성장 둔화를 고려해 전시성사업, 사업효과가 불확실하거나 매년 과다하게 불용액이 발생한 시설사업 등 2970억원을 삭감했다."

―서울시의회 의장으로서 어떤 결정이 가장 어려웠나.

▶"어려운 게 많았다. 시민광장 직권 공포, 무상급식 직권 공포, 교통요금인상안 본회의 직권 미상정도 있었다. 교통요금 인상안을 상정하지 않은 것은 서민들한테 세금 직격탄이 이어진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교통요금은 4년6개월 방치된 사안이었다. 1년에 1번 할 수 있는데 시의회에 새로운 짐이었다. 재정여건이 도저히 견뎌낼 수 없어 시민에게 호소하면서 결국 통과됐다."

―최근 자전 에세이 `뿔난 서울, 고삐를 쥐다'를 출간했는데.

▶"지난해 제8대 서울시의회가 개원하면서 의장으로 취임한지 500여 일간의 소회와 지금까지의 제 성장과정에 대해 에세이 형식으로 책을 출간하게 됐다. 오세훈 전 시장과 논쟁을 했던 서울광장 개방,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 한강르네상스, 서해뱃길 사업, 디자인 서울 등 서울시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사안들에 대해 책으로 기록해 두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 싶어 책을 쓰게 됐다.

―새해 현안이 있다면.

▶"뉴타운 정책이 빨리 풀어야할 첫 번째 과제다. 서민의 삶과 재산이 직결된 문제다. 과거 시장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했고, 선거 때 뉴타운 사업 정책만 나오면 당선됐다. 그 결과 조합원과 동네사람끼리 싸우고 법정 소송까지 가는 갈등구조를 불러 일으켰다. 서민들의 삶의 터전이 투기장으로 변했고 내 집 마련에 부풀었던 서민들의 가슴에 큰 상처만 남겼다. 출구를 찾기 위해 토론회 공청회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번엔 찬반이 몰려 시민들이 단상을 검거해 회의 자체가 결렬됐다. 문제를 풀어내려는 장소까지 막아버린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한편으로는 시민 인식이 서서히 전환되면서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긴 하다. 소형 평수를 원하는 시민이 늘어나고 마을 공동체와 이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면 실마리를 찾을 것이다."

―4월 총선 출마설이 들린다.

▶"작년에 열심히 일을 한 결과 저를 지지하시는 많은 분들이 `이젠 국회 가서 일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씀을 하신다.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시의회 의장이라는 직분에 충실하고자 한다. 총선 출마에 관련해서는 시간을 두고 고민했고, 지역구를 정하지 않았다. 비례대표를 제안하면 받을 생각은 있다. 곧 선거 분위기로 가기 때문에 그때까지 박 시장과 6개월 정도 기반을 다져놓을 생각이다."

―시민들에게 새해 덕담을 한다면.

▶"오늘의 탄생은 어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오늘의 희망은 내일이라는 것이 만들어 줍니다. 비록 그동안 경제가 어렵고 삶이 어렵고 힘들었다 하더라도 매년 희망을 갖게 됩니다. 내년은 60년 마다 오는 희망찬 용의 해입니다. 새로운 시장과의 행보 속에서 사람 중심의 시민이 존중받는 서울시, 시민 속에 다가갈 수 있는 서울시를 만드는데 최선의 역량을 다 모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