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생활물가 잡기'에 식품업계 고충
MB '생활물가 잡기'에 식품업계 고충
  • 정도민 기자
  • 승인 2012.01.05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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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들어 서민경제 안정을 내세운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두부국장' '콩나물 과장'등 공무원 '물가관리실명제'도입까지 언급하자 식품업계의 고민이 쌓이고 있다.

청와대와 부처 개각 등에 따른 압력으로 늦춰졌던 연말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은 연초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레임덕에 대한 우려와 총선(4월11일)을 앞둔 MB정부의 민심잡기에 따른 단속으로 당분간은 어려울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격 인상 철회 해프닝을 겪으며 가격 인상을 유보한 오비맥주, 풀무원, 롯데칠성 등은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을 백지화했다.

특히 오비맥주는 최근 수출을 포함한 출고량 기준 하이트진로를 꺽고 1위에 오른 상황이어서 나서서 물가를 올리기는 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1분기내는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1분기에는 인상 계획이 없다"며 "무리수를 둬가면서 가격 인상을 추진하자는 말자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시장에 맡겼어야할 물가 인상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면서 부작용들도 속출하고 있다.

농심은 일부 슈퍼마켓 주인들이 공급받는 신라면 가격 인상폭이 권장소비자가격의 인상폭보다 적어 인상전보다 오히려 마진이 줄었다며 농심제품 불매 운동에 나서 홍역을 겪고 있다. 라면 1위 자리를 내줄 위기에까지 놓였다.

또 정부의 가격억제 압박이 거세지자 식품업체들은 제품의 양을 줄이거나 가격이 비싼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가격 인상 손실분 보전에 나섰다.

특히 식품업계는 영업이익이 반토막나며 적자 경영을 감내, 속을 끓이고 있다.

풀무원의 지난해 3분기까지의 영업이익은 72억원으로 2010년 영업이익 228억원에 비해 3분의 1로 줄었다.

원유가 인상 파동을 겪은 우유업체들도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이 전년에 비해 반토막 났다.

매일유업은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100억원에 그치며 전년보다 59.3%나 감소했다. 남양유업과 빙그레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각각 371억원, 5520억원이 줄며 각각 전년 대비 33.1% 23.3%나 감소햇다.

동아원과 대한제분은 아예 마이너스 47억원과 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각각 115.6%, 101.5%나 줄었다.

농심도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920억원에 그치며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8.6%나 줄었고, CJ제일제당도 3737억원으로 전년비 3819억원에 비해 2.1% 줄었다.

물가 정책 때문에 기업의 홍보 담당들도 수난을 겪고 있다.

오비맥주 홍보 담당 최수만 전무는 맥주 가격 인상 발표 철회 후 가격 인상 전 사재기를 한 도매상들의 항의 등으로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다 회사측 만류로 다시 출근하고 있다.

신라면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도 불매 운동을 겪고 있는 농심은 최근 이랜드 최성호 상무를 새로 영입해 기존 유성근 상무와 투톱 체제로 가며 홍보 라인을 강화했다.

업체들은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압력에 이렇다할 내색도 못하고 말을 아끼며 속만 끓이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