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문화] 고시원·혼술..내 얘기 같은 1인가구 삶, '혼자' 키워드 담은 책들
[나홀로 문화] 고시원·혼술..내 얘기 같은 1인가구 삶, '혼자' 키워드 담은 책들
  • 이창호 기자
  • 승인 2017.07.2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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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를 기르는 법, 혼자서 완전하게, 혼술 땡기는 날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예능 프로그램을 볼 때, 책을 읽을 때, 문득 작품 속 사람의 모습이 내 모습 같아서 뜨끔하는 일이 있다. 어쩜 저렇게 정확하게 감정이나 행동을 포착했을까 놀라며 "맞아맞아"하고 맞장구 칠 수도 있고, 너무 리얼한 모습에 문득 민망함을 느끼며 "손발이 오그라든다"며 외면하고 싶어질 때도 있다. "저건 너무 과장됐어"라고 불평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다시 찾아보게 된다면 그건 그 작품에서 뭔가 공감할 바를 찾았기 때문일 터다.

혼밥이나 혼술, 원룸이나 고시원살이 등 1인가구에게 친숙한 삶의 모습을 담은 책들도 늘어나고 있다. 조용한 곳에서 나만의 여가시간을 즐길 때 읽을 만한 혼족을 그린 책들을 소개한다.

20대 여성 1인가구의 일상
'혼자를 기르는 법'

포털사이트 '다음'의 인기 웹툰 '혼자를 기르는 법'을 종이책으로도 볼 수 있다. 김정연 작가의 이 작품은 도전웹툰 당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2016년 오늘의 우리만화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주인공 '이시다'는 이십대 후반의 직장인 여성이다. 1인가구 여성의 삶을 그린 만화가로는 일본의 마스다 미리가 유명하다. 30~40대 '독신' 직장인 여성의 삶을 그려 큰 지지를 받고 있다. 김정연 작가의 작품은 연령대가 좀 더 낮다. 공간과 국적 등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작가의 현실이 주목하는 포인트의 차이로 반영된 듯하다.

대학시절 요리를 실패해 화학자란 별명을 얻은 적 있다는 주인공의 이야기나, 일찌감치 어려운 요리를 포기하고 라면을 끓여먹기로 했다는 소회는 너무 일상적이어서 재미있다. 간혹 '자취생에 대한 환상'을 품은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모든 1인가구가 다 요리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10년이 넘게 혼족 생활을 하고 있지만 할 줄 아는 요리가 하나도 없는 1인가구라면 자신과 비슷한 주인공에 웃음지을 듯하다.

마냥 즐거운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시원과 원룸을 전전하는 모습에선, 서울 1인가구들의 고된 부동산 살이를 돌아보게 된다. 성추행과 같은 에피소드에서는, 여성 1인가구의 현실을 세삼 확인할 수 있다. SNS에서 널리 회자된 감각적인 문장도 빼놓을 수 없는 감상 포인트다.

1인가구 공감 에세이
'혼자서 완전하게'

25년차 혼자의 삶을 즐기고 있는 이숙명 작가가 쓴 '혼자서 완전하게'는 혼족의 삶을 예찬하는 에세이다. 부제인 '더도 덜도 없는 딱 1인분의 삶'이 저자의 생각을 잘 표현했다.

혼자 살기, 혼자 놀기, 혼자 여행하기라는 커다란 주제 속에서 작가는 다양한 생각을 밝힌다. 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결혼하지 않을 권리'라는 마지막 큰 주제다.

저자는 연애 압박, 결혼 압박을 해오는 사람들에게 "제발 도와줄 거 아니면 신경들 끄시라. 내 연애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라고 말한다. 많은 1인가구들이 하고 싶은 말이지만, 막상 가까운 가족에게는 하기 힘든 말일 수도 있다.

작가는 우리가 자신을 더 잘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을 파악하고 나서 할 수 있으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내게 정말 필요하지 않은 나머지는 잊어버리면 된다는 것이다. 저마다 각자에게 맞는 삶의 방식이 있고, 누군가와 생활을 공유하느냐 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내 인생을 내가 사는 것'이다. 막연히 혼자만의 시간, 혼자만의 삶을 꿈꾸고 있다면 이 책에서 현실적인 조언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본격 혼술가이드
'혼술 땡기는 날'

친구와 자취하는 집순이 히토미는 "아무것도 신경쓸 필요 없이 집에서 마시는 술이 최고"라고 말한다. 일본의 만화가 다케노우치 히토미의 혼술 가이드 '혼술 땡기는 날'은 본격 혼술요리 만화다. 작가는 집에서 편안하고 즐겁게 술 마시는 방법, 계절별 마시기 좋은 술 18종과 각 술에 잘 어울리는 안주를 통해 다채로운 음주의 세계로 안내한다.

'녹차와리'나 '우메슈' 같은 일본식 이름의 술을 보면 한국과는 다소 느낌이 다르지 않나 싶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에서도 구하기 쉬운 재료와 술이란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집에서 도전해볼 수 있는 간단한 칵테일 레시피는 혼술족의 도전정신을 일깨운다. 안주레시피도 간단한 편이다.

혼술 가이드이지만 다함께 즐기는 술자리를 위한 메뉴도 소개한다. 작가가 추구하는 혼술의 핵심은 '집에서 편안하게 맛있게'다. 편안하고 맛있게 즐길 수만 있다면 홀로 느긋이 마셔도 좋고, 좋아하는 지인들을 초대해 시끌벅적하게 즐겨도 좋다. 술자리를 준비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배울 기회다.

(사진=각사 홈페이지)

(데일리팝=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