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문재인 무엇이 다른가
박근혜와 문재인 무엇이 다른가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2.01.1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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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이야기부터 다른 흑룡띠 동갑의 두 사람…
 SBS '힐링캠프 -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는 대선을 앞두고 있는 2012년 관심의 중심에 서있는 두 사람,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 편을 연속으로 방송했다. 유력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두 사람이지만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사뭇 달랐다.
 
제작진과 MC들이 두 정치인을 차례로 토크쇼의 게스트로 초대한 이유라며 쓴 '2012년 핫 피플'은 '대권주자'라고 읽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진영에 위치한 차기 대권주자이기 때문이다.
 
▲ 문재인 이사장과 박근혜 위원장 ⓒ뉴스1
 
게다가 '박근혜 편'과 '문재인 편'을 나란히 방송한 이번 특집 프로그램은 동시대를 지나온 두 사람의 평행선과도 같았던 삶을 마치 비교하듯 정렬한 것 같았다는 점에서 묘한 화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1일 방송 된 '박근혜 편'이 대통령과 영부인이었던 부모를 여의고, 퍼스트레이디를 거쳐 '얼음공주'라는 차가운 별명을 가진 정치인이 되기까지의 개인을 위한 치유였다면, 공교롭게도 '문재인 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체제라는 격정의 세월을 거쳐온 민주화 세대를 위한 치유였다고도 할 수 있다. 
 
9일 방송에서 문재인 이사장은 박근혜 위원장과 자신이 같은 연배라는 것을 강조하며 "그 분이 퍼스트레이디를 하던 시기에 나는 거리에서 최루탄을 맞기도 하고, 구속되기도, 제적당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에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내용면에서도 달랐다. 박근혜 위원장편이 박근혜라는 게스트 보다는 프로그램 전반에 흐르는 긴장감으로 재미를 줬다면 문재인 이사장편은 인간 문재인에 더 집중했다.

대표적인 소셜테이너 김제동은 지난 10.29 서울시장보궐선거일에 투표독려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는 이유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여러 사안에서 진보적인 입장을 피력했던 김제동과 보수정당 한나라당 비대위원장 박근혜의 만남은 그 자체가 흥미로웠다. 비키니 사진까지 공개하는 등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대답을 피했던 박근혜 위원장에게서 속 시원한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었지만 김제동과의 기싸움은 예능적 재미를 선사했다. '힐링캠프'가 예고를 통해 '박근혜 VS 김제동' '기싸움' 등을 내세운 것도 같은 이유다.

이경규는 정치인들이 모두 달변이라며 박근혜 위원장의‘우회적인 화법’을 예로 들었다. 그렇게 박근혜 위원장은 정치인으로서 능히 할 수 있는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 만을 반복했다. 물론 그건 게스트의 성향과 성격에서 비롯된 차이일 수 있다.
 
이 차이는 두 사람이 공히 동갑인 '흑룡띠'지만 같은 세월을 얼마나 다르게 통과해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각자가 얘기하던 부모, 특히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어머니라는 입장은 같았지만 박근혜의 어머니와 문재인의 어머니는 너무나도 다른 토크의 소재를 주는 어머니였다. 한 나라의 퍼스트레이디였던 어머니를 갑자기 잃은 박근혜의 뻥 뚫린 가슴보다 자식 앞에서 힘든 모습, 정당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한 시골 어머니를 시청자들은 더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화면에서 보여지는 두 사람의 촉촉한 눈가는 확실하게 다름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렇듯 문재인 이사장은 정치인답지 않은 소탈함과 직설화법을 통해 한 주 전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 위원장과의 차별점이 뚜렷했다.
 
 
물론 두 사람 다 박정희와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과의 인연을 피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추억이 강조된 박근혜 편과 달리 문재인 편은 진행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정치인으로서의 자의식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예를 들면 어린 시절의 가난은 '왜 아이들이 기분 나쁘지 않게 무상급식을 해야 하는가'로 이어졌다. 학창 시절의 반항이 민주화 운동으로, 또 그 시절의 투쟁과 투옥이 잘 나가는 로펌의 제안을 뿌리치고 인권변호사로 나서게 된 이유로 연결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유서가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사법시험 면접 당시 민주화 운동 전력을 묻는 면접관에게 "내 갈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이유로 "쪽 팔려서"라고 대답하는 정치인은 따로 없었다.
 
무엇보다 시청자에게 프로그램을 보게 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이경규가 "정치인들의 부패가 신뢰를 잃게 한다"고 일갈했고, 한혜진 또한 "넉넉한 분들이 더 비리를 저지른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에 대한 불신을 대변하는 질문들은 상상할 수 없었다. 
"이 정부 들어서서 나라가 '절딴'났다. 국민들도 절박한 심정이다. 저는 진보라 생각한다. 그런데 수구와 극우적인 세력들이 헤게모니를 계속 잡고 왔다. 그런데 합리적 보수만 되도 진보처럼 보이는 게 우리 사회다. 그렇다고 국민들이 정치를 외면한다면 정치는 점점 나빠질 뿐이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정치 참여가 중요하다."라는 문재인의 말은 다시 한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근혜 편’을 정규 편성했던 일부 민방이 '문재인 편'은 방영하지 않고 자체 방송으로 대체해 논란이 발생되기도 했다.
 
당신을 만나니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방송 프로그램에서 마지막 화면에 나오는 말 이다. 평소 만나기 어려운 사람을 만나 다소 개인적인 불편함(?)을 치유하겠다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면서 그 사람의 면면을 살펴본다. 어찌 보면 만나기 어려워 섭외가 불가능한 사람이기도 하고, 시기적으로 그들의 필요성도 있었을 법한 게스트였던 것 같다. 서로의 필요충분 조건이 잘 맞아 떨어진 방송이다. 시청자만이라도 즐거워하고 만족한다라면….

그리고 하나 더. 박근혜와 문재인은 각각의 '힐링'을 보며 어떤 치유를 생각했을까? 비록 직접적인 원인 제공과 결과를 받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이 프로그램이 남겨준 우리의 또 다른 ‘힐링’이다.
 
2012년 비로소 정치인들의 ‘힐링’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 같다.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힐링'으로 시청자 아니 유권자들에게 다가서거나 과거 상처를 통해 현재의 정치를 환기시키게 하는 긍정적 결말을 기대해 본다.
 
더 늦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