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근의 국방돋보기] '전작권 전환'을 염두에 둔 상부지휘구조-(上)
[권영근의 국방돋보기] '전작권 전환'을 염두에 둔 상부지휘구조-(上)
  • 권영근 한국국방개혁연구소장
  • 승인 2017.08.1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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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근 한국국방개혁연구소장

역대 정부 국방개혁에서는 상부지휘구조가 주요 쟁점 사항이었다. 이명박 정부 '국방개혁 307'에서는 합참의장이 한국군의 군정과 군령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 마찬기지로 각 군 참모총장의 임무와 역할을 각 군의 지상, 해상 및 공중 작전사령관 직책에 더불어 각 군 참모총장의 역할을 모두 담당하는 사령관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 방안은 전쟁의 역사에 관한 지식, 전쟁 지휘구조에 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의 황당한 발상으로 보인다. 지구상 어느 국가도 '국방개혁 307'에서 제안하고 있는 형태의 상부 지휘구조를 택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통해 이 방안이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전쟁 지휘구조 역사는 이것이 타당성이 없는 방안임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이전 독일육군최고사령부는 '국방개혁 307'에서 제안하고 있는 것과 유사한 형태의 지휘구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소위 말해 군정과 군령 권한 모두를 행사한 것이다.(참조 : '히틀러 최고사령부 내부(Inside Hitler's High Command)'(University Press of Kansas, April 28, 2000), p. 58).

이후 전쟁이 발발하자 독일 육군최고사령부는 군정과 군령을 분리시켰다. 독일군의 대부분 일반참모들은 베를린 외곽의 조센(Zossen)으로 이전했고, 독일  육군최고사령부의 여타 부서는 베를린에 있던 기존 최고사령부 위치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조센에서 일반참모들은 야전군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뿐만 아니라 전투 작전과 관련이 있는 여타 기능, 정보 평가 및 전파 임무를 수행했다..(Ibid., p. 69). 이들이 이처럼 전투작전과 전투지원 임무를 분리했던 것은 전투작전은 소수 엘리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인 반면 전투지원은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Ibid. 129).

미군 또한 1958년 당시의 국방 재조직을 통해 군정 조직과 군령 조직을 완벽히 분리시켰다. 전투 작전의 경우 태평양, 대서양 등 지구상 도처에 설치한 태평양사령부와 같은 Unified Command의 사령관이 담당하도록 만들었다.

이들 사령관은 인사 및 군수와 같은 군정의 문제는 각 군 본부가 담당하도록 한 상태에서 전투 작전에 전념했다. 한미연합사령부는 이 같은 성격의 것이다.

한미연합사령부의 경우 인사 및 군수와 같은 군정의 문제를 미군과 한국군의 각 군 본부가 감당하도록 하는 상태에서 전시 대비 작전계획 수립 등 전쟁 계획 수립 및 시행 문제에 전념하고 있다. 이처럼 전투작전 수행에 전념함에도 불구하고 한미연합사령관은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매우 바쁜 사람이라고 한다.

상황이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전투작전과 비교하여 훨씬 많은 노력이 소요되는 군정의 문제를 한미연합사령관과 같은 전쟁 지휘관이 감당하도록 한다는 발상이 말이 되는가? ​

그러면 전작권 전환에 대비한 상부 지휘구조는 어떻게 편성할 수 있을까? 이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한미가 단일 연합사령부를 편성하는 경우와 별도 사령부를 편성하는 경우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한미가 단일의 연합사령부를 편성하는 경우를 가정하여 언급할 것이다.

이미 미국은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대장이 한미 연합지휘구조를 책임지는 사령관이 되고 미군이 부사령관이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가정하는 경우 한미지휘구조는 대단히 간단할 수 있다.

현재 한미연합사령관의 직책을 전시와 평시 모두 한국군 대장이 담당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오늘날 한국군 합참의장은 평시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이 같은 권한을 새로 임명될 한미연합사령관인 한국군 대장이 담당하도록 하면 된다.

평시 작전통제권을 이처럼 한국군 대장인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위임한 상태에서 합참의장은 미 합참의장이 수행하는 형태의 일을 담당하는 것이다. 합동교리, 합동군사전략서, 합동개념서와 같은 효율적이고도 효과적인 군사력 건설 및 운용에 관한 문서 체계를 정립하고, 효율적이고도 효과적인 3군 합동작전에 장애가 되는 부분을 각 군 참모총장과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합동 차원에서 군사력 소요를 제기하고, 대통령을 군사적으로 보좌할 수 있을 것이다. 각 군 본부는 평시 양병에 주력하고 전시 전투 지원 임무를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한국군의 현역 및 예비역 일각에서는 군정과 군령을 단일의 군인이 행사하는 상부지휘구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아 보인다. 이들은 그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면서 이처럼 주장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논리적인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지 방안만을 제안하고 있는 실정이다.

많은 이견에도 불구하고 장기간에 걸쳐 동일 방안을 주장할 때에는 이것이 어떻게 논리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지구상 어느 국가가 이 같은 구조를 운용하고 있는지를 군사 이론 측면에서 설명해야 할 것이다. 여타 이견이 왜 잘못된 것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같은 노력이 없는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동일 방안을 주장하는 행위는 국가안보를 대단히 혼란하게 하는 이적행위에 다름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권영근 한국국방개혁연구소장
 
▲연세대학교 정치학 박사 ▲미 오레건주립대학 전산학 박사 ▲공군대령(예) ▲공군사관학교 교수 ▲국방대학교 합동교리실장 ▲국방과학연구소 데이터통신실장 ▲공군조종사적성연구소 소장 ▲한국국방연구원 객원연구원 역임 ▲現 공군발전협회 연구위원 ▲現 국방전문가포럼 회원 ▲現 한국국방개혁연구소 소장 ▲現 포항공대 외부연구원
 
※ 이 기사는 본지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