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수집가] 40년간 촉석루 작품 모아온 류범형씨 "촉석루는 '진주의 자존심'"
[그림 수집가] 40년간 촉석루 작품 모아온 류범형씨 "촉석루는 '진주의 자존심'"
  • 정단비 기자
  • 승인 2017.10.2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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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제 화백 촉석루 그림 100여점 외 다수 그림 보유.."좋은 작품 나누고 싶어"
▲ 류범형씨는 조영제 화백의 촉석루 그림 100여점을 비롯해 다수의 진주성 및 촉석루 그림을 소장하고 있다.

누구보다 '촉석루' 그림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고 알려진 류범형씨.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진주성 촉석루라는 주제로만 작품을 모아온 그는 "촉석루는 '진주의 자존심'"이라고 말했다.

경남 진주시 진주성에 위치하고 있는 촉석루는 밀양 영남루, 평양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누각 중 하나로 꼽힌다.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 전쟁을 빼놓고 논할 수 없듯이 촉석루는 진주의 상징이자 진주정신의 발원지이다.

40여년을 촉석루 그리기에 생애를 바친 '촉석루 화가' 효석 조영제 화백(1912~1984)의 그림을 모은 류범형씨는 조 화백의 작품 100여점 이외에도 진주성과 촉석루에 관련한 그림 다수를 보유하고 있다.

조영제 화백은 진주 출신으로 일본 동경 가와바타미술학교에서 서양화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으며, 청년기와 중장년기까지는 유화에 집중했으나 이당 김은호 화백을 만나 한국화를 접한 말년에는 한국화와 서양화가 접목된 기법을 선보였다.

해방이후 진주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펼치던 그는 지방 예술제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영남예술제(개천예술제 전신)의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등 지역 문화 발전에 앞장섰으며, 향토 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1967년 경상남도문화상을 수상했다.

특히 선전(鮮展)에 작품 '촉석루'를 출품한 계기로 20대부터 1984년 작고할 때까지 오직 촉석루 풍경만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조영제 화백의 가르켜 "조 화백에게 있어서 촉석루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진주정신이라는 내면적 세계를 투영한 역사적, 사상적 숭배의 대상이었다"며 "그는 자신만에 표출할 수 있는 도 구도와 색채를 통해 촉석루를 형상화 시켰고, 사계 속에서 인간의 희로애락과 선악, 세상사 속의 갈등과 희구를 표현했다"고 평했다.

류범형씨가 이토록 촉석루 그림에 애착을 가지게 된 계기는 조영제 화백과의 특별한 인연 때문이기도하다.

Q. '촉석루' 작품을 모으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젊은 시절부터 주변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많았다. 40대가 되고 나서 늘 같이 있었던 조영제 화백이 작고한 후 그림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조 화백과는 일본에 다녀오면서 물감을 사주는 등 친밀한 관계로 지냈었는데, 작고 이후 그의 창작의 열정을 잊지 않기 위해 초년부터 말년까지 작품 100여점을 모으게 됐다.

Q. 많은 그림들을 보관하고 있는 방법은?

보관은 현재 집에서 하고 있다. 방 2개에 통풍 잘 되도록 해놓고 겨울에는 히터, 여름에는 에어컨 등으로 온도 조절을 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 훼손된 그림은 없다. 하지만 구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훼손된 작품들도 많이 있는데, 재생 비용이 만만치 않아 그건 어려운 상황이다.

▲ 촉석루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류범형씨

Q. 그림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

조영제 화백이 작고한 뒤 그림을 모으려고 하다보니 어려운 점이 많았다. 진주 내에 남아있던 그림들은 어떻게 다 구했지만, 진주를 떠난 그림을 찾기 위해 수소문했다. 또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 각지에서 조영제 선생의 촉석루 그림이 나타나면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한번은 부산에 살던 지인이 개업을 한 모변호사 사무실을 갔는데, 벽에 촉석루 그림이 걸려있는 것을 발견한 적이 있다. 알고 보니 판사 시절 초임 발령을 진주로 받게 됐는데, 전근을 가게 되자 지역 어른들이 촉석루 그림을 선물로 준 것이었다고... 개업 후 사무실에 걸 그림을 찾다가 이를 발견한 것이다. 직접 찾아가서 촉석루 그림을 수집하고 있는 뜻에 대해 설명하자, "주인이 찾아왔는데 그냥 주겠다"고 흔쾌히 그림을 줬다.

반면에 터무니 없는 금액을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Q. 전시도 자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시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잊혀지기 아쉬운 예술가들을 기리기 위해 경남도립문화예술회관에서 작가들의 회고전을 개최한 적이 있다. 이를 계기로 전시를 시작하게 됐는데 이후 조영제 화백 탄생 100주년 전을 경남도립미술관에서 개최하게 되는 발판이 됐다.

올해 10월에도 진주 경남과학기술대학교에서 '진주남강유등축제'와 시기를 맞춰 '진주성 촉석루 특별전'을 열기도 했다.

Q. 앞으로 작품과 관련된 계획이 있다면?

좋은 작품을 나만 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문화예술이 서울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앞으로도 작품들을 지역민과 함께 문화를 누리는 것과 더불어 여러 사람들이 그림을 볼 수 있는 계기를 다양하게 만들고 싶다.

오랜 기간 수집해온 촉석루 그림은 세월을 담고 있기 때문에 진주대첩, 경술국치(1910)를 당하기 이전 '다리 없는' 진주성 등 과거 모습 또한 감상할 수 있다.

전시회가 끝나면 다시 작품들을 집으로 가져가서 보관해야하는데, 또 다시 내보일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고 조영제 선생의 그림을 모아 이 분의 일대기를 집대성한 미술관을 만들거나, 미술관이 지어지면 작품들을 위탁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데일리팝=정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