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돈 봉투 실체가 무엇인가?
한나라당의 돈 봉투 실체가 무엇인가?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2.01.1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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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긴 줬는데... 아무도 받은 적 없는 돈봉투

한나라당이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으로부터 좀처럼 헤어나지 할 뿐아니라 총체적 난국을 깊게 파고 있다. 검찰이 지난 2008년 7·3전대 당 대표 경선 당시 박희태 현 국회의장 캠프에서 활동한 정치권 인사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원내·외 당원협의회 위원장들에게 금품을 돌린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이 공개된데 따른 것이다. 이 문건엔 10여명의 한나라당 현역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그러나 문건에 이름이 오른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난 돈 봉투를 받은 적이 없다"거나 "무슨 이유에서 만들어진 문건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산 지역 출신의 친이계 A의원은  "내가 당시 전대 때 외곽에서 박 의장을 돕긴 했지만, 돈 거래가 있었거나 캠프에서 직을 맡은 사실은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서울 지역의 B의원도 "난 박 의장은 물론, 다른 후보와도 관계한 적이 없다. 캠프 회의에도 참석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 안병용 한나라당 은평갑 당협위원장 ⓒ뉴스1

문건 작성 및 돈 봉투 전달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안병용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 역시 '금품살포 명단'이 아니라 당협위원장들을 상대로 한 '성향 분석 문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안 위원장이 한때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으로 불렸던 이재오 전 특임장관의 측근임을 들어 이번 문건이 공개된 배경에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돈 봉투 파문 와중에 당내 친박(친박근혜)계에서 친이 측을 인적쇄신의 희생양으로 만들고자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실제 박근혜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번 돈 봉투 사건에 어떤 식으로든 연관된 인사에 대해선 공천 배제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안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 자신의 당협 사무실에서 회견을 열어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 전 장관 측도 "이 전 장관은 지난 2008년 4월 제18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낙선한 뒤 미국행(行) 비행기에 올랐기 때문에 7월 전대엔 관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향후 검찰 수사과정에서 문건에 이름을 올린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소환이 불가피할 것이란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이어서 그에 따른 당내 위기감은 한껏 커져만 가고 있다. 이미 당 안팎에선 이번 돈 봉투 사건 때문에 석 달 남짓 앞으로 다가온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필패'가 확실해졌다"는 푸념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오는 17일로 예정된 한나라당의 국회의원·비대위원 연석회의에선 이번 위기에 대한 탈출구로서 당 해체 및 재창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금 터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