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오히려 학교에서...
학교폭력, 오히려 학교에서...
  • 김윤희 기자
  • 승인 2012.01.1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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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어른들의 책임회피와 무관심

지난해 12월20일 대구 수성구에서 동급생들의 폭력에 못이겨 K군이 자살한 이후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또 이같은 추세에 따라 그 동안 수면 아래 숨겨져 있던 학교폭력 사례들이 봇물터지듯 불거져 나오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건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청소년 자살률도 증가하고 있다. 또 폭력 유형과 금품갈취 수법도 나이만 어렸지 성인들의 행태와 별다를 것이 없다. 경찰과 관련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폭력과 범죄가 날로 진화하고 그 수법도 대담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정부와 사법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교과부와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08~2010년) 전국 초중고에서 자체 심의한 학교폭력 건수는 2009년들어 감소했다가 2010년 증가세로 돌아섰다.

학교폭력 자체 심의건수는 지난 2008년 8813건(초 207건ㆍ중 6089건ㆍ고 2517건)에서 2009년 5605건(초 151건ㆍ중 3846건ㆍ고 1608건)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2010년에는 7823건(초 231건ㆍ중 5376건ㆍ고 2216건)으로 다시 증가세를 기록했다.

가해학생 수는 지난 2008년 2만4018명, 2009년 1만4605명 등에서 2010년 1만9949명이었다. 피해학생 수는 2008년 1만6320명, 2009년 1만1708명, 2010년 1만3748명 등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06~2009년) 15~19세 사망률도 계속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2006년 10만명당 6.2명이던 사망률은 2007년 7.9명, 2008년 8.0명, 2009년 10.7명 등으로 4년새 급격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또 2008년 조사 자료에 따르면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경험한 장소 중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낸 곳은 교실이었다. 교실은 전체 폭력피해 장소 중 43.8%를 차지했고 복도 9.3%, 운동장 8.1%, 학교 화장실 5.3% 등 대부분 학교폭력 장소는 학교 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폭력 피해시간도 휴식시간 36.7%, 점심시간 10%, 수업시간 4.7% 등으로 대부분 학교에서 생활하는 동안 폭력이 이뤄졌다. 학생들이 공부와 일상생활을 해야하는 공간에서 대부분 폭력행위가 벌어진다는 점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특히 교실에서 폭력을 당한 학생들은 학교를 옮기더라도 그 정신적 피해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 또 새롭게 옮긴 교실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장담할 수도 없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교실이 두려움의 장소가 되는 현실을 우려하며 학교의 책임있는 조치가 있어야 된다고 지적한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청소년 사망원인 중 자살이 제1순위로 꼽히고 자살충동을 느껴본 경험이 있는 청소년 수도 늘고 있는 추세로 파악된다"며 "교육당국과 지자체, 가정, 학교, 시민사회 등이 지역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교실 안까지 공권력을 행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1차적으로 학교 당국의 책임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고민하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오른쪽)이 이상진 차관 ⓒ뉴스1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폭력 사태가 심각해지자 근본적인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지난 11일 전문상담교사, 전문상담사, 학생상담 자원봉사자 등과 함께 학교폭력 관련토론회를 갖고 1월말이나 2월초에는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또 교과부는 지난해 말 매년 3월과 9월에 모든 초중고에서 피해실태를 조사하고 일선학교에 전문상담사 1800명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도 이번 사태의 해결방안으로 학교폭력 신고상담 전화를 117로 일원화한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대책으로 학교폭력이 근절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장기간 뿌리깊게 박힌 학교폭력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손충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신고상담 전화 117은 전체적인 종합대책 중 하나의 방안으로 발표돼야 할 문제"라며 "지금 내놓은 방안만으로는 실효성을 논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손 대변인은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신고한다고 해도 이를 어떻게 조정하고 운영해 나갈지 주체와 방식을 정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며 "단편적·분절적 방식보다는 학교와 교사가 역할을 할 수 있는 큰 그림의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관계당국이 내놓는 대책이 대부분 사후처리에 중점적으로 맞춰져 있다"며 "좀 더 예방 차원 중심의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관계자는 "현재 학교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교사가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져야 하는데 이것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연령대별로 아이의 특성에 맞는 교육적 대응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혜숙 연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이번 학교폭력 사태에 대해 폭력이라는 한가지 부분만으로 접근해서는 안되고 결국은 학교 자체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응 방안으로 "현재 교사의 평가기준이 학교폭력과 같은 사태가 얼마나 일어나지 않는가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며 "이 기준을 교사가 이런 문제를 얼마나 많이 찾아 해결했느냐하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가 학생들을 너무 방관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개입과 관심만이 학교폭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