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술품 비리, "변화 기회일까"
고미술품 비리, "변화 기회일까"
  • 김세영 기자
  • 승인 2012.01.14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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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한국고미술협회를 압수수색하고 수사에 나서자 고미술계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호경)는 지난 10일 오후 5시께 문화재 허위감정과 도굴한 문화재를 거래한 혐의로 한국고미술협회와 김종춘 협회장(63)의 자택을 수색해 고미술품 감정서와 각종 회계장부, 거래장부 등 관련 자료를 압수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동안 고미술품에 대한 감정을 전문적으로 담당해 온 사단법인 고미술협회에 대한 허위감정 시비, 감정과정에서 금품수수 등 의혹들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고미술계 한 관계자는 14일 "이번 기회에 고미술협회의 비리를 바로잡지 않으면 한국 고미술계의 희망은 없다"고 말했다.

수십년을 고미술계에 종사한 이 전문가는 "협회에서 절대권력을 가진 협회장이 감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원래 고미술품 상인들의 모임인 '한국고미술상협회'로 시작됐다. 원래부터 감정을 위해 설립된 단체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이후 회비만으로는 협회 운영이 어려워지자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 감정업무를 맡게 되면서 각종 의혹과 비리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협회가 문화재청 승인을 받기는 했지만 문화재청이 비영리법인인 협회의 감정업무에 대해 관리·감독을 하지 않기 때문에 미술품 감정에서 협회와 협회장의 입김이 막강해졌다는 주장이다.

특히 고미술품 감정에 대한 과학적 감정방법을 도외시하고 전적으로 육안 감정에 의지하는 현 상황에서 협회장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었다고 이 전문가는 지적했다.

실제로 2002년 11월 변조품을 진품으로 감정한 혐의로 당시 협회장이 구속됐고 2007년 12월에는 돈을 받고 감정한 혐의로 감정위원이 입건되기도 했다.

또 2008년 7월에는 가짜 고미술품을 진품이라고 보증하는 허위감정서를 협회로부터 발급받아 이를 골동품상에 넘긴 혐의로 감정위원이 입건된 적도 있다.

이 전문가는 "고미술품에 대한 감정이 데이터베이스가 갖추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기준이 없기 때문에 자꾸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이를 사단법인인 협회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담당하거나 시장에 넘겨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고미술계 관계자는 특히 김 협회장의 장기집권에 대해 문제 삼았다.

김종춘 협회장이 1997년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수차례 협회 정관을 개정하면서 15년 동안 장기집권을 해왔다는 주장이다.

개정된 현재 정관에 따르면 협회장은 회장단의 추천과 이사회의 인준, 그리고 총회 참석자 과반수 이상의 찬성에 의해 추대된다.

그러나 협회장 추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사 선임에 협회장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감정에 대한 기준이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 아무리 깨끗한 사람이라도 15년 장기집권을 하면 비리 의혹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미 김 회장은 그동안 장기집권을 통해 고미술품 시장 자체를 망가뜨려놓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검찰수사를 통해 그동안 수많은 의혹이 제기된 협회와 김 회장에 대한 비리를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며 "정부는 고미술품 감정의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감정기구와 감정기준을 만들고 전문가 육성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한국고미술협회는 협회에 반대하는 세력들에 대한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덕진 한국고미술협회 사무국장은 “현재 협회는 ‘가짜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감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그런 과정에서 감정에 불만을 가진 세력들이 오는 2월 예정된 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회장을 몰아내기 위해 자꾸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압수해 간 자료들을 보고 나면 협회의 결백이 곧 밝혀질 것”이라며 “김종춘 회장도 협회를 위해 오히려 자신의 돈을 쓰는 청렴결백한 사람으로 검찰조사에서 협회와 회장에 아무 잘못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비영리법인 단체인 고미술협회에 대해 문화재청이 일일이 개입한다는 자체가 사실상 문제가 있어 협회 운영과 감정 등을 자율에 맡겨왔다”며 “전세계적으로도 국가가 주도해 사미술품 감정을 진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현 감정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과거 정부 차원에서 ‘문화제 감정제도’를 만들려 했지만 잘못된 감정에 대한 법적 소송 등 여러가지 면에서 실효성이 없어 진행되지 못했다”며 “앞으로 문화재 감정에 있어 전문가 양성,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풀어나가야 할 문제가 많다”고 인정했다.

또 “아직까지는 협회에 대한 수사 결과가 발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결과 발표에 따라 협회에 대한 감사를 펼쳐 문제를 시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