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성, “정치복귀 거론하지 마라” “좋은 사람 뒤에서 도울 것”
이수성, “정치복귀 거론하지 마라” “좋은 사람 뒤에서 도울 것”
  • 정수백 기자
  • 승인 2011.08.0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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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성 새마을 중앙회장

“새마을 운동 정신 지닌 사람들이 시장·군수 돼야”
“세계각국 새마을 배우기 붐, 우리 정부도 지원 나서야”


7월 14일 오후 3시. 서울 강남 대치동 새마을 운동 중앙회에서 이수성(69) 새마을 중앙회장을 만나기로 했다.

만나러 가는 동안 차안에서 이런 저런 생각이 났다. 서울대 법대 교수, 서울대 총장(1995년), 국무총리, 신한국당의 강력한 대권후보였던 그가 새마을 운동 중앙회장을 맡게 된 연유는 무엇일지가 우선 궁금했다.

‘격’에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앉았다는 말들이 무성하다. 항간에선, 이 회장이 향후 정계개편과 관련해 ‘조직을 만들기 위해 그 자리에 들어갔다’는 소문도 있다.

차기 여권의 정계개편과 관련, ‘영남후보론’으로 이 회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에 대한 생각도 궁금했다. 지금 정치 일선을 떠나기는 했어도, 다시 복귀를 생각하지 않을까 궁금했다.

또한 97년 신한국당 대선 경선에 대한 ‘회한(悔恨)’도 많이 서려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 과정에서 김영삼(YS) 전 대통령이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에 대한 원망(怨望)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됐다.

새마을 중앙회 10층 회장실에서 이수성 회장을 만났다.

이 회장은 자신의 정치 복귀에 대해 “거론하지 마라”며 “정치와 나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현 정치 구도와 관련, “보수와 진보로 구분지어 사회를 분열시키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라”고 반문 한 뒤 “정치가 발전 하려면 이제 서로 용서하고 화합하는 통합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97년 신한국당 대선경선 과정에 회한이 있을 듯하다.
△하늘이 정한 일인데 무슨 회한이 있을 수 있나. 하늘이 김대중 대통령도 만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된 것도 하늘이 도운 것이다. 나는 경선에서 떨어진 게 차라리 고맙다. 만약 내가 대통령이 됐다면 나라에 역병이라 던지 안 좋은 일이 생겼을지 모르니까….

대통령 후보가 안 된 것에 대해 굉장히 감사하고 있다.

-당시 집권세력인 민주계가 밀어 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권후보가 못된 게 ‘밀어붙이는 힘’이 약해서 그랬다는 얘기가 있다.
△밀어붙이는 것은 전혀 관계없다.

민주계 모임인 정치발전 협의회(정발협)에서 이수성으로 정했을 때는 선거는 끝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날 저녁에 YS가 해체 시켰기 때문에 이회창씨가 자동적으로 된 것이다.

내가 못나고 잘 나고는 전혀 상관없다.

-YS가 이수성 회장의 대권을 막았다는 말인가.
△정발협을 해체시켰을 때 선거는 끝난 것과 같았다. 그 순간 신한국당 대권후보는 이회창이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을 것 같은데.
△안 좋을 것도 없고, 좋을 것도 없다. 나의 아버지가 월북했다고 비방한 것은 안 좋지만, 권력을 쫓는 사람에 대해서는 이해한다.

물론 남을 비방했다는 점에선 좋은 감정은 아니다.

-97년 경선이 불공정 경선이라는 말이 많다. 당시 이인제의 선택에 대해 어떤 생각인가.
△한마디로 글쎄다. 그 사람도 나의 제자다. 제자 나쁘게 말하는 선생이 어디 있냐. 이회창도 훌륭하고 이인제도 훌륭하다.

-이인제 의원이 경선에 대해 불복한 것에 대한 생각은.
△이것에 대해선 할 말 없다. 그러나 나도 불복하고 싶었다. 그때 그 감정 상태로는….

그 당시는 불공정 경선이었다. ‘이회창’이 스스로 당대표가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었다.

그래서 ‘이한동’도 대표를 맡지 않은 것 아니냐. 하지만 ‘이회창’은 자신이 대표에 오르니까 그것을 이용해 대권후보 자리에 올랐다. 그래서 이인제 의원이 불복한 것은 이해한다.

-이인제 때문에 이회창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이회창이 이인제를 못 잡아서 대통령이 못된 것 아닌가.
△이건 하늘의 뜻이다. 이렇게 말하는 내가 신앙에 미친것 같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하늘이 미리 정해놓은 것이다.

-향후 여권의 정계개편과 관련, 대권주자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더불어, ‘영남후보론’으로 이수성 회장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정치를 다시 할 생각은.
△이는 거론 하지 마라. 전혀 상관없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장관이 대권도전을 위해 장관직을 그만 둔 것으로 안다. 천 장관과 상당한 친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기 대권과 관련, 천 전 장관이 이 회장에게 ‘도와 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말이 있다. 또, 이 회장과 천 장관간의 역할 분담론도 나온다는데.
△그런 소리 하지마라. 천정배는 나의 제자다. 아울러 천정배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맑고 깨끗한 사람이다. 절대 그런 소리를 꺼낼 사람이 아니다.

-만약 천 장관이 도와 달라고 한다면.
△그런 소리 할 사람이 아니다. 그 사람은 나의 제자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정치를 다시 할 생각은 없는가.
△내가 하는 일은 없다. 다만, 좋은 사람들이 정치그룹을 만들어서 총리, 대통령, 국회의원, 등을 탄생시키는 데 조연역할을 하고 싶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지역감정이 없고 계층감정이 없는 그러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 지금과 같은 정치는 안 된다. 서로 잘못을 인정하고 화합하고 그래야 국제 경쟁력이 살아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 집권 세력인 386 정치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듯한데.
△보수, 진보 싸움은 내가 보기엔 우스운 일이다. 보수와 진보가 같이 나아가야 한다.

이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지역, 계층을 분열시키는 것과 같다. 서로 용서하고 화합하고 단결하지 않으면 살길이 없다.

현 민노총 하는 것을 봐라. 나는 누구보다 노동자의 아픔을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투쟁은 국가를 위해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회사, 기업, 가정, 국가를 위해서는 있어서는 안 된다. 내 개인을 위해 국가를 버린다는 것은 용납이 안 된다. 어떤 사회에서든 용납이 안 되는 것이다.

-이 회장께서 생각하는 바람직한 지도자상은.
△진정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첫째로 절대적인 애국심이 있어야 한다. 절대적이다.

권력이라는 것은 국가를 융성하게 하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기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정치라는 것이 권력을 수단으로 해서 하는 것이다.

-다음 집권은 개혁이 좋은가, 보수가 좋나.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을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을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나.
△이수성이 가장 좋지만, 이수성은 안한다. 다른 사람 이야기는 하지 마라. 그러나 과오가 있는 자, 기회주의자, 신의를 잃은 자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배반을 하면 자살을 한다.

미국에서는 얼굴도 못 들고 다닌다. 배반자들이 날뛰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다. 작은 의리를 저버리는 사람은 절대 큰 것을 이루지 못한다.

-정치에 있어 의리라는 것은 무엇인가.
△세상이 흔히 이야기하기를 작은 의리를 저버리고 큰 것을 취하는 것은 현명하다고 변명한다.

그러나 작은 의리를 저버리는 사람은 절대 큰 것을 이루지 못한다. 여담으로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 되자마자 나와 식사를 같이 했다.

DJ가 나라 장래가 참 암담하다며 이것을 해소하기 위해서 나에게 당대표를 맡아달라고 했다. 당시, YS와 DJ가 사이가 좋았다면 고뇌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당대표를 맡았으면 나라가 좀 더 좋아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YS 정부시절 총리까지 지낸 사람이 당 대표를 맡을 수 없어 거절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
△지금도 나에게 선택하라고 한다면 예전과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한 정부에 총리하던 사람이 그 분하고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 밑에서 당대표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바로 내가 생각하는 의리라는 것은 이런 것 이다.

-이회창 전 총재가 당권을 잡은 뒤 ‘이기택’, ‘김윤환’에게 공천을 주지 않은 것도 정치적 배반으로 볼 수 있나. 배반에 대한 선이 어디까지 인지.
△그런 소리는 하지마라. 얘기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한나라당’이라는 이름을 만든 사람은 ‘조순’이다.

나 같으면 그러한 신의는 지켰다. 배반에 대한 기준은 각자 나름대로 정하기 나름 이니까. 내가 생각 하는 신의는 사소한 것도 포함된다.

-노무현 대통령을 만난 적은 있나.
△있다. 예전에 노 대통령이 한번 찾아 온 적이 있었다. 이때도 역시 도와 달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나 내가 정치에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거절했었다.

-현 노 정권에 대해서 한마디 해 준다면.
△특별히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은 안중근 의사, 백범 김구 선생 같은 분이 있어 발전한 것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암살당하고, 안중근 의사 기념관 하나도 제대로 없는 나라다.

지금의 정부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판세가 자기 이익을 위해 공격적으로 행하는 것을 보면 나라가 잘못 되도 한참 잘 못된 것 같다.

있는 사람 없는 사람 싸움 붙여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사람이 누구냐. 국민을 위해서 인가. 천만에 말씀이다. 지금 정치하는 사람들은 대단히 큰 죄를 짓는 것이다.

난 부끄러워서 대통령에 나가지 않는다. 내 죄 값을 위해 정치에 안 나서는 것이다.

-정치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나.
△정치에 대해 생각이 왜 없겠는가. 정치가 잘못되면 나라가 망하니까.

그러나 방법에 있어 나는 좋은 사람들을 모아서 당파싸움이 없는 그러한 그룹을 만들어서 후원하고 싶다. 내가 일선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거들어 주고 싶은 것이다.

돈 많고 많이 배우고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맑으면 사회가 맑아진다.

예전 로마시절이 강대 했을 때 로마가 망한 이유는 모든 시민이 정치인을 닮아갔기 때문이다. 남을 모략하고 정직하지 못한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높은 자리에 있는 집합이 중요하다.

지금의 여당과 야당은 그러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정직하고 청렴 겸손한 사람을 사랑하는 그러한 사람을 모아 후원하고 싶다.

-현 봉사단체에서 회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는데.
△지금 현재 봉사단체에 있는 것도 죄 값을 치르기 위해 있는 것이다.

난 대한민국 단체 중에 가장 좋은 단체가 새마을 단체라고 생각한다. 박정희 정권 시절 만들어져 관변단체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웃긴 것이다.

그 시대에 만들어 졌을 뿐이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정부 지원금은.
△안 나온다. 내가 총리할 때 마지막으로 나왔다.

정부 지원금이 전폭적으로 지원 돼야 한다. 새마을 운동을 활성화해서 새마을 정신, 새나라 만들기, 국민 도덕성 세우기 등을 통해 정직한 국민을 만들어야 한다.

새마을 정신이 있는 사람이 헌신적이다. 이러한 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시장, 군수,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

-새마을 운동의 저변확대 방안은.
△자칫하면 정치와 연결이 돼서 조심스럽다. 좀 전에 말했던 ‘새마을 사람들이 시장, 군수가 되면 참 좋겠다’고 이야기 한 것이 잘못 전달되면 정치와 연관이 되는데 나는 새마을은 절대로 정치와 연관 시키지 않는다.

-요즘 중국정부의 신농촌건설과 관련해 중국의 고위 공직자들이 교육을 받고 있는데.
△이는 바로 우리나라 국가 이익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이는 엄청난 일이다.

한국 중국과의 관계에서 중국 고위 관계자들이 와서 교육을 받고 간다. 이는 얼마나 큰일인지 일반 사람들이 이해를 못한다.

신농촌건설은 새마을 운동을 벤치마킹 하는 것이다. 중국과 베트남, 인도, 유고슬라비아 등 세계 각국에서 우리 새마을 운동을 배워가고 있는 것이다.

-봉사활동의 철학은.
△사람 사는 최고의 가치는 어려운사람, 아픈 사람 도와주는 것이다. 즉 남을 도와주는 것이다. 인간으로써 이 이상 가는 가치는 없다.

-요즘 근황은.
△특별한 것은 없다. 여가 활동으로 바둑을 자주 두고, 가까운 친구들과 만나 소주한잔 먹는다. 장애인 단체에 가서 어려운 사람 도와주고 그렇게 생활하고 있다.

-이 회장은 ‘마당발’로 통한다. 누구든지 5분만 얘기하면 ‘이수성 사람이 된다고 하던데.
△이는 거짓말이다. 내가 사람을 좋아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 대할 때는 굉장히 진지하다. 싫은 사람과는 밥도 한 끼 같이 안 먹는다.

-마지막으로, 정치인으로 아끼는 사람 없나.
△글쎄, 손학규, 천정배 등 깨끗한 사람들이 많다. 참 서청원도 참 좋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