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이코노미] '트렌드 뒤쫓기'에 빠져있는 롯데마트
[솔로이코노미] '트렌드 뒤쫓기'에 빠져있는 롯데마트
  • 정단비
  • 승인 2018.05.0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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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부터 대형마트들이 PB상품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특히 1인가구 증가를 바탕으로 한 가정간편식(HMR)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하지만 이마트는 '피코크'라는 걸출한 브랜드를 만들었으나, 홈플러스나 롯데마트는 상대적으로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최근 자신들의 부족함을 깨닫고 이마트 '노브랜드'의 대항마로 '심플러스'를, 기존 간편식 기존 브랜드를 '올어바웃푸드'(AAF) 체계로 일원화해 운영한다는 새로운 전략을 발표했다.

반면, 롯데마트는 아직도 '요리에 즐거움을 더하다'라는 구호를 달고 '요리하다'를 고수하며 상품 수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사실상 롯데마트는 '와이즐렉', '초이스엘', '요리하다' 등의 브랜드를 선보였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그러는 동안 '피코크'는 2013년 340억원의 매출에서 2016년 1900억원을 돌파했다.

롯데마트의 '요리하다'는 출시 초기부터 식생활에 해결책을 제시해준다는 '밀 솔루션(Meal Solution)'을 지향하면서 소비자들이 역동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동사형의 브랜드 이름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채소를 다듬거나 볶는 등 간단하지만 별도의 요리과정이 포함된 라인업을 강조하며 초기 마케팅을 펼쳤다.

하지만 롯데마트는 요리에 즐거움을 더하기 보다는 '그냥 편하게, 맛있게' 먹는 것이 더 중요한 소비자 마음을 읽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4월 롯데마트 자신들이 내놓은 수치에도 지난해 식·과도와 도마 매출이 역신장했다. 식·과도는 -2.2%, 도마는 -3.9% 로 매출이 감소했으며 올해 1월부터 3월말까지는 칼, 도마 매출은 각각 -5.3%, -8.6%까지 감소했다고 한다.

요즘 간편식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CJ제일제당의 경우 더욱 간편하게 조리되면서도 맛있는 제품을 내놓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자레인지에 1분 30초만 조리하면 셰프의 요리를 느낄 수 있는 '고메 상온 HMR'을 꼽을 수 있다.

햇반 포장 기술을 접목해 상온에서도 유통기한이 9개월에 달한다.

롯데마트 서초점의 그로서란트  ⓒ뉴시스
롯데마트 서초점의 그로서란트 ⓒ뉴시스

이런 가운데, 롯데마트는 최근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바로 재료를 뜻하는 그로서리(grocery)와 음식점의 레스토랑(restaurant)을 합친 '그로서란트(grocerant)'다. '그로서란트'는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롯데마트는 현재 그로서란트 시범 매장을 양평점, 서초점, 김포한강점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

매장에서 직접 고른 상품을 즉석에서 조리해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는 것이 롯데마트 측의 설명이다.

서초점을 예로 들자면 스테이크 고기를 구입하고 얼마를 더 주면 그 자리에서 직접 구워주면 앉아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다.

이게 과연 유럽에서 말하는 '그로서란트'일까?

현재까지의 상황을 본다면 롯데마트의 그로서란트는 식재료는 구입할 수 있지만, 레스토랑으로의 서비스는 부족한 상황이다. 테이블은 부족하고 홀서비스나 청소를 제공하는 인력도 부족하다.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반쪽짜리 그로서란트가 지속된다면 '인테리어 괜찮은 푸드코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인테리어를 멋지게 해놓았으니 롯데마트가 자랑하는 것처럼 수많은 고객이 방문하긴 하나, 포토존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현재 마트는 그로서란트를 가장 선두에서 표방하지만 방황하는 상태"라고 말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로서란트는 가지고 있는 것에 '더하기'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라며 "고객응대나 접객 메뉴얼이 준비되지 않은 경우 시도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데일리팝=정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