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검은머리 외국기업' 에쓰오일(S-Oil), 사우디 '가교'인가 '빨대'인가
[뉴스줌인] '검은머리 외국기업' 에쓰오일(S-Oil), 사우디 '가교'인가 '빨대'인가
  • 정단비
  • 승인 2018.05.17 18: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유기업 에쓰오일(S-Oil, 대표 오스만 알 감디)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부에서 전방위적인 세무조사와 함께 한진그룹 일가의 갑질로 인해 해외 은닉재산 '환수기구'를 설치하는 등 국부유출에 칼을 뽑은 시점이다.

여러 기업들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지만, 에쓰오일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인 아람코(ARAMCO)가 대주주로 고배당 정책을 고수하면 '국부유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 눈길이 간다.

자세히 말하면 아람코의 자회사 A.O.C.(Aramco Overseas Company)가 에쓰오일의 주식 63.41%를 가지고 있다.

늘 주유를 하는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에쓰오일이 외국계 회사라는 생각은 하기 힘들 수도 있다.

에쓰오일은 쌍용양회와 이란석유회사 NIOC의 합작 회사인 한국이란석유 주식회사가 전신이다. 이 회사에서 이란 자본이 철수하면서 쌍용정유로 명칭이 바꼈고 2000년 3월 아람코가 쌍용정유 주식을 사들였다.

에쓰오일의 아람코 사랑은 이때부터다. 아람코가 최대주주를 차지한 이후 에쓰오일은 곧바로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기 시작했다.

에쓰오일은 적자를 본 2014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50% 내외의 배당성향을 유지하면서 최근 3년간 1조원에 달하는 배당금이 국외로 빠져나갔다.

실제 에쓰오일 측은 올해 1월 4분기 실적 콘퍼런스에서 "지금껏 주주가치가 최대화되는 방향으로 배당을 결정해왔고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의 40~50% 수준으로 고배당 정책을 유지해왔다"며 "(2017년) 당기순이익이 사상최대 기록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전년도 배당성향인 60% 전후의 고배당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배당성향 60%는 유가증권(코스피)시장 상장기업의 통상 배당성향이 25.1%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

게다가 아람코가 6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니 고스란히 배당금 절반이상이 빠져나가기도 한다.

아람코는 에쓰오일로부터 최근 3년간 1조706여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A.O.C.의 본사가 사우디가 아닌 네덜란드에 있다고 하니 엄밀히 말하면 네덜란드로 국부가 나간 셈이다.

아람코, 에쓰오일에 기름도 판다

논란은 이뿐만 아니다. 대주주인 아람코는 에쓰오일에 원유도 판매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원유를 아람코로부터 전량 공급 받고 있으며, 경유는 아람코 자회사인 ATC(Saudi Aramco Products Trading Company), 원유 운송은 아람코가 2대주주로 있는 사우디 국영선사 바흐리(Bahri)에 맡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특수관계인인 사우디 아람코 프로덕트 트레이딩 컴퍼니(ATC)와 1조9440억원 규모의 경유·나프타·항공유 공급계약을 12월 31일까지 진행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국내 기업이 이같이 기업행위를 했다면 대번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몰아주기로 조사를 했을 법하다.

이러한 지적이 계속되자 에쓰오일 측은 5월 17일 대한해운과 원유운송에 대한 5년간 장기계약 서명식을 가졌다는 보도자료를 뿌렸다.

하지만 에스오일은 앞서 2015년 바흐리와 10년 원유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한 바 있기 때문에 대한해운과 계약기간이 비슷하게 끝난다.

바흐리 측은 이 계약으로 연간 730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세무조사에서 아람코와의 거래 관계에 대해서도 자세히 들여다 볼 수도 있다는 추측을 하고 있다.

한국에 환원하는 것은?

에쓰오일은 외국으로 보내는 배당금에 비해 사회공헌 비중이 낮은 것으로도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16년 에쓰오일이 두 곳(울산복지재단, 과학문화재단)의 복지재단에 출연한 금액은 16억원 정도, 연매출 16조원에 달하는 기업치곤 미미한 편이다.

물론 다른 대형프로젝트 진행이나 소소하게 진행하는 사회공헌, 일자리 창출 공로 등이 빠진 비판이지만 아람코가 가져가는 배당금에 비해 적은 편은 사실이다.

한진그룹의 저주?

사실 에쓰오일은 한진그룹과 관련이 있었다. 한진그룹은 2015년 대한항공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자회사 한진에너지가 보유하고 있던 에쓰오일 지분 28.41%를 2조원 가까운 금액에 아람코에 팔았다.

이는 아람코가 지금의 60%가 넘는 에쓰오일 지분을 보유하게 된 배경이다.

(데일리팝=정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