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의 관심은 사법판 도가니 수준
'부러진 화살'의 관심은 사법판 도가니 수준
  • 김윤희 기자
  • 승인 2012.01.2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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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 타며 박스오피스 2위까지...

'부러진 화살'은 재임용에서 탈락해 수년간 법정싸움을 벌이던 김 모 교수가 소송에서 패하자 2007년 담당 판사를 찾아가 석궁을 쏴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던 이른바 '석궁 테러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이 작품은 그럴듯한 거짓말보다 쉽게 믿을 수 없는 실제 사건에 더 관심을 두는 20~30대 관객을 사로잡았다. 누구나 끝난 사건이라고 생각했던 석궁 테러사건의 기록은 터무니없이 조작됐고 재판부가 똘똘 뭉쳐 사법부의 권위에 도전한 대학교수를 응징했다는 고발에 이목을 기울였다.

무엇보다 관객들이 공감하는 대목은 힘없는 사람이 사법권력의 위선에 당당히 맞서면서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여기에 대중적 재미까지 갖췄다는 점이다.

영화 '부러진 화살'은 혈흔감정 기각과 사건당사자인 판사의 증인채택 기각을 핵심 쟁점으로 부각시키며 실체적 진실 접근에 대한 사법부의 태도를 정면으로 문제삼았다. 영화에서 피해자인 담당 판사의 진술이 오락가락한 점, 현장에 있었던 부러진 화살이 사라진 점, 판사의 조끼와 속옷에서 발견된 혈흔이 와이셔츠에서는 발견되지 않은 등에 대한 의혹이 제공된다. 

관객들은 영화에서 제기한 문제의식에 적극 공감했다. 한 30대 남자 관객은 "교수가 처한 상황을 제가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교수가 던진 문제의식과 영화의 주제에 공감했다. 사법부가 명확한 증거에 입각하지 않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사법부의 권위를 보호하기 위해 한 교수를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50대 중반의 관객도 "영화에서 보듯이 형사소송법 규정을 지켜야 할 판사가 오히려 이를 지키지 않은 우리 사법부의 현실이 씁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판사의 사건 처리 건수가 많은 것도 문제다. 실체적 진실을 파헤칠 시간이 없기 때문에 법조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구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의 메세지 중에는 판사와 관련된 재판을 사법부가 재판을 하게 되면 제식구 감싸기가 될 것이라며 판사 관련 재판은 국민참여재판 형식으로 진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대법원이 보도자료까지 내며, 파문 차단에 나서고 있지만 영화 '부러진 화살'은 사법개혁을 촉발하는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영화평론가 전찬일 씨는 "지난해 광주의 한 장애 특수학교에서 벌어진 인면수심 범죄를 그린 '도가니'도 그랬듯이 이 작품 역시 스크린을 통해 석궁 테러사건을 세상에 알리는 동시에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를 고발하고 있다"며 "심각한 내용의 법정 드라마 같지만, 사법부를 조롱하는 영리한 웃음장치를 곳곳에 감춰 놓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