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모인 일가친척, 당신은 행복하셨습니까?
오랜만에 모인 일가친척, 당신은 행복하셨습니까?
  • 최배가 기자
  • 승인 2012.01.26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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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가족, 더 따스한 마음의 고향이 되기를 바라며...

설 연휴가 끝났다. 귀성의 즐거움도 잠깐이다. 기나 긴 귀경행렬에 지친 몸과 설날에 체면상 남발한 조금은 부담스러운 지출과 카드명세서를 품게 됐다. 하지만 이제 진짜 새해 업무를 시작 해야 할 때 이다.

오랜만에 모인 일가친척들. 이름만 대면 아는 명문대학에 당당하게 합격한 사촌형제의 자녀들, 내로라 하는 대기업에 척척 입사한 이야기 꽃을 피우는 사촌동생, 부장 승진으로 오른 연봉을 자랑하는 오촌형제, 지난 가을 결혼해 새로 들인 조카며느리가 어쩜 그리 직업이 좋아 돈도 잘 벌어오고,  예쁘고, 게다가 명절에 어른 모시기 까지 얼마나 깍듯한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했던가... 내가 이렇게 속이 쓰린 건 내가 인격이 덜 돼서가 아니라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우리 민족의 국민성이라고해도 과언은 아니다.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가며, 너무 자책하지 말자하며 마음을 다잡아도 속은 부르르 끓어 오른다.

▲ 설 연휴에 모인 일가 친척 ⓒ뉴스1

물론 오랜만에 만났으니 그 동안의 신상변동에 대해 물어 볼만하다. 또 사촌보다 못한 대학에 합격했어도, 설령 취업을 못했어도, 아직 결혼을 못했어도, 승진에  누락됐어도 '자신만 자신 있고 당당하면 되지 않겠느냐' 할 이도 있다.그러나 '친척'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씩만 바꾸면 '천적'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가 아닌가?

그나마 진학과 취업 문제는 그런대로 사회현상과 연관 지어 나름의 이유를 인정해 준다. 그러나 결혼에 있어서만은 유독 개인의 문제로만 취급하며 눈을 낮추라 가족들은 일제히 합창을 한다.

결혼을 하는 연령에 있어 20대는 명품, 30대는 정품, 40대는 기획상품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유통기한 얼마 안 남은 우유 처리하듯 해치워 버려야 하는 게    결혼은 아니지 않은가!

'허니문 푸어'가 되느니 차라리 그냥 혼기 놓친 '올드미스'가 낫지 않은가 하는 절규도 일가 친척들에겐   듣고 싶지 않은 외침일 뿐 이다.

일본의 지진참사 후 들었던 한 일본인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나는 가족을 다 찾았으나 너무 소리내어 기뻐하면 가족을 잃은 이들이 얼마나 더 슬프겠느냐"라며 "또 내가 가족을 잃어 소리내어 슬퍼하면 가족을 찾은 사람들은 나 때문에 마음껏 기뻐하지도 못하지 않겠느냐... 그래서 우리는 소리내어 울지도 소리치며 기뻐하지 않는다 " 라는 내용이다.  때로 너무나도 냉정한 일본인들의 참사를 대하는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설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터로 나서는 지금, 우리 친척들이 다음 명절에는 조금은 덜 호들갑스럽게  기뻐하고, 진학과 취업, 승진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척들에게는 조금 더 진지하고 따스하게 격려의 말을 건네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명절이 끝나면 처리해야할 산더미처럼 쌓인 일이나 카드명세서 보다도 다친 마음 추스리기가 더 힘든건 나뿐만이 아니겠지 하는 위로를 하며 길지 않았던 설 연휴를 정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