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비싼 '수업료' 내고 론스타와 '결자해지'
김석동, 비싼 '수업료' 내고 론스타와 '결자해지'
  • 최창일 기자
  • 승인 2012.01.2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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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이 미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김석동 금융 위원장과 론스타의 끈질긴 악연이 주목받고 있다.

김 위원장이 금융위 전신인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이던 2003년 외환은행을 미국계 론스타에 매각하는 실무라인에 있었다. 이 때문에 김위원장이 외환은행을 하나은행에 매각시킨 것은 값비싼 수업료를 내고 `결자해지(結者解之)'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시 노무현 정부에서 `미스터 변'으로 불리며 외환은행, 조흥은행 매각의 총대를 멨던 변양호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은 헐값에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했다는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2006년 기소되기도 했다. 변 전 국장은 2010년 10월 무죄 판결로 풀려나긴 했지만 후폭풍은 대단했다.

발단은 국민은행이 2006년 외환은행을 6조4000억원에 인수를 추진하면서부터다. 외환은행 인수금액으로 단, 2조1549억원을 투자했던 론스타가 처음으로 `먹튀 논란'에 휩싸인 시점이다. 곧바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조사가 뒤따랐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이라는 딱지가 붙었고 당시 재경부 차관보였던 김 위원장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감사원 감사를 받았으며, 금감위 부위원장 시절에는 검찰에 출두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쟁점은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을 6.16%로 과도하게 낮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론스타가 적게는 3443억, 많게는 8252억원이나 낮은 가격에 외환은행을 인수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었다.

변양호 전 국장은 이 사건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2010년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무려 16개월간 수감되는 상황에 처해야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김위원장은 2008년 2월 재정경제부 1차관을 마지막으로 공직을 떠나게 된다. 김 위원장은 당시 28년간의 공직생활을 정리하며 "공직자는 국민에게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과 소명의식을 자주 망각했다"는 자조 섞인 솔직한 심정을 털어놔 주목받기도 했다.
 
그런 김석동 위원장이 야인생활 3년 만인 2011년 1월 금융위원장으로 다시 공직에 복귀하게 된다.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 실무자였던 그가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와 국내 금융지주 인수여부를 최종 승인하는 입장에 서게 된 것이다.

김 위원장의 복귀로 외환은행에 대한 금융위의 입장도 180도 바뀌었다. 2010년 10월 하나금융이 론스타와 외환은행 매매계약을 체결했을 당시 만해도 정부는 금융위가 단독으로 외환은행 매각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취임하고 나서는 입장이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김 위원장은 여러 차례 론스타를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강조하며 외환은행 매각이 임박했음을 암시해 왔다.

민주당 등 야권과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반발에도 금융위는 "법적 원칙에 따라 공정한 결과를 내놓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금융위는 27일 결국 고심 끝에 1년2개월여 끌어온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건을 승인했다. 론스타에 대해선 "비금융자산이 2조원을 넘긴 하지만 비금융주력자로 볼 근거가 없다"며 족쇄를 풀어줬다.

외환은행 매각에 실무자였던 김석동 위원장은 이제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최종 승인자의 입장에서 결자해지의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론스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에도 금융 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론스타를 철수시키는 게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했을 거란 전언이다.

지난해 10월25일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이 흔들렸던 론스타의 금융자본을 인정하면서 하나금융에 이를 매각하는 방안을 승인하면서 론스타의 퇴로를 열어준 셈이다.

외환은행 인수건에 최종 사인을 한 김 위원장으로서는 론스타와의 지난했던 여정에 마침표를 찍고 해묵은 금융계 과제를 피하지 않고 뚝심으로 돌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이후 지난 9년간 김 위원장과 정부 당국이 감당한 막대한 `수업료'는 향후 우리 금융계 역사에 두고두고 부담으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