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제약, 연이은 사고 '바람 잘 날 없어'...제약회사? 음료회사? 정체성 혼란
광동제약, 연이은 사고 '바람 잘 날 없어'...제약회사? 음료회사? 정체성 혼란
  • 임은주
  • 승인 2018.11.0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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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원 광동제약 부회장(사진=뉴시스)
최성원 광동제약 부회장(사진=뉴시스)

광동제약의 주사용 해열진통제 '아루센주'에서 이물이 발견돼 잠정 판매 중지되고 회수조치 됐다. 이와 함께 광동제약은 최근 제주삼다수 생산 공장 30대 근로자 사망에 아무 유감 표명없이 침묵으로 일관해 빈축을 사고 있다.

10월 3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열진통제 '아루센주'(아세트아미노펜)' 주사제에서 검은색의 미세한 이물이 발견돼 해당 제품을 잠정 판매 중지하고 회수조치 한다고 밝혔다.

회수 대상인 아루센주는 광동제약이 삼성제약에 제조를 의뢰한 주사제다. 식약처는 삼성제약을 대상으로 제조ㆍ품질관리 기준(GMP) 준수 여부 등 공장 전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식약처는 이물 검출 원인이 확인되고 재발 방지 등 개선사항이 조치를 완료할 때까지 해당 제품을 판매 중지한다.

삼다수로 돈은 벌지만

사고 '책임은 없다'

광동제약은 전체 제약회사 중 유한양행과 GC녹십자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광동제약은 규모가 큰 제약 회사다. 하지만 삼다수와 옥수수수염차 등 음료부분이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무늬만 제약회사라는 소리도 나온다.

광동제약은 제주삼다수 위탁판매로 2016년에는 1837억원, 2017년에는 191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광돋제약의 총매출 1조1400억원 중 16%에 해당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광동제약은 지난 2012년 삼다수 판권계약을 맺으면서 음료시장 강자로 떠올랐다. 위탁판매란 상품의 제조 및 소유자가 대행업체에 판매 업무를 맡기는 방식이다. 판매 대행사는 보통 매출 대비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받는다.

또 광동제약은 지난해 11월 제주개발공사와 제주삼다수 소매용 위탁판매 재계약을 체결해 위탁판매가 연장됐다.제주개발공사가 직접 공급하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제외한 유통을 오는 2021년까지 광동제약이 맞는다.

이처럼 삼다수를 통해 많은 수익을 올리면서도 최근 제주삼다수 생산 공장 기계정비 중 발생한 30대 근로자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침묵만 지키고 있다. 광동제약은 생산이 아닌 위탁판매만 맡고 있어 생산 라인에서 사고가 났기 때문에 자신들은 법적인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위탁판매처인 광동제약과 약속한 물량을 무리하게 맞추다가 변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이같은 광동제약의 행태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광동제약, 삼다수 홈페이지)
(사진=광동제약, 삼다수 홈페이지)

매출의 1%만 'R&D 투자'

타 제약사와 확연한 차이

광동제약은 여러가지 문제로 고민이 깊다. 9월 12일 리베이트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창업주 셋째 사위 이 모 씨가 투신한 사건이 있었다.

검찰은 광동제약이 특정 광고대행사에 일감을 주는 대가로 수억원대 금품을 뒷돈 형태로 되돌려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비자금 조성 목적이 아닌지 등을 수사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씨의 사고는 광동제약과 무관치 않아 여전히 뒷말이 흘러 나오고 있다.

광동제약은 실적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어려운 상황이다. 매출은 2015년 9555억원, 2016년 1조564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영업이익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5년 509억원, 2016년 444억원, 2017년 357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영업이익이 추락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겉모습만 제약사라는 타이틀을 가진 광동제약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최성원 광동제약 부회장은 R&D(연구개발비)투자 등을 확대하며 변화를 꾀했지만 올해 실적 역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2012년 보건복지부는 광동제약을 제1차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했으나, 2015년 재평가에서는 탈락시켰다. 당시 업계에서는 의약품 중심 기업이라고 보기에는 취약한 수익구조와 부족한 R&D 투자비율 등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광동제약은 매출액의 1% 수준을 R&D 비용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10% 이상씩 투자하는 기타 제약사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한편, 광동제약은 지난 2007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사업 목표를 분명히 하라며 사명 변경을 권고받기도 했다.

의약품 비중이 낮은 사업 구조·목표를 개선하거나 제약이라는 사명을 삭제하라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광동제약은 비슷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데일리팝=임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