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재부장관, 여야 정치권에 정부입장 대변
박재완 기재부장관, 여야 정치권에 정부입장 대변
  • 정도민 기자
  • 승인 2012.02.0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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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는 물론이고 여야를 불문하고 정부의 정책들에 대해 연일 비판의 화살을 쏟아내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고 나섰다.

▲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뉴스1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은 3일 오후 과천청사 기재부 기자실을 방문해 "최근 여야 할 것 없이 정제되지 않은 정책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며 정치권의 표심을 향한 공약에 일침을 가했다.

박 장관은 "정제되지 않은 정책리스트를 제공할 의사도 있다"며 "국가 대차대조표를 면밀히 검토한 뒤 나온 정책들인지 의심이 든다. 너무 한쪽면만 부각해서 그쪽만 처방을 한다면 다른 쪽의 부작용이 돌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여당, 야당 누구나 나라 곳간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없이 선심성 공약을 내놓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장관은 이날 오전에는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이례적으로 교통요금 인상을 발표한 서울시를 향해 비난의 날을 세웠다.

박 장관은  "모든 비용을 중앙정부에 떠넘기려는 발상은 이제 바꿔야 한다"며 전날 서울시의 교통요금 인상과 관련해 비판한 뒤 서울시가 요구한 8000억원의 국비 지원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최근 들어 시민단체출신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동안 정부와 보조를 맞춰온 기존의 서울시장과는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박시장은 뉴타운정책을 놓고서도 국토해양부에 매몰비용 국가 부담을 주장하며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다.

이명박대통령이 물가와 서민생활 안정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하겠다는 대국민약속을 내놓은지 한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서울시가 교통요금 인상을 발표한 것은 대통령과 정부를 무시하는 처사로 비쳐질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여당인 새누리당(구 한나라당)의 행보는 야당과 다를 바가 없다는 지경이라는게 청와대와 정부의 솔직한 속내라는 지적이다.

야당이 정부의 정책에 제동을 걸며 날선 주장을 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지만 여당마저도 정부의 정책과 선을 그으며 정부 반대편에 서는 것은 진기한 풍경일 수 밖에 없다.

새누리당의 정책위원회는 군 사병의 월급을 복무지에 따라 차등 인상하는 방안을 4·11 총선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이 최근 복지와 일자리 창출, 경제 민주화 실현 등을 앞세운 정강-정책 개정안을 줄줄이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그 동안 '복지 포퓰리즘', '좌클릭' 등으로 비판했던 기존의 입장에서 선회, 전반적으로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를 내세운 것이다.

정치권 모두의 공약에는 "현 정부와는 같아서는 안 된다"는 기저의식이 깔려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라의 예산을 책정하고 집행하는 기재부의 수장인 박 장관은 "모든 것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수 있다는 이른바 '정부 만능주의의 환상'을 초래하지 않을까"라며 "기재부는 재정건전성을 지켜야 되고 또 나라 전체의 경쟁력을 높여야 되는 책임을 지닌 주무부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정치권의 총선 공약들이 국민의 환심만 사고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적잖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여야 할 것 없이 경제민주화를 내미는 등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면서 정치권의 대책 없는 표심잡기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