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노무현을 통한 정치의 시작과 끝...
양정철, 노무현을 통한 정치의 시작과 끝...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2.02.13 2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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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다르다는 것과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것이 목표

4·11 총선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바람이 얼마나 불지 새로운 관전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그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서울 중랑(을) 민주통합당 예비후보인 그를 만났다. 여의도 모 호텔 8일 커피숍에서 차분하고 격정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양 후보는 야당 후보답게 현 정권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 신의와 도리를 강조했다.

- 얼마전 노무현 대통령 서거에 대한 복수를 위해 총선에 출마한다고 했는데.
"이제 복수라는 표현은 다시는 쓰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앙갚음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아름답게 보여주겠다는 뜻이었는데 이와 전혀 다르게 전달됐습니다. '복수'라는 표현을 쓴 것은 실수였다고 느끼며, 우리가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것이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 친노 인사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선거에 이용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구태정치라고도 하는데.
"일리가 있는 지적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인기가 좋으니까 덕 보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과도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비판에 좀 서운합니다.  참여정부 5년 내내 언론으로부터 욕 먹으면서 노 대통령이 받는 부당한 비난을 방어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서거 전에도 노 대통령을 지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저의 정체성입니다. 제 정치의 시작과 끝입니다. 베드로가 예수를 부정하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저의 경우와 달리 과거에 그다지 가깝지 않았던 분들이 이제 와서 노 대통령 얘기하는 것은 민망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 분들이 노 대통령을 등장시키는 걸 누가 막겠습니까. 하지만 최소한 노 대통령의 어떤 가치나 사상을 이어갈 지 비전을 밝혀야 합니다."

양정철 후보는 언론개혁이라는 소망을 가지고 2002년 노무현 대통령후보 언론보좌역을 맡은 이래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5년 동안 근무했다. 국내언론비서관을 거쳐 홍보수석실 선임비서관인 홍보기획비서관을 3년 반 넘게 지냈다. 노 전 대통령 퇴임 후엔 봉하로 내려가 노 전 대통령의 연구 작업을 보좌하다가 서거를 맞았다. 이후 '노무현 재단' 설립 작업을 맡아 초대 사무처장을 지냈다.

- 이번 총선을 '이명박 대 노무현' 대결로 몰고가는 것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있습니다.
"선거에서의 캐치프레이즈와 공약은 구별해야 한다고 봅니다. 캐치프레이즈에서는 가능하겠지만 공약과 관련해서 자신과 인연이 있는 대통령 사진만을 내세워서는 안 되지요. 공약에서는 구체적이고 철저한 자세가 당연히 요구됩니다."

MB정권, 참여정부 흔적 지우기에 강박관념

- 이명박 정권의 잘못이 무엇인지 간략히 정리한다면.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 정치를 했다는 겁니다. 집권하자 마자 전 정권 흔적 지우기에 들어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부정하는 데 강박관념을 가진 듯했습니다. 그러나 6개월 정도 지나면서 다시 노 대통령 때 청와대 직제로 다시 돌아왔더라구요. 내각 구성도 참여정부 때와 비슷하게 돌아왔구요. 부자감세도 결국에 욕을 바가지로 먹더니 철회했습니다. 또 가혹하리 만큼 정적에 대한 보복정치를 했습니다. 그게 서거로 이어졌습니다. 역사와의 단절이 생겼습니다. 정부가 승계되는 과정을 부정해 손실을 입은 것입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이나 세력을 인정하고 좋은 점은 받아들여 융합해야 한다. 무우 자르듯이 하면 국민의 마음을 잃게 됩니다."

-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대한 평가는.
"먼저 과거 참여정부 시절의 코드인사 비판에는 동의 못합니다. 모든 인사는 코드인사가 되는 게 맞습니다.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게 국정운영을 맡겼기 때문에 대통령 자신의 철학과 맞는 사람을 쓰는 게 옳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인사는 코드인사가 아닙니다. 끼리끼리 인사입니다. 혈친인사, 가문인사, 교회인사, 고향인사입니다."

MB 경제성적표, 참여정부 때보다 나은 게 없어

-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는 잘했다는 평가가 있는데.
"전혀 동의 못합니다. 이 대통령은 대선 때 '경제 대통령'을 내세웠는데 그건 말이 안 된다고 봅니다. 대통령 직책은 전체 국정을 운영하는 행정부 수반입니다. 외교 국방 경제 행정 등 모든 게 다 포함됩니다. 그런데 경제 대통령이라면 어떤 사람은 외교 대통령이고 국방 대통령입니까. 핑크 빛 카피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를  말아먹었다고 공격했는데 이명박 정부 4년의 경제 성적이 참여정부 때보다 나은 게 없습니다. 경제의 성적표를  매길 수 있는 자료 가운데 월등한 게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크게 못한 것도 아니고 노무현 대통령도 그렇습니다."

-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미 세계 경제는 2007년부터 안 좋았습니다. 그 때 지킨 건 참여정부였습니다. 경제 성적표는 그때 그때 나오는 건 아닙니다. 노무현 대통령 때 못한 것은 김대중 대통령 때 못한 게 이어진 것도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때 잘한 것은 김대중 대통령 때 잘한 것이 이어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관계도 이렇게 봐야 합니다."

- 노무현 대통령의 업적에 대해 간단히 정리한다면.
"민주주의를 제대로 했습니다. 대통령을 씹어도 잡혀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언론자유가 우리 역사상 가장 화려하게 만개했습니다. 복지를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전부 후퇴시켰습니다. 애들 밥먹는 것 가지고도 다툼을 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평화를 이뤘습니다. 참여정부 때 남북한 교전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때는 국토가 뚫려서 배가 두동강이 나고 연평도가 포격을 받았습니다."

참여정부, 우리 역사상 언론자유가 만개한 시절

- 일각에서는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를 못믿는다고 하는데.
"저는 정부의 발표 믿습니다. 그러나 믿지 않는 분들도 이해합니다. 정부가 제대로 된 관련 자료를 제공하지 못한 자업자득입니다." 

- 참여정부 시절 북한이 핵실험을 했는데.
"북한 핵실험이 한국이나 주변국에 직접적 공격 형태로 나타나지 않고 자기 능력에 대한 과대포장이나 시위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우리가 북한을 100% 제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참여정부 시절 남북 관계를 한반도 주변 4개 나라와 풀어가는 6자회담을 저희가 주도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틀도 유지 못했습니다."

- 중랑(을) 현역 의원인 새누리당 진성호 의원에 대한 생각은.
"그 분이 친이(이명박)계 핵심이고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 몸을 던진 분이라고 합니다. 저는 진성호 의원이 마지막까지 이 대통령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지 지켜볼 것입니다. 관련해서, 한나라당 일각에서 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 신의상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 대통령 덕분에 국회의원이 됐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되지요. 집권당은 이명박 정부와 공동운명체가 돼야 합니다. 이제 와서 선거 앞두고 그런 얘기 하는 건 신의가 없는 것입니다."

여당發 대통령 탈당요구, 신의 없는 행태

-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무엇인가요.
"박근혜 위원장은 집권당의 1대 주주였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국민들로부터 욕먹고 있는 것에 대한 반사이익 말고도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무슨 책임을 지겠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당명을 바꾸고 총선을 진두지휘한다고 떳떳해지는 건 아닙니다. 집권당 핵심인사로서 어떤 책임을 질 지, 어떻게 극복할 지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책임있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야 합니다."

- 새누리당이 보수 색깔 빼기를 하고 있습니다. 성공할 것으로 보나요.
"정당이 컬러를 바꾸는 건 충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유턴하려면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합니다. 새누리당은 참여정부가 하려던 복지(정책)에 대해 얼마나 완고하게 문제삼고 정치투쟁을 했습니까. 참여정부 복지정책을 공산주의 좌파정치로 매도했습니다. 이제 와서는 복지론을 강조하는데 그 때는 왜 그렇게 했는지 밝혀야 합니다."

- 요즘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국민통합을 위한 방안이 있나요.
"관용의 문화가 뿌리 내리는 게 필요합니다. 지금 너무나 극단적인 대립이 팽배합니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인정하고 공존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정치도 그렇게 해야겠지만 언론이나 시민들의 의식 자체도 그렇게 갔으면 합니다. 모두가 노력해야 합니다. 정치가 본본기를 보여줘야 하겠지만. 저는 극단적 대립을 막기 위해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공동정부나 연립정부를 도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 중랑(을)에 출마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중랑(을)이 쉽지 않은 지역입니다. 여당 성향이 강합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한나라당 후보가 구청장이 됐습니다. 그런데 지역이 매우 낙후돼 있습니다. 그래서 해야 할 일이 많고 그 만큼 의미와 보람도 많을 것입니다. 쉬운 선거, 편안한 의정활동은 저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사실 사진을 찍기위해 하루 먼저 방문한 사무실은 복덕방 같은 분위기다. 양 후보는 자신의 책과 음료, 다과, 사탕 등을 구비해 놓았다. 일종의 ‘동네 카페’를 만들었다고 한다. 당선 여부를 떠나서 차 마시고,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정치 사랑방’을 만들었다. 또 문턱을 낮춰 지역주민과 이야기하고 제안이나 민원을 들어보는 장소로는 더할 게 없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