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치기 업자 '대형화'..건당 규모 급증
환치기 업자 '대형화'..건당 규모 급증
  • 정도민 기자
  • 승인 2012.02.1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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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환치기' (불법 외환거래)를 사용하다 적발된 금액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환치기 업자들은 해외 투자, 국제결혼, 유학 등으로 해외거래가 늘어나자  환치기 이용자들을 끌어들여 대규모 불법 거래를 일삼고 있다.

15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환치기 적발건수는 153건으로 전년 268건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적발금액은 2010년 1조3703억 원에서 지난해 1조2674억 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적발건수가 42.9% 감소했지만 적발금액에 큰 차이가 없는 것은 건당 적발규모가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치기도 대형화되고 있는 만큼 규모가 큰 사건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며 "환치기 수법을 알려 피해사례를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치기는 실질적인 외환 송금 없이 다른 국가로 돈을 보내는 효과를 내는 거래 방식이다.  송금 흔적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밀수, 관세포탈, 재산해외도피, 자금세탁 등 수단으로 악용된다.

예를 들어 한국인 K씨가 모 은행에 계좌(환치기 계좌)를 개설한 뒤 중국 현지 가족들에게 송금을 원하는 조선족들에게 일정 수수료를 떼는 조건으로 송금액을 받고 K씨와 연결이 돼 있는 현지 환전상이 가족에게 해당액수를 지급하는 것이다.

국제결혼이나 불법체류를 통한 외국인 거주자가 늘면서 국내외 친인척으로 구성된 외국인 가족단위 불법외환거래가 늘고 있는 모습이다.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들은 금융실명제에 따라 은행을 통한 실명거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환치기 수법을 이용한다.

관세청은 최근 차명계좌 140여개를 통해 4344억원 규모의 불법 외환거래를 한 혐의로 2개 조직 관련자 9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수출입 대금을 송금 또는 수령하는 업체들에 차명계좌를 이용해 불법 해외 송금서비스를 제공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또  베트남 국적 국내 불법체류자, 중국 국적 외국인과 이들 친인척으로 구성돼 있어 세관당국은 환치기 조직이 '가족형'으로 진화하는 양상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간 600억원대 환치기 업자도 적발됐다.

관세청은 서울 시내 중심에서 환전상을 운영하면서 일본 환치기 사업을 영위한 환치기 사업 총책 S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한국과 일본 간 지급 또는 수령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을 상대로 피의자 가족, 친인척 명의 환치기계좌 8개를 이용해 입금 받거나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한국과 일본 간 보따리상을 운반책으로 고용해 일본에서 엔화를 휴대반입, 자신들이 운영하는 환전상에서 원화로 환전하는 수법을 썼다.

국내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보니 해외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면서 이를 노린 환치기 수법이 발생하면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 케이블방송 명강사이자 외국부동산 투자 베스트셀러 작가 김모씨는 36억원의 투자금을 끌어 모아 국외로 도주한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피해자는 주부, 공무원, 은퇴이민 희망자 등 무려 174명에 달한다. 이들은 투자금을 날린데다 불법 송금으로 외국환관리법을 위반한 탓에 과태료까지 물게 됐다.

관세청 관계자는 "일부 국내 자산가들이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이런 식으로 거액의 재산을 해외로 도피하는 사례가 더 있을 것"이라며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