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총재, 최대실적 은행들에 메시지 `안거위사'
김중수 총재, 최대실적 은행들에 메시지 `안거위사'
  • 최창일 기자
  • 승인 2012.02.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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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거위사(安居危思)'. 편안한 때일수록 위험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사자성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오전 시중은행장들을 초대한 자리에서 보낸 메시지였다.

▲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왼쪽 두번째)가 17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 참석해 시중은행장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작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수확한 금융지주사들에게 "닥쳐올 위기에 대비해야한다"는 김 총재의 경고성 발언이다.

김 총재는 이날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보통 위기 때가 문제라고 보는데 사실은 잘될 때가 문제"라며 "잘 될 때 오히려 나쁜 습관이 생긴다. 잘 안 될 때는 복원력을 키우고 위기 극복을 위해 좋은 습관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신한·우리·KB·하나 등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총 8조8571억원에 달해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총자산 합계는 1307조2000억원으로 국내 금융업계의 빠른 성장세를 보여줬다.

예대마진 확대, 대출 연체율 감소 등 우호적 금융환경에 현대건설 등의 매각이익이 보태져 주요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김 총재는 "잘 나갈 때 (금융 시스템을) 잘 만들어야 한다"며 "어려울 때는 극복하느라 온 힘을 쏟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위기의 진원지인 유럽이 상대적으로 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내 은행을 비롯한 아시아 은행들이 자만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큰 국제 행사를 가보면 유럽과 아시아의 투자은행(IB) 분위기가 다르다"며 "유럽은 웃는 사람이 없는데 아시아는 웃는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총재는 "유럽 은행들은 디레버리징(부채 축소)한다고 어려운데 우리 은행들은 잘하는 것 같다"며 "여기 행장님들 덕"이라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에 리처드 힐 스탠다드차타드은행장은 "위기가 닥쳐 어려운 시기이고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다"며 그러나 "미래를 살펴보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금융협의회에는 김정태 하나은행장, 민병덕 국민은행장, 조준희 중소기업 은행장, 리처드 힐 스탠다드차타드은행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