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블] 공기마저 맛있는 작은 마을, 스위스 '뮤렌'에서 즐기는 무공해 산책
[레저블] 공기마저 맛있는 작은 마을, 스위스 '뮤렌'에서 즐기는 무공해 산책
  • [take-off] Lona
  • 승인 2019.01.14 1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름부터 동화 같은 스위스 산속의 작은 마을, '뮤렌(Murren)'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지루하리 만큼 오차 없는 일정표를 따라 움직이던 중이라거나 계속되는 산행에 지친 여행객들, 산보다는 바다가 취향인 사람들을 이 작은 마을에 초대한다.

리기, 필라투스, 피르스트까지 산 3개를 모두 훑어 또 하나의 명산 '융프라우'가 당기지 않는다면 뮤렌으로 가 보자.

사실 뮤렌에 대한 정보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작은 마을이다보니 기차를 타고 케이블카와 산악열차를 타야 하는 성가신 여정이라는 것과 전기 자동차만 다닐 수 있는 정부에서 보호하는 청정 지역이라는 것, 그리고 쉴트호른 전망대로 올라가기 위한 중간지점이라는 것 정도만 제외하면 말이다.

하지만 뮤렌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 인터라켄에서 기차를 타고 라우터브루넨에서 내리면 기차역 맞은편에 바로 케이블카 정거장이 있는데, 이 케이블카를 타고 15분 정도 올라가면 바로 산악열차로 연결된다.

산악열차를 타고 산등성이를 따라 굽이굽이 돌아가다 보면 양 볼을 스치는 공기가 조금씩 차가워지면서 점점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있다는 걸 알려 준다.

그렇게 도착한 산속마을에 무엇이 있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말해, 별 건 없다.

해발 1638미터의 고지에 위치한 뮤렌은 인구 450명 남짓의 작은 마을이다. 한 개의 학교, 두 개의 교회, 그리고 의외로 꽤 많은 수의 호텔, 샬레 등의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다. 넉넉잡아 대략 1시간이면 마을을 한 바퀴 다 돌아 볼 수 있을 만큼 작은 마을이지만, 이곳의 공기만큼은 무척 특별하다. 무공해 공기를 폐 속까지 끌어당겨 심호흡을 하다보면 심지어 공기가 맛있기까지 하다.

뮤렌에서는 산을 올려다 볼 필요가 없다. 산이 눈높이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감히 가까이 할 수 없을 것 같은 위엄이 느껴지던 알프스의 세 봉우리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가 눈높이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마치 산이 무게중심을 낮춰 내 눈높이에 맞춰주는 착각이 든다. 

그래서일까? 마음이 편안해지고 포근한 느낌마저 든다. 이 동화 같은 마을을 심호흡하며 슬슬 걷는 것만으로도 스위스에 온 이유는 충분하다.

동화 같은 마을이니까 동화처럼 표현해 보자면 3명의 오빠 아이거, 융프라우, 묀히에게 듬뿍 사랑받는 작은 막내 여동생 같은 뮤렌. 부끄럼이 많아 조용하지만 이곳저곳 흐드러지게 피어난 야생화 화관을 머리에 얹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하고 발랄한 영락없는 소녀의 모습이다.

이곳에서 마신 거품이 듬뿍 올려진 카푸치노 한잔은 풍경에 취해 맛이 없을 수가 없을 것이다. 스위스의 작은 산속마을에서 사랑스런 소녀의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면 뮤렌에서의 무공해 산책을 추천한다.

 

글, 사진=Lona

*데일리팝은 승무원 여행매거진 테이크오프(https://www.take-off.co.kr)와 콘텐츠 제휴를 맺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