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상 초유의 현직 국회의장 첫 기소
검찰, 사상 초유의 현직 국회의장 첫 기소
  • 윤동철 기자
  • 승인 2012.02.2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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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원에 전달 2000만원 가담 입증 못해

지난 2008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돈봉투가 살포됐다는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이 박희태 국회의장(74)과 당시 캠프 상황실장이던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60)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로써 고승덕 새누리당 의원이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받았다가 돌려준 사실을 폭로하면서 촉발된 돈봉투 사건은 검찰 수사기간 동안 박 의장과 김 수석이 현직에서 각각 사퇴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박 의장이 현직 국회의장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기소되는 불명예를 남겼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21일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전대 당시 고 의원에게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제공한 혐의(정당법 제50조 제1항 위반)로 박 의장을 비롯해 돈봉투 살포를 주도한 김 전 수석과 김 전 수석의 지휘를 받아 돈봉투 살포를 집행한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비서관(51) 등 총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의장은 김 전 수석, 조 비서관과 함께 2008년 7월1~2일 고 의원에게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제공한 혐의다.

그러나 검찰은 안병용 새누리당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54·구속기소)이 당원협의회 사무국장들에게 뿌릴 목적으로 구의원들에게 2000만원을 건넨 과정에 박 의장과 김 전 수석이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 출처와 범행 가담 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기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안 위원장을 구속기소하고도 박 의장과 김 전 수석을 불구속기소한 이유에 대해 "여러가지 의심이 가는 정황이 있었으나 신병처리 등 처벌 수위는 수사결과 증거법칙에 따라 인정되는 범죄 혐의에 상응해 결정하는 것"이라며 "박 의장이 사퇴를 선언하고 김 전 수석이 공직을 사퇴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 "고 의원에게 전달된 300만원의 출처는 박 의장의 돈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은평구 의원들에게 전달된 2000만원의 출처는 관련자들 모두 전달사실 자체를 극구 부인하는 등 그 출처 및 범행 가담 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김 전 수석의 경우에도 구의원 1명이 돈을 받는 자리에서 김 전 수석을 보았다는 진술만 있고 나머지 4명은 보지 못했다고 진술해 그 진술만으로는 2000만원에 대한 혐의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선거캠프 관련자들을 모두 조사하고 계좌추적 등을 했지만 다른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전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고 돈봉투를 전달한 '뿔테남' 곽모씨가 고 의원에게 돈봉투를 전달한 사실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고 있어 다른 의원들 부분도 확인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이 돈 봉투 살포 의혹의 핵심인물인 박 의장과 김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함에 따라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