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전히 제조업 경기에서 '경고등'
미국, 여전히 제조업 경기에서 '경고등'
  • 정도민 기자
  • 승인 2012.02.2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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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이상으로 견고한 고용시장이 그간 미국 경제지표에서 가장 취약했던 소비자 신뢰를 1년래 최고치를 끌어올렸지만 일부 공장 제품의 주문이 놀랄 정도로 급감하면서 경제 모멘텀에 암운을 드리웠다.

민 간 경제조사단체인 콘퍼런스 보드는 28일(현지시간) 2월 소비자 신뢰지수가 70.8로 집계돼 1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월의 61.5보다 19.3포인트 상승한 것이며 블룸버그통신이 조사한 전문가들의 예상치 63도 크게 웃도는 것이다.

콘퍼런스 보드의 소비자 신뢰지수는 소비자들이 최근의 가솔린 가격 급등에 아직 크게 타격을 받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고용시장 환경에 고무됐음을 보여준다.

콘퍼런스 보드의 조사에 따르면 일자리 얻기가 어려웠다는 대답은 38.7%로 지난 1월의 43.3%보다 낮아졌다. 일자리가 많다는 대답은 6.6%로 지난 1월의 6.2%에 비해 늘었다.

반 면 이날 발표된 1월 내구재 주문은 소비자 신뢰지수와 달리 예상 이상으로 급감했다. 미국 상무부는 1월 내구재 주문이 4.0% 줄어 2009년 1워 이후 3년만에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조사한 전문가 예상치 1% 감소보다 부진한 것이다.

지난 1월 내구재 주문은 기계류부터 가전, 항공 등에 이르기까지 전분야에서 줄었다. 직전달인 지난해 12월 내구재 주문은 3.2% 늘었다.

전문가들은 1월 내구재 주문이 준 것은 지난해 11월과 12월에 주문이 워낙 많았던데다 일부 세제 혜택이 종료됐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내구재 주문 감소폭이 예상보다 컸다는 점에 전문가들은 우려를 보내고 있다. FTN 파이낸셜의 이코노미스트인 크리스토퍼 로는 "장비에 대한 국내외 수요가 둔화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외 주문이 줄어든 것은 유럽의 채무위기가 미국 경제에 타격을 미치고 있다는 신호로 여겨진다.

미래의 기업 투자를 나타내는 것으로 간주되는 항공기를 제외한 비방위산업 자본재는 지난 1월에 4.5% 감소해 1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기계류 주문은 10.4% 줄어 209년 1월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교통장비에 대한 주문은 지난 1월에 6.1% 줄었다. 특히 민간 항공기 주문이 19% 감소하며 전체 내구재 주문에 부담을 줬다. 보잉은 지난 1월에 150대의 항공기 주문을 받아 지난해 12월의 287대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 날 발표된 주택시장 지표도 부정적이었다. 미국 주요 20개 대도시의 주택가격을 조사해 산출하는 S&P/케이스 실러 주택가격 지수는 지난해 12월에 전달 대비 0.5% 하락했다. 전년 동월에 비해서는 4.0%나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주택가격 지수는 지난 2003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주택 건설과 매매에서 긍정적인 지표가 발표한 가운데 나온 지난해 12월 주택가격 지수의 하락에 대해 압류 주택이 계속 나오면서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 압력을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4캐스트의 이코노미스트인 션 인크리모나는 "이런 가격으로는 어떤 진전을 이루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는 제조업 활동이 견고하고 고용시장은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지표는 그간 부진했던 소비지표만 개선됐을 뿐 제조업과 주택시장의 체력이 생각만큼 강하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