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포착] 자영업자 울리는 '조물주 위에 건물주'..썬앳푸드가 법적소송 총대 멘 사연
[갑질 포착] 자영업자 울리는 '조물주 위에 건물주'..썬앳푸드가 법적소송 총대 멘 사연
  • 정단비
  • 승인 2019.02.1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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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점 8개월째 공실률 70%라는 판교 알파돔시티에는 무슨 일이?

요식업체 '썬앳푸드'가 임대차계약 해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최근 개인 자영업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임대인 갑질'이 이유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뼈 있는 말에는 개인 뿐만 아니라 중견기업도 속수무책인 듯하다.

썬앳푸드는 시추안 하우스, 텍사스 데 브라질, 모던눌랑 등을 운영하고 있는 꽤 이름이 알려져 있는 업체다. 하지만 이런 이름이 알려진 업체도 상가 임대인 앞에선 약자가 되는 상황인 가운데, 개인 자영업자들의 고충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안은 '판교의 새로운 랜드마크'라는 경기 성남시 '판교 알파돔시티' 6-3 블럭에 얽힌 이야기다.

판교 알파돔시티라고 하면  '판교역' 인근의 알짜 지역이라 흔히 임대료 갑질을 예상할 수 있지만, 놀랍게도 '공실'과 '허위 분양 광고'를 둘러싼 법적 소송이다.

출처=판교 알파돔시티 홈페이지
출처=판교 알파돔시티 홈페이지

해당 내용은 지난 1월말 KBS를 통해서도 보도된 바 있다.

지난해 6월 한 달 뒤면 오피스와 상가가 모두 입주 마무리된다는 말을 믿고 입주한 상가 입주자들은 8개월이 지난 지금도 입주진행률이 전체 면적 대비 40%가 채 안된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썬앳푸드에 따르면 상업시설의 오픈진행률은 49.85%, 오피스동의 입주는 31.06% 밖에 진행되지 않았다.

썬앳푸드 관계자는 "임대차계약 중개를 담당하고 있는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코리아가 2018년 6월 그랜드 오픈을 구두로 약속해 임대계약을 맺었지만 현재까지도 분양 시 제시한 조건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임대인 측은 월 2000만원에 달하는 임대료와 관리비는 꼬박꼬박 받아가고 있어 이번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특히 썬앳푸드 측은 쿠시먼 코리아의 말을 듣고 함께 입주하고 있는 다른 자영업자를 대표해 이번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입주 전후 말 다른 임대인
임대료만 받으면 그만?

썬앳푸드는 지난해 2월 쿠시먼 코리아의 입점 제안을 받을 당시 그해 5월말까지 상가 부분 임대차계약이 모두 완료되고 6월 25일까지는 '그랜드 오픈'을 할 것이라는 공지를 받았다.

하지만 해당 건물 오피스 4~11층에 입주하기로 한 HP프린팅코리아의 입주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지하 1층으로 연결되는 판교역 연결통로가 현실화되고 있지 않다는 등 지켜지지 않은 약속으로 인해 정상 영업이 어려운 상황이다.

더불어 정상 영업을 전제로 직원 채용과 식자재 구매도 모두 마친 상황에 손해가 막심하다는 주장이다.

썬앳푸드가 제기한 '임대차보증금반환 청구'의 소장에 따르면 그랜드 오픈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자 임대 측은 2개월 분의 렌트프리 기간을 주었지만 또다시 그랜드 오픈은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시간만 지나갔다.

이에 영업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니 관리비 부과 면제를 요청을 하니 쿠시먼 코리아 측은 '임차를 제안할 당시 그랜드 오픈일에 대해 안내한 바 없다'며 '예정일이 없니 그랜드 오픈일정이 변경되는 경우 대책 요구도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내용의 답변서를 전해왔다고 한다. 가급적 임대차 개시일을 지난해 6월말~7월 초로 맞추려고 했을 뿐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게다가 입점 요청을 할 때 언급했던 HP의 입주에 대해서도 지연입주는 임대인 귀책이 아니라고 말했다. 판교역 연결 통로 역시 한국토지주택공사, 성남시 등 간에 협의가 지연되어 개방이 지연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썬앳푸드 측은 황당함을 표했다.

명시한 적은 없어도 구두로 '그랜드 오픈'을 언급한 바 있으며  HP와 같은 회사가 대규모 입주를 위해 임대인 측과 사전 조율을 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임차인들에게 지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썬앳푸드는 현재 입점하기로 했던 시추안 하우스의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지금 상태에서 영업을 하는 것이 임대료와 관리비만 내는 것보다 적자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이 상가 입주한 다른 입주자 역시 "임대를 받으면 안되는 시기에 임대를 받아 놓고 상생 협의도 거절하고.. 초기에 입점했던 가게들 피해가 크다"고 전했다.

썬앳푸드 측도 그동안의 손해를 감수하고 지난해 12월부터 영업을 시작하고자 임대차기간 변경 및 임대료 기산일 변경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소송을 준비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판교 알파돔시티는 최근 마지막 남은 6-1, 6-2 블럭이 기공식을 열고 공사가 한창이다.  하지만 바로 옆 6-3 블럭에서는 임차인들이 임대 측을 상대로 치열한 법적공방 중이다.

정부에서는 올해 4월부터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해 상인들이 안정적으로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분쟁 해결을 지원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첨예하게 주장이 갈리는 이번 분쟁에 대해 재판부는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데일리팝=정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