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달과 6펜스', 달을 향한 광기 어린 질주
[리뷰] 뮤지컬 '달과 6펜스', 달을 향한 광기 어린 질주
  • 임은주
  • 승인 2019.03.0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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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달이 되어 버린 6펜스'와 '달이 되고 싶던 6펜스', 서로 대척점에 있는 두 사람이 만났다. 나에게 없는 타고난 예술 세계를 동경하며 겪는 욕망과 절망, 좌절 등을 아름다운 음악과 연기로 표현한 뮤지컬 '달과 6펜스'가 이 무대에 올랐다.

3월 6일 창작뮤지컬 '달과 6펜스'의 프레스콜이 오후 2시 서울 대학로 TOM 2관에서 열렸다.

서머싯 몸의  동명 소설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으로 예술에 대한 순수함과 욕망을 주제로 화가라는 인물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 넣으며 인간 자아의 충돌을 표현하고 있다.

'달과 6펜스'는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 '어린왕자', '광염소나타' 등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며 관객의 사랑을 받아 온 작곡가 다미로와 '어린왕자'의 극작을 맡은 작가 성재현이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이다.

이야기는 달과 6펜스라는 그림의 공개를 앞 둔 미술관에서 시작된다. 그림을 보던 케이는 회상에 잠기며 모리스와 유안, 미셸 사이에 있었던 사건들을 떠올린다.

유안은 체계적인 교육 안에서 화가로 키워진  우리 주변 가까이 있는 인물이다.어느날 친구 케이로부터 교육은 받지 않았지만 자기만의 예술 세계를 거침없이 표현하는 모리스를 만나 그를 동경하며 파멸의 길로 달려간다.

유안의 아름다운 아내 미셸은 두 화가의 모습을 바라보며 갈팡질팡 흔들린다. 평범한 일상에 들어온 모리스로 인해 유안과 미셸, 케이 세 사람은 각자의 욕망을 자각하고 이들의 일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극중 유안은 '예술가에겐 여섯 번째 손가락이 있다'고 말한다. 자기 역시 여섯 번째 손가락을 가졌다고 생각했지만 모리스로 인해 자기에겐 없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절망하게 된다.

무대 중앙에는 우리 모두가 쫓아가고자 하는 커다란 달이 자라잡고 있다. 그 앞을 주인공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달을 향해 처절하게 달려가고 있다. 황두수 연출은 "무대의 달이 이상이라면, 우리 모두는 그 이상을 쫓는 6펜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달과 6펜스를 단순히 이분화 하기는 어렵다.

끝내 볼 수 없는 달의 뒷모습처럼 낮이 밤을 동경 하듯 밤은 또한 낮을 필요로 한다. 또한  우리는 6펜스인 동시에 누군가에겐 달의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달과 6펜스의 무대를 보다 재밌게 즐기려면 무대에 의도적으로 장치한 흔적들을 찾으면 된다. 이를 통해 주인공들의 특징이나 변화를  나타낸다.

벽에는 액자에 담긴 그림과 액자가 없는 그림들이 혼재해 걸려있다. 틀에 갇히거나 어떤 틀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주인공들을 표현한다.

또 식탁 앞의 창문을 통한 빛으로 미셸의 감정의 변화를 보여준다. 물감으로 덧칠된 바닥도 점점 어떤 한 곳으로 우리의 시선을 모으고 있어 눈여겨 볼만하다.

천재성을 타고난 광기 어린 화가 '모리스' 역은 배우 유승현과 김지철이 캐스팅 됐다.

규범 안에서 키워져 그 자체로 훌륭한 화가가 되었지만 새로운 이상을 갈구하는 ‘유안’은 배우 박한근과 주민진이 맡았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지점에 나타나 긴장감을 더하는 극 중 작가 ‘케이’ 역에는 배우 ‘김지휘’와 ‘유현석’이 연기한다. 복잡한 내면을 지닌 채, 자각하지 못한 뜨거운 열정이 꿈틀대는 여인 '미셸' 역은 배우 김히어라와 하현지가 맡았다.

뮤지컬 '달과 6펜스'는  오는 4월 21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된다.

 

(데일리팝=임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