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900조, "신용불량자 양산 사회문제 우려"
가계부채 900조, "신용불량자 양산 사회문제 우려"
  • 정도민 기자
  • 승인 2012.03.0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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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조원이 넘은 가계부채가 시스템 위기를 발생시킬 가능성은 낮지만 취약계층의 신용불량자 양산 등 사회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일 '한국경제의 재조명' 4차 토론회에서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이 채무상환능력이 양호한 소득 상위 가구에 집중돼 있어 상당히 큰 외부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시스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1998년 외환위기에 상응하는 충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도 은행의 가계대출 부문 감내 능력은 적정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하지만 취약계층 중심의 신용불량자 양산에 따른 사회문제화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득 하위 계층에 속한 취약부채가구가 보유한 부채금액이 비교적 작지만 취약부채가구 수가 많아 이들이 신용불량자로 추락할 경우 정치적 쟁점, 그리고 재정적 부담으로 귀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게다가 이들은 상대적으로 경기변동에 취약하고 부채상환에 따른 생계부담도 상대적으로 크다고 KDI는 강조했다.

KDI는 또 은행권과 달리 비은행 금융기관은 위험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연체율을 보이고 있고 연체가능성이 높은 저신용-저소득 대출자의 비중이 높아 향후 충격이 발생할 경우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최근 몇년새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는 비은행 금융기관이 주도하고 있다. 2008~2011년까지의 은행권이 가계신용 증가율은 연평균 5.81%인데 비해 저축은행은 11.08%, 신용협동조합은 19.20%, 새마을금고는 20.54%를 각각 기록했다.

KDI는 가계부채 증가를 총략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금리 정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의 증가율이 높았던 근본원인은 저금리에 있다는 것. 강동수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금리인상이 전제되지 않고는 가계부문의 부채감축을 유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이 없다"며 "점진적으로 금리를 정상화시켜야 가계부채 문제를 연착륙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KDI는 이어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금융감독지표를 완화해서는 안된다"며 "LTV와 DTI는 거시건전성 차원에서 경기와 무관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DI는 또 가계대출 증가율이 높은 점포에 대한 특별검사 등 자산증가율을 고려한 금융기관 검사를 강화하고 고위험대출, 다중대출, 편중대출 등에 대한 위험가중치도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새마을금고, 단위농협 등 금융위(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지 않는 '금융감독 사각지대'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에 감독 및 검사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DI는 이와 함께 가계대출 조정에 따른 취약계층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취약계층의 금융거래에 대한 실태를 입체적으로 파악해 정책을 수립하고 이들이 상대적으로 재무 및 위험관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만큼 대출상품에 컨설팅서비스를 부가해 부실화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