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이코노미] '선택 피로'에 지친 소비자들을 '더 편하게 해줘라'
[솔로이코노미] '선택 피로'에 지친 소비자들을 '더 편하게 해줘라'
  • 이지원
  • 승인 2019.04.0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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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맞춤형·정기배송으로 피로감 줄이기
선택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이지만, 인간은 이 과정에서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간은 늘 선택에 기로에 놓인 삶을 살고 있다. 이때 선택이란 자신과 환경에 대해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며, 만약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면 여러 가지 방안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선택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선택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로, 인간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많이 가지려고 하며 선택하고 싶은 욕구가 충종되지 못할 때는 정신적·신체적으로 악영향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러한 점을 근거로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선택이 증가할수록 '효용'이 증가하며,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많아질수록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가능성 또한 높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선택을 할 때 인간의 뇌는 ▲인식과 직관이 작용하는 무의식적 체계 '자동 시스템' ▲논리와 이성이 작용하는 의식적 체계 '숙고 시스템'의 작동을 통해 선택과 판단을 수행한다. 이때 최선의 선택을 위해서는 두 가지 시스템의 조화가 중요하며, 한쪽 시스템에만 치우치게 될 경우에는 오류와 편견 등으로 인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위의 설명만 들어도 '선택'은 어려운 일이다!

하나의 선택을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뇌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인간은 쉽게 피로함을 느끼게 된다. 글을 읽는 동안도 피로하지 않은가?

특히 최근에는 상품 수와 구매 채널 및 정보의 양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반면 정보의 신뢰도는 저하하고 있어 '선택 피로'가 심각하다.

이러한 선택 피로를 느끼는 현상은 사회가 발전할수록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보의 홍수에서 살고 있는데 어떤 선택을 하느냐 그것이 문제다.

실제 대학생 618명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앱 영화 예매 선택 실험에서 선택지가 6편일 때까지는 선택 비율이 증가한 반면 8편부터는 선택 비율이 감소했다.

이처럼 실제로도 너무 많은 선택지는 오히려 선택 보단 포기를 하게 만든다. 이에 기업들에서도 소비자들의 선택 피로를 줄여 줄 수 있는 방안들을 속속히 내놓기 시작했다.

기업들에서도 소비자들의 선택 피로를 줄여 줄 수 있는 방안들을 속속들이 내놓기 시작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품품목수 줄이기

우선 전반적인 기업들은 제품의 개수를 축소해 소비자들의 선택 피로를 줄일 수 있는 단편적인 방안부터 시작했다.

미국의 식료품점 '트레이더 조(Trader Joe's)'는 취급품목 수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대부분 제품을 PB(Private Brand) 상품으로 구성해 소비자의 선택을 단순화시켰다. 트레이더 조의 취급품목 수는 약 4000개로 미국 평균 식료품점의 약 8%에 불과하며, 취급품목 중 80% 이상은 PB 상품으로 구성해 소비자의 브랜드 선택 피로를 덜어주기도 했다.

또한 미국의 'P&G'와 일본의 '코에도 맥주' 등도 종류를 단순화해 인기를 얻고 있었으며, 소비자들의 선호도와 매출 상승까지 한 번에 얻었다.

특히 일본의 제과점 '베이크(BAKE)'는 '하나의 브랜드, 하나의 상품'을 원칙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구매와 비구매로 극단적으로 축소해 제품 원료와 품질, 서비스에 집중해 성공한 사례로 손꼽힌다.

맞춤형 제안 서비스(Curation Service)

최근에는 소비자의 선택 피로를 줄여 주는 방안으로 '맞춤형 제안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기술 발달에 힘입어 맞춤형 제안 서비스가 다양한 산업에서 확대되고 있으며 대화형 메신저인 '챗봇(Chatbot)'을 활용한 맞춤형 제안 서비스가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메이시스 백화점은 IBM 왓슨 기반의 쇼핑 도우미 챗봇 '메이시스 온 콜(Macy's On Call)'을 활용해 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내 대형 유통업체 또한 맞춤형 제안 서비스를 적극 도입 중에 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2017년 3월 인공지능 고객 분석 프로그램 'S 마인드'를 도입 후 고객 맞춤형 세일 및 쇼핑정보를 제공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온라인몰에 챗봇을 도입했다.

또한 국내 H&B(Health & Beauty) 스토어인 올리브영은 강남점에 피부 나이를 측정하고 필요한 제품을 추천해 주는 '스마트 미러'를 비치해 소비자 선택을 돕고 있다. 올리브영 강남점은 이러한 맞춤형 제안 서비스를 통해 개장 이후 100일 만에 누적 방문객수 1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이는 일반매장 대비 10배 가량 높은 수치라고 밝힌 바 있다.

유통 및 화장품 업계 외에도 고객의 상황과 체형에 맞는 제품을 추천하는 '노스페이스'의 챗봇 기능이나 사용자의 시간과 상황에 맞춰 음악을 추천하는 '멜론'의 'For U'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에서 맞춤형 제안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으며, 향후 이러한 현상은 더욱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기배송 서비스(Subscription Service)

정기배송 서비스 또한 소비자의 '선택 피로'를 줄여주는 기업의 대응 방안이며, 특히 제공 서비스와 정기배송을 결합한 큐레이션형 정기배송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또한 최근 정기배송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으며,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이러한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는 추세이다. 피부유형별 맞춤 화장품을 매달 28일마다 배달해 주는 '톤28'은 서비스 시작 1년 만에 약 1만 명이 피부측정 상담을 진행했으며 재구매율 또한 28.3%을 기록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톤28에 투자하고 자체적인 마스크팩 정기배송 '스테디'를 2018년 말부터 시행하고 있다.

또한 계절에 맞는 꽃을 정기 배송하는 '꾸까', 계절과 취향을 반영해 매월 향수를 배달해 주는 '파펨', 업체 추천 수제맥주와 안주를 정기배송해 주는 '벨루가' 등 다양한 산업에서 큐레이션형 정기배송 서비스가 확대 중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큐레이션형 정기배송 서비스를 꾸준히 이용하는 주된 이유는 선택 피로를 줄이고, 개인 맞춤형 경험을 제공해 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는 정기배송 서비스가 오히려 유연성이 없어 불편해 하는 부분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아직까지 국내에선 정착되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자료=하나금융연구소의 '소비자의 선택 피로와 기업대응에 따른 시사점' 보고서를 바탕으로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