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66년 만에 역사속으로...헌재, '여성의 자기결정권' 우선
낙태죄, 66년 만에 역사속으로...헌재, '여성의 자기결정권' 우선
  • 임은주
  • 승인 2019.04.1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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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처벌하는 현행 낙태죄 조항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사진=뉴시스)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처벌하는 현행 낙태죄 조항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사진=뉴시스)

헌법재판소가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처벌하는 현행 낙태죄 조항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대체법 마련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처벌하도록 하는 헌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자기 낙태죄'와 수술한 의사를 처벌하는 '동의 낙태죄'가 모두 헌법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낙태죄 규정을 즉시 폐지해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할 수는 없도록 했다. 즉 법 조항을 한시적으로 유지하되 오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조항의 개정을 요구했다.

'자기낙태죄'로 불리는 형법 269조에 따르면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동의낙태죄' 조항인 270조는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동의낙태죄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씨는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 규정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2017년 2월 헌법소원을 냈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낙태죄는 제정 66년만에 폐지된다.

이날 선고 결정에는 구체적으로 재판관 4명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3명이 단순위헌 의견을, 2명이 합헌 의견을 냈다.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찬성하면 위헌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사회·경제적 사유를 이유로 낙태 갈등 상황을 겪는 경우까지도 임신의 유지와 출산을 강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4월 11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에 환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4월 11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에 환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번 판단은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보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우선시 하는 데 헌재의 의견이 모였다.

2012년 헌재는 낙태죄에 대해 4명의 재판관은 위헌 의견을, 4명의 재판관은 태아의 성장단계에 따라 보호의 정도가 달라질 수 없다는 합헌 판단을 했다.

7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최근 정부 조사에서 여성 75%가 낙태 처벌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낙태죄가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다며 폐지 의견을 냈다.또 헌법재판관들도 낙태죄에 대해 전향적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선고가 내려진 이날 헌법재판소 앞은 찬반 측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렸다. 이날 오전부터 헌법재판소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던 여성단체는 헌재 선고가 나오자 환호했다.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페) 측에선 환호성이 울려퍼졌고, 서로를 안아주기도 했다.

하지만 낙태죄 유지를 주장해 온 측은 한동안 정적만이 흘렀다. 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앞으로 국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어떤 식으로 대체법을 마련할지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팝=임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