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은퇴 선언...기업, 변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은퇴 선언...기업, 변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 오정희, 임은주
  • 승인 2019.04.1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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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8월,동원의 최초 어선인 '제31 동원호' 출어식에 참석한 김재철 회장(사진=동원그릅)
1969년 8월, 동원의 최초 어선인 '제31 동원호' 출어식에 참석한 김재철 회장(사진=동원그릅)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스스로 물러나는 기업 오너들이 늘고 있다. 김재철(85) 동원그룹 회장이 회사를 이끌어 온지 50년 만에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말에는 코오롱 이웅렬 회장이 자진 퇴진을 밝혔다.

4월 16일 오전 김 회장은 동원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저는 이제 여러분의 역량을 믿고 회장에서 물러서서 여러분의 활약상을 지켜보며 응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이끌어 온 1세대 창업주다. 창업세대가 명예롭게 자진해서 퇴진하는 사례가 그동안 거의 없었다는 점을 볼 때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 회장은 퇴임사에서 "동원이 창립된 1969년 선진국은 달에 도전할 때 동원은 바다 한가운데에 낚시를 드리고 참치가 물기를 기다리는 사업을 시작했다"며 "엄청난 역사 발전의 갭(gap)이 있었지만 열심히 땀 흘리며 힘을 모은 결과 오늘날 동원은 세계로 진출해 국내외에 2만여명의 동원 가족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상의 변화는 점점 빨라지고 있고 4차 산업혁명이다 인공지능이다 하는 새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고 있다"며 "그러나 아무리 거친 바람이 불어도 동원 가족 여러분이 가진 잠재력과 협동정신이 발휘되면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김 회장의 퇴진 선언은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오랫동안 고민하다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평소 기업은 환경적응업이다라는 소신을 밝혀온 김 회장은 동원의 변화와 혁신을 새로운 세대가 이끌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회장에서 물러난 후 김 회장은 그룹 경영과 관련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그간 쌓아온 경륜을 살려 조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 퇴진 이후에도 동원그룹의 경영은 큰 틀에서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지도체제와 관련해서도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이 중심이 돼 경영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사진=뉴시스)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사진=뉴시스)

앞서 또 다른 기업 오너도 갑작스런 은퇴로 충격을 줬다. 지난해 11월 28일 코오롱그룹을 23년간 이끌어온 이웅렬(64) 회장이 퇴진을 발표했다. 그는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 듯한데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내려놓는다"며 새로운 창업의 길을 걷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이 회장은 임직원이 참석한 '성공 퍼즐 세션'에서 예고 없이 연단에 올라 2019년부터 그룹 회장직을 비롯해 지주회사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계열사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 회장은 "내년부터 그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떠난다. 앞으로 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며 "이제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 그 동안 코오롱그룹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회사 밖에서 펼쳐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코오롱은 이 회장의 아들 이규호 상무가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하면서 '4세 경영'을 위한 체제 변화에 들어갔다.

이 회장의 전격 퇴진 이후 콩오롱 그룹은 후임 없이 올해부터 지주사 중심의 각 계열사 전문경영인이 이끄는 자율경영 체제로 운영 중이다. 그룹의 주요 계열사 사장단으로 구성된 경영 협의체인 원앤온리(One&Only)위원회도 신설해 가동하고 있다.

 

(데일리팝=오정희, 임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