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목줄에 묶여 안타깝게 '소사(燒死)'..재난 발생 시, '반려동물'은 누가 보호하지?
[뉴스줌인] 목줄에 묶여 안타깝게 '소사(燒死)'..재난 발생 시, '반려동물'은 누가 보호하지?
  • 이예리
  • 승인 2019.05.0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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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목숨을 잃은 반려동물은 대부분 목줄에 묶인 채로 검게 그을리거나 화상을 입은 채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019년 4월 4일, 강원도에서는 여의도 면적인 290㏊의 6배가 넘는 1757㏊ 가량의 산불이 발생했다.

고성, 속초, 강릉, 동해, 인제 등 5개의 시·군에서 발생한 이 산불로 인해 1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밖에도 주택과 창고, 비닐하우스 등의 건물과 기계 등이 불에 탔으며, 소중한 가축들도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소사(燒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축뿐만 아니라 불길을 피하지 못한 반려동물들이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번 화재로 목숨을 잃은 반려동물은 대부분 목줄에 묶인 채로 검게 그을리거나 화상을 입은 채였다.

정부 차원에서도 재난과 관련한 반려동물의 대응 매뉴얼을 차려 두기는 했지만, 아쉽게도 정부가 내놓은 재난 대응 매뉴얼은 긴급한 상황에는 제대로 실행이 되기 어려운 항목들 뿐이다.

행정안전부가 국민안전처에 기재한 '재난대비 국민행동요령'에는 애완동물은 대피소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유념하라는 말과 함께 몇 가지 계획을 게시했다. 구체적으로 ▲최근 접종한 모든 백신과 건강 기록 ▲운반용기 등을 챙겨 대피소로 보내거나 지인에게 맡기라는 것이다.

이렇듯 화재뿐만 아니라 태풍, 지진, 수해 등 수많은 재난상황 속에서 목숨을 잃는 동물들에 대한 대비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물론 급박한 상황 속 차마 목줄을 끊지 못했다 하더라도 감히 그 주인을 비난할 수는 없겠지만, 재난상황에 맞춰 제대로 대비할 수 있는 대책이나 매뉴얼 등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이다.

특히 동물권단체에서는 이와 같은 매뉴얼의 필요성에 대해 더욱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히 동물권단체에서는 이와 같은 매뉴얼의 필요성에 대해 더욱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잇달아 발생하는 자연재해로 인해 재난 상황 시 대응에 대해 경각심이 강하게 생겨났지만, 여전히 동물을 위한 대책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지난 2019년 4월 8일, '예고 없는 재난 속에서 동물과 함께 살아남기 위한 국가 대응 체계 마련돼야'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카라는 "동물들을 위한 안전조치는 전무했으며 축사에 갇혀 있었던 농장동물, 보호자와 함께 대피하지 못한 반려동물, 그리고 야산에 서식하던 야생동물의 피해 규모는 최소 4만 여 마리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반려동물 1400만 시대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재난대응 체계 속에 동물은 여전히 배제돼 있다. 재난민들은 안내견 외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소에 입소조차 할 수 없었다"고 말해 반려동물을 위한 부실한 대응을 지적했다.

또한 카라는 "재난 발생에 대한 동물 생명 피해 감소를 위한 대응 매뉴얼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이러한 비극은 재난 시마다 반복될 것"이라며 "정부는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동물들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동물을 위한 재난 대응 매뉴얼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또다른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도 동물 재난 대응에 대해 입을 열었다. 2019년 4월 7일, 동물해방물결은 '사람만 챙기는 국가 재난 대응, 이대로 안 된다'는 서명과 함께 모든 동물을 위한 국가 재난 대응이 이루어질 때까지 정부를 향해 지속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는 서명운동도 진행 중에 있다.

동물해방물결은 "이제 대한민국도 변할 때"라며 "동물 구조, 대피부터 피해 현황 파악까지 개인에게만 떠넘길 것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고 도와야 한다"며 강력히 주장했다.

다른 나라는 재난 속 죽음을 맞이했던 동물들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지난 2005년,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약 1800여 명이 사망했으며, 60만 마리의 동물들은 구조되지 못한 채 목숨을 잃었다. 후에도 몇 차례의 허리케인과 한파, 토네이도 등의 자연재해로 인해 동물은 버려지거나 방치 당한 채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에 최근 미국 남부 플로리다 주에서는 재난상황에서 반려동물을 남겨 두고 대피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허리케인, 토네이도 등의 재난 시 동물을 버리는 행위에 대해 1급 경범죄를 적용하고 최대 6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일본 정부에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뒤 반려동물의 '동행 피난'을 권유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반려동물 대피와 운송기준법인 'PETS Acts(Pets Evacuation and Transportation Standards Act)' 법안을 통과시켰다.

세계 각국은 최근 들어 재난 속에서 죽음을 맞이했던 동물들의 생명권을 돌아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만 할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책임지고 동물의 생명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