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천 마무리 단계, 쇄신과 혁신은 어디?
여야 공천 마무리 단계, 쇄신과 혁신은 어디?
  • 신민주 기자
  • 승인 2012.03.1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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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19대 총선을 위한 공천 심사 마무리 수순에 들어섰다. 여야 모두 이번 공천 심사를 통해 당 쇄신과 혁신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으나 공천 결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공천위)를 출범시키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을 강조해왔다. '여론조사 25% 컷오프'를 통해 현역의원 교체 의지를 드러내고 실제로 당내 유력 정치인들이 잇달아 낙천하면서 초반 공천 과정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공천 과정에서 잇단 구설수로 후보들이 공천 자격을 박탈당하면서 후보자 검증이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강남을에 공천된 이영조 후보는 과거사위원장 시절인 2010년 발표한 영문논문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popular revolt(민중반란)'라고 표현해 논란이 일었다.

또 강남갑에서 공천장을 받은 박상일 후보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독립군은 소규모 테러단체 수준이었고 실제 활동도 산발적인 테러"라고 주장했다가 발목을 잡혔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공천위의 후보자 검증역량이 부족했다는 지적과 함께 당 핵심관계자의 무리한 추천으로 빚어진 촌극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또 민주통합당에 비해 공천 심사 발표가 늦어지면서 당의 텃밭인 서울 강남권과 대구·경북(TK) 등 영남권 공천이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는 등 예비후보자들의 불만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친이(친이명박)계 예비후보들이 대거 낙천하면서 당내 계파 대립도 격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18대 총선에서 친박계가 대선 경선 과정에서 대립했던 친이계 주류들로부터 '공천 학살'을 당한데 대한 보복이라는 반발이 잇달아 터져나왔다.

민주당 역시 공천 과정에서 국민참여경선을 도입하고 공직후보자심사위원회(공심위)를 중심으로 각종 지표를 도입한 공정 공천을 장담했으나 결과적으로 역효과가 더 컸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권·조직선거를 타파한다는 취지로 한명숙 대표가 적극 도입했던 모바일 경선을 중심으로 한 국민참여경선은 오히려 새로운 양상의 조직 가동을 부추겼다는 비판 속에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채 끝났다.

수치로는 국민경선 선거인단에 103만여명이 등록해 성황을 이룬 듯 보였으나 실제로는 지역 조직이 대거 포함됐고 전략·단수 지역 선거구가 대폭 늘어나면서 예상만큼 일반 국민들의 참여율이 높지 않았다.

실제로 지역에 출마한 예비후보자들도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선거인단 가입을 유도하는 것보다 조직을 가동시키는 방향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과열 경쟁 속에 광주 동구에서는 불법 선거인단 모집을 진행하던 모 후보측 모집책이 자살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또 '당 정체성'을 공천 심사의 제 1기준으로 정한다고 했던 당초 방침과 달리 실제로는 친노·486 등 특정 계파 후보들은 이같은 심사망에 걸리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단수 공천을 받은 임종석 전 사무총장이 대표적인 예다. 결국 임 전 총장은 당내외 비판 속에 자진 사퇴했다. 이 과정에서 이해찬 전 총리와 문재인 상임고문 측이 집단 행동에 나서며 계파간 갈등이 불거지는 듯 보이기도 했다.

결국 양당 모두 처음 공천 심사 과정에서 다짐했던 공정한 공천과 쇄신, 개혁은 온데간데 없고 '계파간 권력구도'만을 선명하게 부각시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친박이, 민주당은 친노와 486이 당권의 중심에 있다는 구태한 정치 구도만 다시 드러났다는 것이다.

초반에는 여야의 공천 과정을 두고 정당 간 지지율 간격이 좁혀지거나 역전되는 등 공천 과정에 대한 평가가 대비를 이루기도 했지만 공천 심사 막판에 다다라서는 결국 양당 모두 별 다를 것 없어진 것 아니냐는 총평이 나오고 있다.

여전히 공약이나 정책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공천이 이뤄졌다는 점도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정치 신인과 여성 정치인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도 이같은 여야의 공천 결과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16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번 공천은 정당의 정체성을 보여주기보다는 여야를 막론하고 당내 권력구도만 보여준 정도가 됐다"며 "공천은 잘만 사용하면 지지층을 확대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이 조금 더 쇄신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결국 그 사람이 그 사람인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며 "물갈이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여야가 약속을 모두 못지켰고 여성 공천 비율도 낮다는 점에서 낙제점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상회 국민대 교수는 "여야가 쇄신과 혁신을 표방하며 공천 혁명을 이루겠다고 했지만 기대에 많이 못미쳐 국민들로서는 실망스러운 것 같다"며 "새누리당은 계파가 나눠져 있어서 보수세력 결집에 실패한 측면이 있고 민주당은 지역정치 구도를 극복할만한 새로운 공천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총선때 공천 결과와 비교해서 보면 이번에는 변화하려는 노력들이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면이 없지 않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원래 완벽한 공천이라는 건 없다. 여야 모두 100점은 아니지만 과거보다는 좀 나아졌다는데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새누리당은 탈당이나 다른 정당과의 이합집산이 적었다는 점, 민주당은 모바일 경선 등을 통한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는 점에서 많이 나아진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