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영상' 남의 일 아니다...1인 가구 여성들 '불안 커져'
'신림동 영상' 남의 일 아니다...1인 가구 여성들 '불안 커져'
  • 임은주
  • 승인 2019.05.3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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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8일 발생한 '신림동 강간범' 영상 일부분 캡처(사진=뉴시스)
지난 5월 28일 발생한 '신림동 강간범' 영상 일부분 캡처(사진=뉴시스)

귀가하는 여성을 뒤쫓아가 집에 침입하려 던 남성에게 경찰이 주거침입·강간미수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영상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내가 당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퍼지며 1인 가구 여성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집에 남자 신발과 속옷 비치하기, 이중잠금장치와 윈도 벨(외부에서 창문을 억지로 열면 울리는 벨) 설치, 택배 수신인 이름은 남자이름으로, 1층 집 피하기, 공과금은 이메일로 받기 등은 나홀로 여성들이 안전을 위해 자구책으로 사용하는 방법들이다.

5월 29일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서울거주 1인가구 실태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에 따르면 여성 1인가구는 안전(성폭력·범죄) 불안감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한 비율이 11.2%로 남성 1인가구(0.8%)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특히 청년 여성의 경우 안전 불안감을 호소하는 비율은 21.7%까지 치솟았다.

또 2017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1인 가구의 범죄 피해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33세 이하 청년 1인 가구 중 여성이 범죄 피해를 볼 가능성은 남성보다 약 2.3배 높았다. 혼자 사는 여성에게 범죄 집중이 높아 여성들의 공포감이 크다.

이에 1인 여성들은 주거 안전을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돈, 감정까지 쏟고 있다. 월세가 더 비싸도 꼭대기층이나 반지하, 1층은 피하며, 여성 전용 원룸을 구하기 위해 남녀공용보다 비싸고 걷는 시간이 긴 위치도 마다하지 않는다.

슬라이락 창문 장금장치(왼쪽), 윈도우벨 (사진=쿠팡 홈페이지)
슬라이락 창문 장금장치(왼쪽), 윈도우벨 (사진=쿠팡 홈페이지)

또 대부분 비밀번호로 들어가는 도어락은 '민능키'만 있으면 문을 열 수 있다는 불안감에 보조키 등의 잠금장치나 창문에 윈도우 벨 등을 따로 설치한다. 배달 주문을 시킬 때도 1인가구라는 표적을 숨기기 위해 '2인분 배달'을 시키기도 한다.

일상화 된 경계심에 신경도 예민해져 정신적 에너지 소모량도 높다. 잘못 알고 누르는 '도어락' 소리, 집 앞에서 나는 발자국 소리, 현관문 돌리는 소리 등에 늘 긴장하는 것이 일상 생활이다.

서울시는 여성 안심 귀가 스카우트, 여성 안심 택배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들은 집 안에서 안심할 수 없는 게 문제라며 범죄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보다 직접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한편 경찰은 신림동 침입 남성에 대해 주거침입·성폭행 미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당초 이 남성을 강간미수가 아닌 주거침입 혐의로 긴급체포했다.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자 강간미수 혐의로 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 5월 28일 서울 신림동에서 귀가하는 여성의 집까지 쫓아가 강간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간발의 차로 문이 닫혀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이후 10분 넘게 여성의 집 앞을 서성이며 비밀번호를 풀려고 하거나 문고리를 만지는 등의 영상이 SNS에 퍼지면서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됐다.

(데일리팝=임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