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거 아니?] 정적이던 향수 업계에 파장을 일으킨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
[브랜드 이거 아니?] 정적이던 향수 업계에 파장을 일으킨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
  • 이지원
  • 승인 2019.08.0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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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디하며 혁신적인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

2006년, 향수 업계는 '정적'이었다. 꽤나 딱딱했으며, 진지한 분야 중 하나였다. 이때 바이레도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을 안겨 줬다.

향수의 강국이라 불리던 프랑스의 향수도 아니었으며, 화려한 외관을 지니고 있지도 않았다. 다양한 원료가 씌여져 있는 여타 고급 향수와는 달리 사용된 원료도 간단했다. 하지만 바이레도는 국내 '니치향수'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일조한 주인공 중 하나이며, 이내 국내외를 막론하고 트렌디한 향수로 자리잡았다.

경쟁력 없을 것 같던 이 브랜드가 어떻게 트렌디하며 혁신적이라는 호평을 받을 수 있게 됐을까?

바이레도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브랜드만의 개성을 무기로 삼았다.

단순함이 곧 경쟁력

복잡한 이름은 어떤 향인지 알아채기 어렵다. 향기를 맡더라도 무슨 향인지 확신이 들지 않아 갸우뚱 거리게 되는 경험이 많았을 것이다.

여타의 고급 향수 브랜드들은 보통 60~70여 가지의 원료를 사용한다. 하지만 바이레도는 다르다. 아주 적은 수의 원료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적을 경우에는 4~5개 가량의 원료만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곧 바이레도의 경쟁력이 됐다.

바이레도의 벤 고햄 대표는 '명확성'과 '주관성'을 가장 중요시하며, 향을 맡았을 때 어떤 향인지 빠르게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을 중요하다 여겼다. 이를 위해 고급스러운 최상품 천연재료만을 사용해 향수를 만든다. 다양한 원료를 사용해 본래의 향을 망치는 것보다는, 그 본연의 향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많은 원료가 들어가야만 고급스러운 향이 날 것이라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단번에 깨트렸다. 바이레도는 적은 수의 원료라도 고급스러운 최상품 천연재료를 사용하며, 다른 원료를 혼합하지 않더라도 그 속에 복잡한 아름다움을 숨길 수 있었다. 

명확성을 우선시한다는 벤 고햄 대표의 생각은 향수병의 외관 디자인에서도 드러난다.

벤 고햄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향수병은 원통 모양의 투명한 유리병과 검은색 반구 모양의 뚜껑이 전부다. 그 위를 덮은 하얀 라벨에는 검은색 잉크로 새겨진 향수 이름이 고작이다.

대부분의 고급 향수들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양새를 하고 있는 것과 달리, 바이레도의 향수병은 담백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벤 고햄 대표는 이를 디자인하는 데 2개월, 완성품을 손에 쥐기까지는 약 1년 가까이 공을 들였다고 한다. 한 인터뷰에서 "향수병보다는 내용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대한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으로 만들었다"는 그의 설명과 같이 심플한 외관에 기대없이 손에 들지만, 향수를 뿌려 보면 감동의 연속일 것이다.

향수 이름 역시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이름만 봐도 무슨 향인지 대충은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이다. 가장 처음 만든 향수인 '그린',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블랑쉬(흰색)'에 이어 브랜드 이름인 바이레도 역시 'By Redolence(향기에 의한)'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단순함 만큼 강렬한 것은 없다, 이것이 곧 바이레도의 철칙이다.

낯설지만 트렌디하다

작은 만족을 위해서라면 비싼 가격도 마다하지 않으며 '나를 위한 소비'를 한다. 개성을 중요시하는 탓에 유행에 민감한 것과 동시에 나만의 향이나 패션 스타일을 확보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이처럼 최근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는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는 '가치 소비'의 연장선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을 맡으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듯 향수는 개개인의 개성을 표현하기에 좋은 매개체이다. 이에 따라 밀레니얼 세대들은 최근 들어 향수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성을 중요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니치 향수'라는 또 다른 향수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다.

'소수만을 위한 프리미엄 향수'라는 뜻의 니치 향수는 일반 향수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천연 향의 희소성과 '나만의 향'을 찾는 소비자들의 증가로 판매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때 바이레도는 국내에 니치향수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일조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원료 수를 20가지 이내로 제한해 본연의 향을 최대한 살려 조합해 만든 심플한 향수로 세계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에선 생소했던 바이레도도 지난 5년간 충성 고객을 조금씩 늘려갔다. 올해 1~5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62%의 매출 성장세를 보였고, 작년에도 100%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또한 바이레도의 향수에는 성별의 구분이 없다. 과거에는 '남성과 어울리는 향'과 '여성에게 어울리는 향'이 나뉘어 있다지만, 바이레도는 첫 출시부터 그러한 개념을 없앴다. '냄새에는 성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브랜드 철학을 갖고 시작한 바이레도는 현재 뜨고 있는 '젠더리스' 트렌드에도 정확히 일맥상통한 것이다.

지난 2019년 5월에는 아시아에서 첫 번째,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문을 여는 바이레도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서울 도산공원에 자리를 잡았다. 이를 통해 20~30대 소비자 또한 저격하기에 이르렀다.

시간이 흘러 바이레도의 디자인이나 향기를 모방한 제품들도 계속해서 등장했다. 하지만 겉은 대충 모방할 수 있어도 그 속의 가치는 모방할 수 없다. 그들이 만들어 낸 가치는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것이다.

 

(사진=바이레도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