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국내 핫플레이스, 이태원 '경리단길'의 빠른 성장과 쇠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뉴스줌인] 국내 핫플레이스, 이태원 '경리단길'의 빠른 성장과 쇠퇴... 그 이유는 무엇일까?
  • 이지원
  • 승인 2019.09.1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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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리단길이 각종 악조권에도 불구하고 핫플레이스로 떠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인스타그램에서 캡처)

국내의 핫플레이스 중 하나를 꼽으라 한다면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경리단길'을 외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경리단길의 공간적 범위에 대해 명확히 규정된 바는 없으나 일반적으로 인근의 해방촌길과 이태원 상권 사이에 위치한 경리단길과 회나무길 일대의 상권을 지칭하고 있다.

경리단길이 속한 이태원2동은 용도지역 상 일반주거지역으로 소매, 교육서비스, 개인서비스 업 등 주민 생활과 관련된 업종의 비중이 높았던 지역이다. 더불어 인근 역인 '녹사평역'으로부터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대부분 급경사지역이기 때문에 보행환경도 좋지 않고, 주차시설 또한 부족하다. 이 때문에 경리단길은 입지적으로 대규모 상권이 형성되기에는 어려운 지역이었다.

하지만 현재 경리단길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며 상권이 크게 증가했다. 그렇다면 경리단길이 악조권에도 불구하고 핫플레이스로 떠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경리단길이 이토록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상권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특색 있는 음식점 등을 통해 형성된 거리의 고유한 특성과 SNS를 통한 정보 공유 및 확대 재생산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본래 용산 미군기지와 다수의 외국 공관 등이 위치한 탓에 외국인 수요가 많은 지역 특성상 이국적인 분위기의 음식점과 펍(Pub), 카페 등이 수를 늘렸으며 이것이 곧 경리단길만의 특색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실제로 경리단길에 위치한 음식점 수는 2010년 110개에서 2016년 289로,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SNS의 확대 또한 한 몫 했다. SNS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맛집 등의 정보를 얻는 소비행태가 확산된 최근의 트렌드에 따라 입지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주목받는 골목상권이 알음알음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경리단길은 이러한 상권 성장의 대표적인 사례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경리단길의 성장은 2017년 이후부터 주춤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2017년부터 그 수는 점차 감소했다. 물론 2019년 6월을 기준으로 265개의 매장이 영업 중이지만, 상권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리단길을 보며 대표적인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발생지역이 됐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핫플레이스로 주목받으며 급성장했던 경리단길의 상권이 2016년 이후 폐업이 늘어나고 방문객이 감소하는 등 젠트리피케이션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한 대표적인 지역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상업지역에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작용은 상권이 활성화되며 외부 자본의 유입과 임대료 상승 등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했던 기존 상점들이 밀려나며 경쟁력을 잃은 상권이 쇠퇴하는 현상을 말한다.

실제 경리단길과 관련 언론보도에서 언급된 연관어를 분석한 결과, 성장기에 있던 2014년~2015년의 경우에는 '핫플레이스'라는 키워드가 등장했지만 2018년 이후에 접어들며 ▲임대료 ▲건물주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단어가 핵심 연관어로 등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상권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경리단길에서는 단독·다가구 주택과 상가건물의 거래가 늘어나고 임대료가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났으며, 공시지가 또한 4년간 평균 50.1%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경리단길 상가의 임대료는 전년동기대비 ▲2016년 4.83% ▲2017년 5.33% 상승했으며 이는 서울시 평균뿐만 아니라 홍대와 가로수길 등 서울 주요 상권의 상승률을 상회하는 값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상권 경쟁력이 낮아지며 방문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경리단길 맺망들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으며, 심지어 근래에 들어서는 창업하는 매장의 수보다 폐업하는 매장의 수가 많아 전체 음식점 수가 감소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상권분석 결과에 따르면 경리단길의 음식업 총 매출은 2019년 3월 기준 전년대비 20.9%가 감소했으며, 업체당 매출액은 16.0%가 감소한 수준이었다. 또한 2015년 81개까지 증가했던 창업 수는 2016년 이후 크게 줄어들었고, 20개를 넘지 않았던 폐업 수는 2017년 48개, 2018년 33개로 증가하며 창업보다 폐업이 많은 상황이 2년간 지속되고 있었다.

특히 창업 후 영업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폐업하는 음식점 수가 2012년 1개에서 2017년 32개까지 크게 증가했다. 전체 폐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12년 20.0%에서 2017년 들어서는 66.7%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리단길의 사례로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렇듯 경리단길 쇠퇴의 이유에는 ▲입지 및 물리적 환경 측면에서의 낮은 경쟁력 ▲상권의 고유성을 형성했던 핵심 콘텐츠의 이탈과 노후화 ▲경쟁 상권의 등장이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전통적으로 상권형성의 핵심요인이 되는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집객시설과 교통 및 주차 인프라, 편리한 접근성과 쾌적한 보행 환경 등을 갖추지 못한 경리단길은 외부여건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존재했던 것이다.

이러한 한계 등 불리한 입지여건 등에서도 경리단길의 경쟁력을 재고할 수 있었던 것은 음식이라는 콘텐츠와 이를 통해 얻게 되는 독특한 경험이었지만 방문객이 늘어나며 자연스레 경리단길만의 독특함이 사라지고 매출감소, 비용부담 증가 등으로 개성을 추구하던 음식점들마저 이탈하게 돼 상권의 쇠퇴는 곧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또한 망원동과 연남동, 을지로, 익선동 등 개성있는 분위기와 다양한 먹거리가 골목에 존재한다는 점에 있어 경리단길과 유사한 분위기 및 콘텐츠를 가진 상권이 등장하며 소비자들의 관심이 이동한 것도 방문객 감소의 원인이 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처럼 경리단길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상권 자체의 경쟁력은 약하지만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이슈가 되며 성장한 상권은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으며, 안정적인 상권 형성에도 한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러한 상권이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환경 개선을 통해 상권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콘텐츠 및 이슈를 발굴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며, 맛집 중심의 상권 이미지 외에도 예술·문화적 요소 등 경쟁력을 다양화하거나 임대인과 임차인, 지역주민 등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적인 관계 유지 또한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KB경영연구소의 '경리단길을 통해 본 핫플레이스의 성장과 쇠퇴' 보고서를 통해 재구성)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