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아내의 자격'…인간의 자격을 묻다
드라마 '아내의 자격'…인간의 자격을 묻다
  • 최배가 기자
  • 승인 2012.04.18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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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최고가 타락 하면 최악이 된다'

Jtbc의 '아내의 자격'이 종영했다.

종편 방송의 전반적인 부진에도 아내의 자격은 김희애,이성재,장현성,이태란,최은경등의 리얼리티 있는 연기와, MBC 드라마 하얀거탑의 연출자 안판석 PD의 디테일한 연출,정성주 작가의 감수성 어린 탄탄한 대본이 만나 완성된 웰메이드 드라마로, 종편의 체면을 살려주었다. 

대치동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교육의 1번지

 세상은 갑과 을만이 존재한다,그러므로 자신의 자식만은 반드시 갑의 인생을 살게 하겠다는 엄마들,집 담보 대출받아 아이 과외시키고,아이 성적이 떨어질 때마다 남편은 아내를 때리고,,,

너무 극악스러워 설마설마 하지만, 드라마 속의 내용은 2012년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을 담고 있었다.

그런 대치동 한가운데에 던저져,교육에 올인하라는 시댁과 시대의 엄명을 따르던 한 여자가 사랑에 빠졌다.
교육 기계로 살아가야하는 자신이 여자이고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여자는 능란하지 못해 들켰다.몰매를 맞고 지탄을 받고 결국 이혼이라는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여자는 이혼을 통해 남편과 시댁의 위선과 과욕,비열함과 찌질함에서 해방되어 스스로  일어서는 자신에게서 새로운 희망을 본다.
 

▲ 아내의 자격 사진출처=jtbc

이 부분이 그간 불륜을 다루어 왔던 수많은 드라마들과는 사뭇 다른 접근이었다.
불륜드라마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너 없인 살수없다며 모텔이나 들락거리고,그런 남편이나 아내를 미행하고 현장을 덮치고 따귀를 때리고,울고불고하는 그런 신파는 아내의 자격에는 없었다.

아내의 자격은 드라마 곳곳에서 남자와 바람이 난 윤서래(김희애)에게 엄마의 자격도, 아내의 자격도 없는 파렴치한이라고 퍼부어대는 시댁식구들이 나온다.

그러나 십수년간 완벽한 두집 살림을 하며 배다른 아이 둘의 아버지인 시누이의 남편이나,엄마가 깔아준 돈으로 이대 나온 여자로서, 갑이 되기 위해 변호사 남편 만나 결혼한 시누이,인터넷 도박에 빠져 사채의 나락으로 떨어진 시어머니,무엇보다도 회사 내에서 여자들에게 지분거리기로 유명한 소위 공부 좀 했다는 먹물 찌질이 윤서래의 남편까지,,,도대체 누가 누구의 자격을 논하는지 알 수 가 없었다.

하지만 드라마는 언제나 을일수 밖에 없는 우리에게 작은 위안을 준다.

 오로지 갑이 되고자 노력했던 시댁식구들은 ,결국 십수년간 두집 살림을 해오던 시누이 남편(사위)의 불륜행각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사돈이 운영하는 거대 로펌의 갑이라는 권력에 무릎꿇고, 이혼만은 안된다는 결론을 낸다.시댁 식구들은 갑으로서의 삶을 포기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불륜이라는 소재를 너무 미화하고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한편의 영화를 보고난 것 같은 수려한 영상미와, 현실적이지만 여성 시청자들에게 환상을 주기에 충분했던 시적인 대사,주연배우,조연배우,단역배우 할것 없이 탄탄한 연기력으로 불륜과 이혼,일류 지향 주의에 빠진 교육 현실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짚어 냈다.

갑의 권력을 휘두르며 살지만 모래성 위에 서 있는 것 같은 자괴감,을이지만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자위,그어떤 것도 결론으로 내세우지 않은 열린 결말이 가슴에 와 닿는 드라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