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커머스 시장, 소비자 보호 사각지대로
소셜 커머스 시장, 소비자 보호 사각지대로
  • 김지원 기자
  • 승인 2012.05.02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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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2000원이 문제가 아니라 억울해서 그래요.  이전까지만 해도 소셜 커머스를 자주 이용하곤 했는데 다시는 이용 안할 겁니다." (김나영·여·29)

김씨는 얼마 전 국내 유명 소셜커머스 사이트를 통해 영화 관람권 2매를 구매했다.

김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자 메시지로 온 쿠폰으로 관람권을 등록했지만  '이미 등록된 관람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환불을 원하는 김씨에게 소셜 커머스 측은 "환불은 안 되며 혹시 핸드폰을 도용당한 것은 아니냐?"는 말을 했다.

핸드폰을 도용당한 적이 없는 김씨는 결국 소비자보호원에 도움을 요청했고 약 1만5000원 때문에 3개월간 경찰서와 소비자보호원, 소셜커머스, 영화관을 왔다 갔다 하는 신세가 됐다.

"수많은 사람들이 영화 관람권을 구매했는데 어떻게 제 것만 도용될 수 있겠어요.  경찰에서도 그런 일은 절대 없다고 하더라고요. 난생 처음 경찰서에 가서 진술서도 썼어요. 3개월 간 정신이나 건강이 너무 나빠졌어요."

며칠 전 나온 이 사건은 결국 소셜 커머스업체가 100% 실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소셜 커머스업체가  쿠폰을 중복 발송했기 때문이다.

총 3개월 간 벌여온 김씨의 사투는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 났다.

 
- 2조원대 앞둔 소셜 커머스, 피해자 증가로 역풍 맞아
 국내 한 소셜 커머스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소셜 커머스업계 시장 규모는 2010년 말 500억원 이었지만 2011년 약 1조원을 기록해 20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유명 소셜 커머스의 경우 2011년도 거래액이 2010년도에 비해 50배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소셜 커머스 규모가 올해 연말이 되면 2조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소셜 커머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그 역풍도 거세다.

김씨처럼 쿠폰이 중복 발송되는 등 애초 사이트에서 봤던 서비스와 크게 차이가 나는 서비스가 제공돼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소셜커머스의 판매방식을 규율하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소셜 커머스에서 봤던 곳 맞나요?"
"소셜 커머스에서 서울 XX횟집 무한 리필권을 구매했어요.  막상 가보니 세 명이 한 접시 비우는데 2분에서 3분 정도 걸리는 양이 나오더군요. 터무니없는 양 때문에 이곳에 간 일행 모두  불만을 토해냈어요. 다시는 안 갑니다." (박지윤·25)

박씨는 얼마 전 소셜커머스를 통해 서울의 한 횟집 무한리필권을 구매했다.  그러나 막상 일행과 함께 찾아간 곳은 '무한리필'이라는 말이 무색했다.

박씨는 현재 상품 과대광고로 소비자보호원에 소셜커머스를 상대로 신고한 상태다.

박씨가 인터넷 카페에 이같은 내용의 글을 올리자 소셜커머스 측은 "사진을 조작한 것 아니냐"며 박씨를 추궁했다.  박씨가 소셜 커머스 사이트에 올린 구매 후기를 삭제하기도 했다.

실제로 소셜 커머스 사용자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와 같은 불만의 목소리가 많았다.

소셜 커머스를 이용해 서울에 위치한 한정식 코스 요리 쿠폰을 구매했다는 아이디 '달XX'은 손님을 모시고 식당에 갔다가 망신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식당 분위기는 쿠폰 구매 가격에 미치지 못했고 코스 요리 임에도 음식이 3분 간격으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식사를 여유있게 즐기지 못하고 서둘러 먹고 나가야 했다고 그는 분개했다.


-약관 변경 '밥먹듯이'
"사고 싶은 옷이 있어 소셜 커머스에서 인터넷 옷 쇼핑몰 반값 자유 이용권을 구매했어요.   공교롭게도 자유이용권을 사용할 수 있는 날에 사고 싶은 옷이 이벤트 '딜'화면에서 사라지더라고요. 그 옷을 사려고 자유이용권을 구매했는데 속은  느낌이었어요." (임수정·26)

임씨는 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날에 '딜' 화면에 있던 옷이 사라진 것이 우연이라 보기엔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쿠폰을 판매하는 기간 동안 인기있는 옷을 딜 이벤트 화면에 띄어 놓았다가 기간이 끝나면 교묘하게 인기 제품을 빼버린다는 것이다.

임씨는 사고자 했던 옷이 없어지자  환불을 요구했다. 그러나 소셜커머스 측은 돈으로 환불은 해줄 수 없고 쇼핑몰 적립금으로만 환불이 가능하다고 했다.

"적립금을 적립금으로 환불해주겠다니, 이게 무슨 말장난인가요."

전자상거래법상 7일안에 환불이 가능하지만 소셜 커머스 측은 이미 환불 기준을 명시했기 때문에 도와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임씨는 쇼핑몰 고객 센터에 전화를 걸었고 쇼핑몰은 소셜 커머스가 안 된다고 못 박았던 환불을 흔쾌히 해줬다.

"적립금은 그대로고 옷은 사지도 않았는데 환불이 안 된다니요. 그 전에는 소셜커머스를 자주 이용했는데 이제는 절대 안해요. 특히나 자유이용권은 쳐다보지도 않아요."


-급성장한 소셜 커머스,  소비자 보호 사각지대로
소셜 커머스를 이용한 소비자는 대부분 소셜 커머스의 서비스 부족을 문제로 꼽았다.

고객 목소리를 듣기 위한 고객센터가 있지만 전화 연결이 쉽지 않은 등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셜 커머스를 규제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소셜 커머스 업체에 대한 규정은 지난 2월 소셜 커머스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함께 만든 '소셜 커머스 소비자보호 자율준수 가이드라인'이 전부다.

이 규정에 따르면 소셜 커머스는 정품만을 판매해야 하며 사용하지 않은 쿠폰은 반드시 환불해야 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자율준수 가이드라인'이기에 법적인 강제성은 없다.

성경제 공정거래위원회 과장은  "소셜커머스라는 판매업종을 관리하는 법을 만드는 것보다 판매 방식을 규율하는 법을 만드는 것이 타당하다"며 "소셜커머스업체만을 따로 규율하는 법을 만들 계획은 없지만 앞으로 타율적 규제 등을 보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정현 소셜커머스 쿠팡 홍보팀 차장은 "2010년 소셜커머스가 초기단계에서 난립하며 문제가 생겼던 것은 사실"이라며  "초기에 판매액에 집중했다면 이제 서비스 강화를 위해 노력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