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거 아니?] 의외의 친환경 브랜드, '앱솔루트 보드카'
[브랜드 이거 아니?] 의외의 친환경 브랜드, '앱솔루트 보드카'
  • 이지원
  • 승인 2019.12.1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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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6년 스웨덴에서 태어난 라스 올슨 스미스는 어릴 적부터 고아로 자랐다. 불우한 환경으로 인해 여덟 살 때부터 '칼스함(Karlshamn)'의 한 잡화점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14살이 되던 1850년에는 '스톡홀름(Stockholm)'의 큰 잡화점에 취업했다. 어릴 적부터 장사를 시작한 탓에 사업 수완이 뛰어났으며, 당시 스웨덴에서 생산되는 보드카의 시장의 3분의 1을 석권한 상태였다.

이후 1858년, 라스 올슨 스미스는 '라이머숄메(Reimersholme)'에 위치한 최신식 증류소에서 일하게 됐다. 이곳에서 고급 증류주의 매력에 빠졌다. 당시 대부분의 보드카는 불순물이 많고 맛도 텁텁했기 때문에, 그는 깔끔하고 맛 좋은 술 제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마침내 1879년 라스 올슨 스미스는 증류 과정을 몇 차례씩 거듭하는 것은 물론, 획기적인 방법으로 열을 가해 보드카를 증류해 불순물을 깔끔히 제거하는 '연속식 증류법'을 개발해냈다. 그리고 이를 '앱솔루트 퓨어 보드카(Absolute Pure Vodka)'라는 의미를 담아 '앱솔루트 렌트 브렌빈(절대적으로 순수한 보드카)'을 만들게 됐다. 100년이 지난 후인 1979년, 앱솔루트 렌트 브렌빈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첫 제품에서 이름을 따와 '앱솔루트(Absolut)'라고 새롭게 명명하게 된 것이다. 이는 곧 앱솔루트 보드카의 첫 시작이었다.

이처럼 '앱솔루트 보드카'는 전 세계 126개 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보드카 브랜드이다. 하루 생산량만 해도 60만 병에 이르며,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익숙한 브랜드 중 하나일 것이다. 실제로 앱솔루트 보드카는 전 세계 프리미엄 보드카 브랜드 중 1위이며, 증류주 중에서는 4번째로 많이 판매되고 있다. 실제로도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랭크되거나, "미국에 석유가 있다면, 스웨덴에는 앱솔루트가 있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병 자체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든 브랜드, '앱솔루트 보드카' (사진=앱솔루트 보드카 인도네시아 공식 계정에서 캡처)

병 자체만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든 브랜드

앱솔루트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바로 병의 모양일 것이다. 해당 브랜드의 패키지는 '술이 아니라 약'이라는 전제 하에 18세기의 약병, 즉 병원에서 사용하는 링겔 병처럼 생긴 병을 만들게 됐다. 앱솔루트의 이러한 패키지는 따르기 쉽게 목이 길며, 가능한 한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철 함량이 낮은 특수 모래를 사용해 만들어졌다. 

특이한 병 모양은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TV에 광고를 할 수 없는 주류업계들의 한계에서 벗어나, 오로지 병 모양만으로도 앱솔루트의 강한 상징을 보여 준 것이다. 특히 앱솔루트는 이러한 병 모양을 내세워 창의적이고 재치 있는 광고로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단조로운 패키지에 ▲여러 나라의 도시 이야기 ▲기억해야 할 역사적 사건 ▲예술가와의 컬래버레이션 등을 담아낸 것이다.

앱솔루트 광고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단연 '앱솔루트 시티(Absolut City)' 시리즈라 손꼽힌다.

브랜드의 이름인 'ABSOLUT'와 도시 이름만을 사용한 광고는 단순했지만 소비자의 머릿속에 깊게 각인됐으며, 브루클린 다리나 아테네 궁전 등 앱솔루트 병 모양 실루엣을 에워싸고 있는 이미지로 도시의 역사와 스토리를 담은 앱솔루트 병 모양 실루엣을 담은 앱솔루트 시티 시리즈는 세계적인 도시의 역사와 매력을 재치있고 절묘하게 담아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패키지의 경우 타 주류업체와의 차별화를 두는 데 한 몫 했으며, 다양한 예술가들과 '아트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며 더욱 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라 추측된다.

앱솔루트 보드카는 사용하는 재료 또한 특이하다. (사진=앱솔루트 보드카 인도네시아 공식 계정에서 캡처)

빙하 속 샘물과 봄에 싹을 틔우는 겨울 밀이 비결

앱솔루트는 라스 올슨 스미스의 생가인 '아후스' 지방의 빙하 속에 있던 샘물과, 추운 얼음 속에 움츠리고 있다가 봄에 싹을 틔우는 겨울 밀만 사용한다. 두 가지 재료 모두 특이한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내막을 살펴보면 이들의 제품력을 더욱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후스의 샘물은 4만 년 넘게 빙하 속에 있다 흘러나온 것으로, 물은 불순물로부터 보호되는 아후스의 우물에서 퍼올리게 된다. 겨울 밀의 경우에는 다른 작물들과 다르게 가을에 씨를 뿌리고 정확히 다음 해에 수확한다. 비료는 최소로 사용되지만, 스웨덴에서 눈발이 휘날리는 나날을 거듭하며 건강한 밀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엄선한 겨울 밀과 순수한 물로 담근 술을 수백 번 증류해 만든 술이 바로 앱솔루트 보드카로, 순수한 보드카라는 명칭을 강조한 그들의 제품력이 나타나는 듯하다.

물론 현재도 모든 앱솔루트 제품은 스웨덴 남부의 작은 마을 아후스에서만 생산된다. 이 덕분에 세계 어디에 있는 고객이더라도 항상 부드럽고 신선한 곡물의 맛을 느낄 수 있으며, 정성 가득한 제작 방법과 진정한 맛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앱솔루트는 자부하고 있다.

특히 앱솔루트 보드카의 모든 병은 재생 유리를 41% 이상 사용한다는 것에 특이점을 갖는다. (사진=앱솔루트 보드카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의외의 친환경 브랜드, 앱솔루트 보드카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앱솔루트의 모든 병이 재생 유리를 사용해 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앱솔루트의 모든 병은 재생 유리를 41% 이상 사용해 제작하고 있으며, 생산 과정 중에 매립지에 쓰레기를 거의 내보내지 않는다. 생산 폐기물 중 단 1% 미만의 쓰레기만 매립지로 보내지는 수준이다.

더불어 현재 이산화탄소 중립 증류 공정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산화탄소 중립을 달성하고자 나무를 심어 탄소 배출량을 상쇄하고 자사 시설의 에너지 사용 중 85%를 재생 에너지에 의존하기도 한다.

이에 최근에는 자사의 글로벌 환경보호 캠페인의 일환으로 '앱솔루트 컴백'을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앱솔루트의 지속 가능한 가치를 상징하는 것으로, 버려진 병이 재활용됐을 때 가장 바람직하게 사용된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제품이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