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男에 의해 "최소 2.3일마다 여성 1명" 죽거나 다쳐..."헤어지자", "잠 깨워서" 등
친밀男에 의해 "최소 2.3일마다 여성 1명" 죽거나 다쳐..."헤어지자", "잠 깨워서" 등
  • 임은주
  • 승인 2019.12.17 0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한국여성의전화)
(사진=한국여성의전화)

최근 10년간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피해를 당할 위기에 처한 여성이 언론에 보도된 것만 20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들은 "헤어지자고 해서", "잠을 깨워서",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아서" 등 홧김에, 우발적으로 살인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일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 10년 동안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 살해 피해자 수는 887명,  피해 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주변인의 중상·사망은 386명, 살인미수로 살아남은 피해 여성 727명 등으로 나타났다.

이 같이 피해 여성과 주변인 모두 합하면 남성 파트너의 폭력으로 10년간 2000명, 한해 평균 200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피해 여성과 주변인을 합쳐 최소 3.5일마다 1명이 친밀한 남성 파트너에 의한 폭력으로 인해 살해되고, 살인미수 및 이에 준하는 위험을 포함할 경우 최소 1.8일마다 1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셈이다. 대상을 피해 여성으로 한정한 경우에는 최소 2.3일마다 1명이 죽거나 다쳤다.

지난 6년간(2013년~2018년) 남성 파트너에 의해 숨진 여성 피해자 연령대를 보면 40대가 27%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50대 19%, 30대 16%, 20대 13% 순이었다.

특히, 40대는 배우자 관계, 데이트 관계 모두에서 폭력 피해 수가 가장 많았다. 데이트 폭력으로 살해된 여성은 모두 228명이었는데, 이 중 72명(31.5%)이 40대였다. 20대 112명, 30대 94명보다 높았다. 데이트폭력은 주로 20~30에서 발생한다는 사회적 통념과 달랐다.

언론에 보도된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 수 년 (2009-2018년, 단위:명) (사진= 한국여성의전화)
언론에 보도된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 수 년 (2009-2018년, 단위:명) (사진=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의전화 측은 보고서를 통해 "연령별 피해 현황의 차이는 있으나, 여성은 전 생애에 걸쳐 친밀한 관계와 폭력을 함께하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해자들은 "헤어지자고 해서", "잠을 깨워서", "밥을 달라는 자신의 말에 대답하지 않아서", "전화 받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아서" 등 홧김에, 우발적으로 살인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피해는 결별을 요구하는 등 관계를 중단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범행 원인은 '이혼이나 결별을 요구하거나 가해자의 재결합·만남을 거부해서'가 371명(32%)으로 가장 많았다.이어 '다툼 중에 화가 나서 우발적으로' 321명(28%),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 168명(15%), '자신을 무시해서' 84명(7%)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여성의전화 조재연 인권문화국장은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가 이혼이나 결별 등 피해자의 관계중단 요구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상이 두드러지는 것은 '여성에 대한 통제와 지배'라는 젠더에 기반한 폭력의 본질을 명백히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노의 주체 분노의 원인과 책임의 귀결, 분노의 맥락과 방향 곳곳에 점철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거두어내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일리팝=임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