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역발상, 노는 여객기로 '화물 수송'
대한항공의 역발상, 노는 여객기로 '화물 수송'
  • 임은주
  • 승인 2020.03.1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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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항공)
(사진=대한항공)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항공사들의 운항 중단 노선이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이 중단된 노선의 여객기에 화물만 싣고 수송하는 역발상 아이디어로 어려움 타개에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13일부터 베트남 호찌민 노선에 20여t의 화물을 실을 수 있는 에어버스330-300 여객기를 투입했다. 이를 통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긴급 물량을 현지에 운송하고 한국으로 오는 농산물 등의 화물을 수송하고 있다.

인천~호찌민 노선은 베트남 정부의 입국 제한 조치로 지난 3일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대한항공은 여객기 운항이 금지된 중국 칭다오(靑島)에도 오는 21일부터 여객기를 투입해 화물을 수송하는 등 대상 지역과 품목도 늘려갈 예정이다.

조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휴 여객기의 화물칸을 이용해 화물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면 공급선을 다양화하는 한편 주기료(공항 주차비용) 등 비용 감소 효과까지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항공사들이 여객 없이도 화물 운송에 나선 건 코로나19로 입국 제한을 시행 중인 국가들 대부분이 항공기는 막지 않기 때문이다. 또 운항 노선이 급감하고 공장의 가동 중단과 재개 반복이 이어지며 물자를 긴급하게 운송해야 할 화물 수요도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항공사는 유류비를 감안해도 승객 없는 여객기에 화물만 채워 운행을 하면 공항 주기비용, 인건비 등 고정비용 정도를 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해당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항공 업계의 상징성도 보여줄 수 있어 화물 운송에 나서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수 증가로 한국발 승객의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는 16일 오전 10시 기준 총 140개다. 이에 대한항공도 기존 운항하던 124개 노선 중 89개의 운항을 중단한 상황이다. 또 수요 감소에 따른 감편으로 국제선 여객 운항 횟수는 평소 대비 86% 줄었다.

대한항공은 한국발 여객노선 운휴 뿐 아니라 미국의 유럽발 항공편 입항 금지 조치 등 코로나19로 인해 급변하고 있는 항공시장에 맞는 새로운 수요를 적극 창출해 나갈 예정이다. 조 회장은 미국에 의해 대서양 하늘 길이 막힌 만큼 여객과 화물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움직여야 한다며 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데일리팝=임은주 기자)